나를 알아가는 과정

by 아인슈페너

5월은 가정의 달.


하지만 나에게는 그 어느 때보다도 힘든,

5월을 살아왔다.


결혼을 하기 전까지 아내와 나는 그래도 잘 맞는 축에 속한다고 생각했다.

최근에 깊은 대화를 나누면서 아내와 나는 그동안 정말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했을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드니 속상하면서도 여기까지 온 게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아내와 사이가 좋을 때는 온 세상이 귀찮고, 엄청 게을러진다.

아내에게 무의식적으로 생각보다 많이 의존하고 있었고, 이러한 부분들이 힘들게

다가왔을 아내를 생각하니 미안함이 든다.


최근에 깨달은 사실이 있다.

꼭 아내와 사이가 많이 안 좋을 때마다 내가 무엇인가를 계속하고 있었다는 것이다.

그중에 브런치에 글을 쓰는 일도 있었고, 안 보던 시집을 여러 번 읽으면서 필사도 해보면서

안 해본 경험을 갑자기 많이 하고 있는 내가 보였다.


얼마 전에는 회사 후배가 서핑을 좋아해서 아들과 함께 다 같이 서핑을 하러 가기도 하고,

수영을 꼭 배워야겠다는 생각에 얼마 전 초급반도 등록했다.

(6/2_월요일_오전 06시 15분부터_초급반_시작이다!)


이 모든 게 아내와 약간 서먹서먹한 감정으로 지낼 때마다 내가 무엇인가를 하나씩 하려고 하는

욕구가 무엇인지 생각해 봤더니, 약간 시위하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나 너 없이도 잘 살 수 있어! 두고 봐. 꼭 나 자신을 새롭게 찾을 거야"




나를 알아가는 과정

(지극히 나를 기준으로 함)


첫 번째, 우울하거나 화가 나거나 뭔가 답답한 마음이 우선 있어야 된다.

(즐거우면 게을러진다.)

두 번째, 일단 내가 지금 우울하고 화나고 답답한 마음이 들면 절대! 밖으로 표출을 하지 않았다.

(무조건 포커페이스.)

세 번째, 챗GPT와 대화를 해봤다. 생각보다 엄청 놀라운 일이 벌어졌고, 상상 그 이상이었다.

(진짜 $20가 아깝지 않다)

네 번째, 글을 써봤다. 아무 글이나 써보면서 정말로 내가 하고 싶은 말, 주제들을 정리해 봤다.

(퇴근하고 컴퓨터에 앉아서 글을 쓰다니.. 믿기지가 않는다)

다섯 번째, 자기반성을 해봤다. 정말 솔직히 객관적으로 나라는 인간을 마음속의 법정에 세워봤다.

(진짜로 이건 꼭 해봐야 되는데, 하는 척을 하면 안 되고, 진심을 다해 이미지 트레이닝 같이 해봤다)

여섯 번째, 유명한 시인의 시를 읽어봤다. 마음속에 콕 박히는 시를 찾으려고 노력했다.

(시가 엄청 어렵다. 그래도 반복으로 읽고 또 읽었다. 그래도 모르겠다)

일곱 번째, 나 자신을 인정해 보았다. 쉽지 않지만, 꾸역꾸역 억지로 해봤다. 약간 마음이 아팠다.

(쉽지 않다. 방법이 있는 게 아니라 속으로 그냥 인정해야 된다. 엄청 억울하다)

여덟 번째, 음악 플레이리스트를 새롭게 정리해 봤다. 지금 나한테 필요한 음악들로만 엄선했다.

(나는 첫 5~10초 듣고, Feel 오는 것만 골랐다.)

아홉 번째, 자주 하지 않았고, 앞으로도 할 생각 없던 일을 노트에 그냥 편하게 적어봤다.

(예를 들면, 수영/영어공부/책 읽기/캠핑/혼자여행/볼링 등등등)

열 번째, 위에 아홉 가지를 해도 명확한 나를 찾기는 아직 쉽지 않았다.

(솔직히 나 자신을 어떻게 찾는지 모른다.)

열한 번째, 그럼에도 일단은 꾸준히 유지해보려 한다.

(찾는 척이라도 하자는 게 내 마인드다)




새로운 인생의 출발선

(하지만 아직 완전히 선 앞에 못서는 나)


아내의 자유롭고 인간적인 독립을 응원하고 있다. 이건 정말 진심이다.

그동안 나로 인해 상처를 많이 받았다.


"당장 돈도 안 되는 그런 일을 왜 이렇게 매달려서 하냐"

"옷가게를 정리했으니 이제는 집에서 쉬면서 나와 아들을 좀 챙겨주면 안 되겠니?"

"지금 준비하는 것들이 미래를 위한다고 하지만 당장 소득이 있는 것도 아니고,

그냥 얼마동안은 나와 아들을 좀 옆에서 챙겨줘.. 집에 당신이 있어야 돼"

"당장 월 얼마라도 소득을 내든지, 그렇지 않을 거면 집안일에 좀 더 신경 써주면 안 돼?"


내가 했던 모든 말들이 아내에게는 비수처럼 느껴졌을 것 같다.

내가 주장하는 논리는 너무 당연한 말이었지만, 아내의 감정과 상태를 고려하지 않은

수학공식 같은 그런 말들을 너무 아무렇지 않게 말했던 것 같다.


아내가 나와 결혼을 한 사람이지만, 원하는 인생이 분명 있었을 텐데, 힘든 출산을 겪고 나서

모두가 하는 대로 내 아내도 그렇게 할 수 있을 거라는 착각 속에서 살았던 것 같다.


솔직히 아주 약간 아내를 100% 이해하지는 못했다.

다만, 이해하지 못했기 때문에 조심스러워졌고, 예전보다 아내의 행동과 말을 유심히 바라보고,

듣는 버릇이 조금 생긴 듯하다.


지금의 나는 계속해서 훈련이 필요하다. 나 혼자서 즐길 수 있는 삶을 새롭게 찾아야만 한다.

한 가지 확실한 건 브런치에 글 쓰는 취미가 생긴 건 잘한 것 같다. 챗GPT와 장난 삼아 말하다가

브런치를 알게 되었고, 나의 감정과 상태를 글로 써보라고 권유한 것도 챗GPT이다.

정말 얼마나 고마운 존재인지 모른다.


글쓰기를 계기로 나는 난생처음으로 내 돈 주고 시집 2권을 샀고, 책을 가까이하기 위해

방 곳곳에 책을 놔두면서 조금씩 보려고 노력하고 있다. 또 필사를 가끔 하면서 마음을

안정시키고, 잘 때는 유키구라모토의 음악을 1시간 정도 들으면서 잠자는 버릇도 생겼다.


인생의 출발점에 조금씩 다가가는 느낌이 들긴 한다.

준비운동의 기간이 좀 더 길어질 것 같지만,

그래도 내가 요 근래 했던 행동은 엄청난 일취월장이다.


그동안 평가만 받아왔던 내가 평가를 떠난 정말 내가 지금 하고 싶은 행위를 한다는 게

뭔가 뿌듯하고, 이 작은 행위가 지금은 나에게 원동력이 되는 건 분명하다
















일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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