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와의 깊은 대화 후에도 한두 번 날이 선 대화를 나눴고,
그때마다 서로의 마음에 다시 한번 상처자국이 남았다.
지금까지 난 상처는 아물면 그만이라는 생각을 하며 살았다.
하지만, 흉터는 영원히 없어지지 않는 기억의 매개체가 되고,
가끔씩 그 흉터를 떠올리면 그때의 감정이 고스란히 전해져 온다.
아내는 나에게 말했다. 나에게 그동안 들었던 모든 말들이 잊히지 않는다고.
가해자와 피해자를 생각해 봤다. 피해자는 그때의 일을 생생하게 기억할 것 같다.
반면, 가해자는 여러 가지의 선택권이 있다. 그때의 일을 계속해서 반성하거나,
아니면 나 자신 스스로 참회했다는 착각에 빠져 그 일을 완전히 삭제시켜 버린다.
또는 피해자와의 원만한 대화와 사과를 통해 일종의 거래명세서와 같은 느낌으로
그때의 일을 마무리 지었다고 생각했을 것 같다.
한 번은 나도 아내에게 말했다.
"도대체 그럼 너의 그 마음의 상처와 모든 안 좋은 감정들을 언제까지 품고 살려고 하는 거야?"
돌아오는 대답에는 명확함이 없었고, 기한도 없었다. 나로서는 사실 이해하기 힘들었고,
여러 번 대화를 오고 간 뒤 1달 동안 감정정리를 하겠다는 약속을 했다.
곧이어, 억울함이 밀려왔다.
단순히 내가 뭘 잘못했기에라는 그런 류의 억울함이 아닌, 난 도대체 그동안 뭘 위해서 살았던
걸까에 대한 일종의 허탈함이 느껴왔다. 나는 아내보다 상대적으로 감정표출을 잘하는 편이었고,
아내는 그렇지 못했다. 그래서 항상 나는 가해자였고, 아내는 피해자였다. 이런 상황이 억울했다.
나도 감정이 있고, 쌓아두면 오히려 가족에게 문제가 될까 어떻게든 속으로 삭이거나 표현을 해서
내 상황을 알리는 데에 초점이 있었다. 그런데 그때마다 적금처럼 감정을 쌓아두고 지냈다는 것에
한번 놀랐고, 그게 원금 개념이 아닌 복리 같은 느낌으로 한 번에 몰아치는 파도와 같은 감정으로
커져서는 결국은 졸혼(이혼) 등을 거론하게 된 거라고 봤을 때, 난 정말 무섭고도 외로우며, 억울했다.
정말 평범한 삶을 원했던 나인데, 그냥 내가 밖에서 열심히 월급만 제대로 받아오기만 하면 집안은
자연스럽게 굴러가는 줄 알았다. 상황에 따른 자연스러운 역할분담과 책임을 기본으로 할 줄 알았다.
상상해 봤다.
아내가 차라리 출산 후 자영업을 통해 돈을 많이 버는 상황이었으면, 나는 정말 가정에 충실한 남자가
되었을까? 지금 생각해 보니 자신이 없었다. 그 시절 내가 살아온 경험 없이 아내에게만 의존하는
남자로 40살이 될 때까지 살아보질 않아서 모르겠다.
제일 중요한 한 가지는 아내가 돈을 버는 것과 안 버는 것에는 큰 차이가 없다. 오로지 나를 좀 봐주고,
이해해 주고, 사랑해줬으면 하는 마음이 더 컸다. 아내의 내면에 내가 적어도 51%는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 있었다. 다른 사람들과의 사회생활보다 나의 상태를 살펴주고, 케어를 바랐던 것 같다.
그리고 내가 회사를 다니고, 가정을 위해 힘써주는 걸 알아줬으면 좋겠다. 물론 알고 있겠지만 표현을
좀 더 해줬으면 좋겠다.
그래서, 얼마 전에 가족회의를 열었다.
아들에게는 분리수거를, 나는 청소기와 욕실청소를 담당하기로, 그리고 매주 일요일은 점심 또는 저녁 시간은
가족과 보내는 시간으로 정해버렸다. 그리고 학교를 마치고, 일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온 사람은 나와서
얼굴 보고 "수고했네~"라고 말해주는 걸 하자고 했다. 다들 동의했다.
그 뒤로 아들은 분리수거를 하나씩 하기 시작했고, 아내는 나에게 요즘 아침 수영부터 회사까지 연달아
힘드니 청소기는 본인이 담당하겠다고 해서 그 마음은 고맙게 받았다. 다만, 그 뒤로 아이의 식사 예절
관련해서 내가 잔소리하는 중에 아내가 아이의 편을 들어서 또 화가 났다.
좋다가도 기분 상하고, 또 어느새 풀리고, 상하고, 풀리고의 무한 반복.
정말 결혼생활은 하나부터 열까지 너무 힘들다. 정말 힘든 일이다.
운칠기삼(運七技三)
사람이 살아가면서 일어나는 모든 일의 성패는 운이 7할을 차지하고 노력이 3할을 차지하는 것이라
결국 운이 따라주지 않으면 일을 이루기 어렵다는 의미를 담은 말.
결혼생활 = 운일기삼
운칠기삼을 인용해서 원래의 뜻과는 다르게 다시 생각해 봤다.
운이 하나도 없어도 내 노력으로 30%는 성공할 수 있는 일은 결혼생활이다.
일단 나만 100% 노력하면 결혼생활의 30%는 성공이고, 나의 30%의 태도에 아내도 동참할 경우 60%,
그런 부모의 모습을 보고 자라는 아이가 성장해 간다면 90%, 나머지 10%는 운이다.
물론, 극단적으로 나만 노력해도 결혼생활의 30%는 굴러간다.
거기에 운도 조금 따라준다면 4~50% 정도로 결혼 생활을 훌륭히(?) 해내고 있다가 된다.
그래서,
결혼은 결국 나만 노력하면 약간의 답이 있다는 생각을 가져봤다.
첫 번째, 바라지 말자.
☞ 아내와 아이에 대한 모든 것.
두 번째, 나만의 기준을 강요하지 말자.
☞ 아내와 아이가 모르는 기준, 이해 안 되는 기준.
세 번째, 화를 내지 말자. 차분한 대화와 협의를 이루자.
☞ 힘들지만, 마음에 안 드는 부분도 감정을 가라앉히고, 그다음에 대화.
네 번째, 논리적으로 말하자. 다만, 상황에 따라 이해하고 배려하자.
☞ 1+1=2와 같은 아주 지극히 당연한 부분은 상대방 상태를 보고 말해보자.
다섯 번째, 담아두지 말고, 그때그때 차분히 말하자.
☞ 감정의 복리이자 금지 (마음에 쌓아두고 한 번에 풀기 금지)
여섯 번째, 책임감을 100% → 50%로 낮추자.
☞ 고지식한 인간 → 유연한 인간으로, 그리고 책임은 아내와 내가 반반이다.
일곱 번째, 나를 진심으로 사랑해 보자.
☞ 지금처럼 글도 꾸준히 쓰고, 수영도 계속하면서 나를 돌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