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공부
비바리퍼블리카(토스)가 펴낸 머니북에서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것은 '소비를 줄이면 삶이 평온해질까'라는 챕터였다. <소비단식 일기>를 쓴 서박하 작가는 어느 날 카드값 청구서를 받고 충격을 받아 소비 단식을 시작했다고 한다.
소비 단식은 생명 유지에 필요한 음식과 옷, 난방비 외에는 일절 돈을 쓰지 않는 것을 뜻한다. 다만 작가는 직접 실천하면서 소비 단식을 이렇게 정의했다. "반드시 생명 유지에 직결되는 것은 아니더라도, 자신에게 꼭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알고 그것을 제외하고는 소비하지 않는 것"이라고 말한다.
소비 단식이라는 개념은 책을 통해 처음 깨달았지만, 나는 이미 소비 단식을 하고 있었다. 집안 환경도 한 몫을 했지만, 결정적으로 나에게 돈을 현명하게 써야 한다는 인식을 부여해 준 사건은 다름 아닌 사기였다. 느긋하게 학교에서 혼자 독서를 하다 전화를 받았고, 전화를 절대 끊지 말라기에 울면서 지시에 그대로 이행했다. 전화를 건 남자는 본인이 검사인데, 내 통장이 대포통장으로 쓰여 혐의가 풀리기 전까지 나도 용의자라고 했다. 통장이 괜찮은지 확인하기 위해 입출금이 정상적으로 잘 되는지 확인해야 한다고 했다.
용의자라는 말에 겁을 먹었던 나는 시키는 대로 내 통장의 돈을 문화상품권으로 바꿨다. 하필 시기도 얄궂어서, 열심히 알바를 해 온 끝에 처음으로 수중의 돈이 100만원을 돌파한 직후였다. 한순간에 나는 빈털터리가 되었다. 정말로, 돈은 얼마든지 그렇게 없어질 수 있는 거였다. 사건 이후 경찰에 조사를 부탁했지만 범인이 잡히지 않아 수사가 종결되고 말았다. 나는 이때부터 경제 공부의 필요성을 느꼈다.
함부로 무언가를 구매하는 것에 진한 경계를 느꼈다. 다이어리에 매일매일 소비 행태를 쓰고, 최대한 돈을 모아 왔다. 그러나 이렇게 아껴와도 원점으로 돌아가는 기분을 느꼈다. 예쁜 것만 보면 자꾸만 소비를 충동적으로 하게 되었다. 늘 공부하고, 돈 버느라 힘든데 내 정신건강을 위한 소비 정도면 어때? 이건 내 건강한 마음가짐을 위한 합리적인 소비야! 그렇게 예쁜 걸 보고 한 아름 사서 집에 돌아왔다.
집에 가면 그것을 구석에 처박아 둘 것을 알면서도 예쁜 소품이나 다이어리 꾸미기 용품을 보면 어느샌가 양 손에 들려 있고. 인터넷에서 유명한 극이 바이럴을 타면 두번 세번 보면서 도장판을 채워 가고.
별 자각 없이 살다가 토스의 지출 내역을 봤는데, 내 통장은 계속 마이너스 궤도를 그리고 있었다. 버는 것보다 쓰는 것이 두 배 이상은 되었다. 이대로는 영 안 되겠다 싶어서 최대한 줄일 수 있는 부분을 찾아봤다. 대부분 문화생활이나 관련 기타 소비였다.
이후로 좋아하는 극이 있으면 대 여섯번은 반복해서 보는 나는 꼭 보고싶은 상황이 아니면 발길을 되도록 주저했고, 대신 월 5,500원 수준의 저렴한 OTT를 끊어서 봤다. 세상에는 저렴한 가격으로도 볼 수 있는 콘텐츠가 많았다.
다음으로 한 일은 소품샵을 둘러보느라 언제나 내 취향의 물건을 띄우는 SNS 알고리즘이다. 내가 가장 필요로 하는 학업이나 취업 위주로 콘텐츠를 반복 검색하며 알고리즘을 바꾸었다. 심심할 때면 둘러보는 SNS 화면에 필요한 정보들만 보이니 예전보다 사고 싶은 욕구가 줄어들고, 자연스럽게 구매하는 빈도도 줄어들게 되었다.
나의 씀씀이가 티가 날 정도로 많이 줄어든 것은 아니지만, 예전에 비해 돈 씀씀이가 줄어드는 성과를 보이고 있다. 조금씩 줄여서 여유 자금을 만들어 볼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