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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노이 민언냐 Jun 20. 2023

베트남, 백설공주를 꿈꾸는 닌자들

지지고 볶는 미백                 일러스트by하노이민언냐

태양이 시러어~ 아~ 태양이 시러! (비 아니고 ‘몬스타 X, 셔누’ 번전입니다만..)


아오자이? 놉! 달려라, 닌자! ‘아오 닌자’!

쨍한 하늘, 지글지글 40도를 넘는 뜨거운 하노이! 두피가 타들어가는 햇살에도 머리부터 발끝까지 온몸을 덮고 달리는 그녀들.


하노이는 비가 오기를 반복하더니 6월 말, 본격적인 폭염을 터뜨리기 시작했다. 40도를 웃도는 하노이의 여름은 한국과는 비교불가! 한 달이면 더위가 가시는 한국에 비해 더 강렬하고 오래가기 때문이다. 그래서 여름방학도 더 길다. 한 달? 그걸 어디다 씁니까. 한 달 묻고 더블로 가! 베트남은 무려 2 달! (물론 학원, 공부방이 아이들을 기다리는 건 국룰!)


베트남하면 가장 먼저 떠올리는 것들 중 하나가 바로 ‘오토바이’지 않을까. 8차선 대로를 가득 채우는 오토바이는 그야말로 진풍경이다. 하지만 오토바이 쓰나미보다 더 놀라운 광경이 따로 있었다. 바로 라이더들의 특별한 착장이다. 야무지게 착용한 형형 색깔의 헬멧과 마스크만으로는 부족한 걸까. 가만히 있어도 땀이 줄줄 나는 고온에 머리부터 발끝까지 중무장을 한다. 이쯤 되면 한국의 선캡과 팔 토시는 귀여운 수준이다. 알록달록 옷자락을 날리며 운전하는 모습은 히잡을 떠올리게 하고 말이다. 선글라스까지 장착한 모습은 시야 확보가 걱정이 될 정도다. 대체 어디 가면 살 수 있죠? 차 창밖으로 ‘ Em ơi 엠어이(연하를 부르는 호칭)’를 외쳐 묻고 싶어 진다. 나라면 초경량 복장에 힘쓸 텐데 이해가 가지 않는 건 나뿐인가.

‘아오 닌자‘는 선택이 아니라 생존 필수템! 한 뼘의 노출도 용납할 수 없다.


‘áo chống nắng, 아오 쫑 낭’은 한국어로 ‘햇볕 차단’이다. 하지만 베트남 사람들이 부르는 별칭은 따로 있다. 바로 ‘아오 닌자’! 역시 아오 쫑 낭의 비주얼을 그들도 모를 리가 없었다. 베트남 친구 H와 T가 알려준 ’ 아오 닌자‘란 단어에 무릎을 탁 치는 한국인! 짝 짝 짝! 오늘도 베트남 지식 1점 획득에 성공하셨군요! 그런데 말입니다~ 더위도 불사한 자발적인 닌자로의 변신, 그것이 궁금하다.


첫 번째 이유는 ‘띠아 우베, (tia UV, 자외선)’! 자외선 차단을 위해서다. 베트남은 덥기도 하지만 강력한 자외선으로도 악명이 높다. 선크림으로는 턱도 없다. 사나흘을 멋모르고 헐벗고 활보했다가는 팔과 목이 벌겋게 타고 껍질이 까지기 십상이다. 하지만 ‘닌자 라이더들’ 중 9할이 여성이다. 남성 운전자들은 팔토시나 얇은 셔츠, 쟈켓을 덧입을 뿐이다. 피부 건강때문이기도 하지만 찐 이유는 따로 있었다. 바로  투 더  투 더 미백~ 여느 동남아시아 국가와 마찬가지로 베트남도 밝은 피부톤을 선호한다. 그래서 미백에 관심이 많은 만큼 피부가 그을리는 것을 기피한다.

언젠가 계속 뜨는 M사의 아오 쫑 낭 광고, 알고리즘이란…

허물을 벗은 당신! 밝게 더 밝게 피어나라! Tắm trắng 땀 짱!


한국에서 베트남으로 오기 전 우연히 베한 통역가를 만난 적이 있다. 트레이닝을 받기 위해 하노이에서 부산까지 온 N! 앳된 얼굴의 그녀는 탑 3으로 꼽히는 명문대를 갓 졸업한 수재였다. 하지만 새내기 통역관으로 이번이 첫 한국 방문이었다. 남포동의 먹자골목, 보세 옷가게들 그리고 카페까지! 즐거운 투어에 시간 가는 줄 몰라했던 그녀는 막바지에 접어들 때쯤, 머뭇거리며 핸드폰을 꺼내 보였다. 한국에 오면 손에 넣고 싶었던 ‘화장품 리스트’였다. 이런 게 말로만 듣던 k- Beauty의 위상인가요~ 명품은 몰라도 중저가 화장품만큼은 꽉 잡고 있다는 자신감넘치던 ! 이내 으쓱해져 전문가가 된냥 폰을 받아 들었다. 그러나! 웬걸? 듣지도 보고 못한 상품들이 가득하다.


N, 혹시... 이거... 이름만 한국어 아니지? 


생소한 품목에 비겁한 변명까지 해다. 특히 화이트닝 효과로 유명하다던 한 크림에 눈길이 갔다. 이름부터 패키지까지 ‘백설 공주’를 연상시켜 나도 모르게 웃음이 새어 나왔다. 이외에도 미백을 위한 미백에 의한 노골적인 이름과 마케팅에 놀랐다. 특히 ***크림을 꼭 사고 싶던 그녀! 하지만 국민 코스메틱 매장 ‘올**영’이나 왓* 등 어디에도 없는 아이템이지 말입니다. 결국 여러 매장을 돌아도 끝내 찾지 못했다. 실망하며 어깨를 축 늘어뜨리던 N 아직도 눈에 선하다.

“뱀처럼 껍질이 떨어지고 나면 하얗게 돼요, 찌 민!”


T, H 그리고 나는 종종 점심과 커피 타임을 함께 한다. 여자 셋이 모이면 주로 하는 이야기는 국경을 넘어 똑같지 말입니다. ‘연예인, 연애, 뷰티케어 그리고 유행’이 되시겠다. 이날도 한식당에서 주꾸미 덮밥을 먹은 우리들은 2차로 카페를 향했다. 그리고 본격 수가가 시작된다. 특히 막내에 싱글 레이디인 T는 가장 빠른 유행 소식통이다. 이날도 여러 정보를 공유해 주었는데, 그녀에게서 기상천외한 베트남 스파에 대해서도 듣게 되었다. 화이트닝 중 하나로 이미 여성들 사이에서는 널리 알려진 방법이다. 특별한 기계와 약품을 사용한 스파로 그 원리가 더욱 쇼킹하다. 간단히 말해, ‘피부 태우기‘다. 태닝 기계는 알겠는데 미백에서 왠 ’ 태우기‘? 알고 보니 피부를 태워, 새살을 돋게 하는 것이었다. 더 놀라운 것은 시술 뒤 따르는 과정이다. 뱀이 허물을 벗듯 껍질이 떨어진다는 것이다. 허걱! 머리털이 서는 건 나뿐인가. 거기에 바르기만 하면 하얘지는 정체불명의 크림들도 한둘이 아니다. 하지만 성분과 출처가 불분명한 건 물론 검증도 되지 않아 부작용 또한 만만치 않다. 반복된 기계 사용과 미백 크림으로 피부벽이 얇아져 건조증은 물론 햇볕 알레르기가 생기는 등 일상생활이 불가능할 정도의 부작용이 따른다. 하지만 베트남에서는 아직 이렇다 할 법적 규제가 없다. 그래서 페이스북, 검색창에 ’tắm trắng’을 치기만 해도 엄청난 양의 포스팅이 쏟아지는 것이다. 결국 위험을 감수하고 예뻐지고 싶어 하는 그녀들은 백설공주의 뽀얀 피부를 위해 허물 벗는 뱀이 되는 걸 택한 것이다.

 아무로 나미에 팬은 아는 2018년 파이널 콘서트 dvd와 코세, 아이 팔레트

하노이까지 품어온 팬심 대방출! 오래간만에 아무로 나미에의 2018년 파이널 콘서트 투어 DVD와 KOSÉ 아이 팔레트를 꺼내봤다.


30년 전, 초딩 시절부터 엄마 친구분들은 ‘태닝 했냐, 피부가 까무잡잡하네’하고 많이들 말씀하셨다. 지금 생각해 보면 밝은 쿨톤의 엄마와 비교되어 더 그런 반응을 보이신 것 같다. 그래서일까. 섹시한 피부의 대명사, 이효리와 아무로 나미에에 유독 열광했답니다. 내추럴 본 웜 톤, 백옥 피부와 거리가 먼 1인! 어딜 가나 15도쯤 비스듬하게 걸어온 인생이지만 베트남에서도 앵글이 빗나갈 줄이야. 국경도 ‘선’도 제멋대로 넘나들지만 ‘미의 기준점’만큼은 넘지 못한, 피부가 어두워 슬픈 한국인은 웁니다. 또르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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