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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노이 민언냐 Jul 04. 2023

하몽 옆 낫또 그리고 총각김치가 있는 하노이

하노이, 한인타운 VS 외국인 지역 비교      일러스트by하노이민언냐

“신짜오~ xin chào~”

“안녕하세요, 손님. 멤버십 있으세요?”

“아…네...”



여긴 어디? 낯선 하노이에서 익숙한 한국의 향기가 난다. 베트남에 한국이 있다.

하노이에서는 30 여분이면 한국과 베트남 그리고 유럽 사이를 오갈 수 있다. 순간이동 장치가 생겼냐 굽쇼? 노옵! 차로 도로 몇 개만 거치면 한국행, 쌉 가능이지 말입니다.


다인종, 다문화가 공존하는 베트남! 특히 행정도시이자 수도, 하노이는 최근 대대적인 한국 기업의 투자와 공장 유치로 한국인들이 집중되고 있다. 그래서 일명 코리안 타운이 있을 정도이다. 30분 만에 베트남에서 한국으로 순간이동을 하는 기적이 가능하다는 말씀! 한국과 베트남 그리고 유러피안이 넘치는 이국적인 문화를 체험한 사람이 누구?'잇츠미 It's ME! 쎄 무아 C'est moi! 와따시데스, 私です.' 바로 저랍니다.


양극 아니 다극화된 문화를 품은 도시, 하노이 Hà Nội! 유러피안 밀집 지역인 ‘떠이 호’와 코리안 타운인 ‘경남(미딩)’에서 직접 숨 쉬고 살아본 자의 필터 없는 솔직 용감한 후기가 시작된다.

베트남 사람보다 외국인이 더 많다? 하노이의 외국 ‘떠이호’ Tây Hồ

레지던스 E, 지난 부활절 행사

떠이호는 ‘호 떠이’(서호, westlake), 서쪽의 호수를 끼고 있다. 특히 산책하다보면 드림카인 스포츠카가 여러 대가 주차된 집도 심심치 않게 만날 수 있다. 최근 10년 간 하노이에서 가장 드라마틱한 물가, 땅값 상승을 보인 지역이기도 하다. 15년 전만 해도 온통 연꽃 품은 진흙탕의 연못들(연꽃 차가 지역 특산품이다.)과 크고 작은 논밭이 다였다. 하지만 외국인들이 살며 엄청난 기세로 발전했다. 덕분에 돌아서면 프렌치, 앞서가면 일본어, 그리고 스페인어까지! 영어가 제일 흔한 언어일 정도다. 사방에서 다국적 언어가 가득한 동네다. 떠이호(지역은 떠이호 Tây Hồ, 호수는 호 떠이 Hồ Tây)는 이국적이지만 조용해 자녀가 있는 가족들에게 사랑받고 있다. 게다가 스타일리시한 카페, 레스토랑, 펍 등 핫스폿들도 집중되어 있다. 90프로 이상은 영어 메뉴판이며 직원들 또한 영어가 필수다. 그래서 베트남 엠지세대들에게도 인기 뿜뿜! 주말이면 사진을 찍고 데이트를 즐기는 이들로 가득할 정도다. 특히 외국인들이 많기로 유명한 떠이호의 스벅! 주말이면 수십 장의 사진을 찍는 엠지들로 발 디딜 틈이 없다. 유러피안을 배경으로 찍은 사진은 SNS에서 인기가 많다나~ 떠이호가 베트남 사람들에게도 이국적인 핫플로 증명되는 순간이다.

다듬어지지 않은 자연스러움, 떠이 호! 반려견의 천국!


바람이 불면 스르륵 흔들리는 나뭇잎 소리가 들리고 짱짱한 매미 소리가 여름 내내 울린다. 그래서일까. con chó, 꼰 쬬, 개가 많다. 특히 대형견이 상당히 많다. 40년 넘게 살며 망아지만 한 녀석들을 이렇게 자주 목격한 건 처음이다. 평생 만날 아이들을 하노이에서 다 본 기분마저 든다. 반려 동물을 위해 떠이호로 이사하는 가족들도 있을 정도다. 사실 하노이에도 애완동물을 금지하는 레지던스가 꽤 많다. 하지만 떠이호는 애완동물에 개방적인 분위기다. 외국인 수의사들이 있는 국제 동물 병원도 자주 볼 수 있다. 물론 거리에 소똥만 한 개똥이 지뢰처럼 널려있단 건 안 비밀! 처음 이주일은 아이들도 나도 개똥 칠갑의 거리에 겁을 먹기도 했다. 하지만 인간의 적응의 동물이 아닌가. 나중엔 돌 보듯 초월한 경지였다. 이럴 때 필요한 건, 바로 두 눈 질끈 감기! 그리고 발레리나가 된 듯, 발끝을 들고 가볍게 점핑하기라는 생활의 지혜는 덤이다.

다양한 식문화, 각국의 식재료와 레스토랑!


미식가들이라면 더욱 환호할 외국 식재료의 향연 또한 떠이호의 자랑거리다. 한국이라면 백화점이나 고급 레스토랑에서나 만날 식재료가 동네 슈퍼에 툭 앉아있다. 일본, 이탈리아, 스페인, 프랑스 등 직수입 재료를 쉽게 접할 수 있다. 물론 베트남의 악명 높은 관세로 가격이 더 비싸다는 건 어쩔 수 없다. 바다 건너면 1.5 배에서 2 배까지 뛰어버리는 마력의 수입품! ‘ANNA Gourmet Market’에서 스페인산 하몽, 프렌치라면 모두가 아는 국민 쿠키 ‘뤼 LU’를 사고 MINI MART에 들러 낫또 세 팩을 손에 든다. 오는 길에는 한국 마켓 ’K Market’에서 모두의 김치 ‘종**’의 총각김치를 안고 귀가하는 식이다.

코앞 동네 카페가 하노이의 커피 맛집!


맛있는 커피와 세련된 카페들이 많은 떠이호! 굳이 차를 타지 않고 걸어서 갈 수 있는 멋진 곳이 많다. 그래서 동네 친구들과 번개 브런치도 가능하다. 특히 1분도 걸리지 않던 2층 건물의 라테! 그리고 유러피안과 동양인들의 입맛을 모두 사로잡은 ‘Capella’, 10분이면 동서고금 막론하고 사랑받는 달콤한 초콜릿의 결정체인 ‘Marou Chocolate’까지… 떠이호에서 이사를 나오고 알아버린 은혜로운 카페들! 어느새 밀려드는 그리움에 눈물이 흐른다. 역시 놓쳐봐야 진가를 통감하게 되는 진리를 깨닫는다.

호수를 끼고 조깅을 하거나 자전거를 타고 주말 오후에는 테니스를 친다. 이게 바로 영화 같은 멋진 삶, 아닌가요?​
마로우에서 쿠킹 클래스 중인 쩡이와 M

이런 사람들에게 찰떡인 떠이호!


장기 거주를 위해 오기도 하지만, 하노이 한 달 살기도 많이들 꿈꾼다. 블로그에 종종 지역을 추천받고 싶다고 댓글도 많고 말이다. 외국 생활을 만끽하고 싶은 분들은 주로 떠이호로 추천한다. 외국인 이웃을 곁에 둘 수 있기 때문이다. 아이러니하게도 떠이호는 베트남어보다 ‘온리 잉글리시‘로 살게 된다. 일본인도 많지만 영어를 선호해, 일어보다는 영어를 쓰게 된다. 한인 타운 5성급 호텔 리셉션보다 매일 가던 떠이호, 카페 직원이 영어를 더 잘하는 것도 포인트다. 사실 한인 타운의 호텔 직원들은 영어가 상당히 부족하다. 베트남에서 영어를 논한다는 게 이상하게 들리지만 말이다. 베트남어로 말해도 영어로 대답이 돌아오는 곳이 바로 떠이호다.

하지만 떠이호에는 치명적 단점이 있다. 해외생활의 로망과 함께 불편함도 절감하게 된다.


마트 투어는 숙명! 장 보는 게 하루의 대업! 치킨 배달이 뭐죠?

한인 타운인 미딩에 한 식재료와 반찬 가게, 배달 음식점이 집중된 하노이! 차가 막히면 40분은 더 걸리는 떠이호까지 배달을 오는 가게가 손에 꼽힐 정도다. 동네 마트는 많지만 여기서 감자를 사면 저 가게에서 실한 버섯과 잘 다듬어진 콩나물을 사는 등 파는 품목도 제각각이다. 하여 장 보는 데, 한나절을 쏟게 된다. 온라인 쇼핑을 지양하며 직접 보고 고르는 오프라인 쇼퍼지만, 쨍쨍한 햇살 아래 짐을 나르자면 팔과 땅이 늘어나다 못해 땅에 질질 끌릴 것만 같다. ‘원피스’의 고무고무 인간이 되지 않을지 걱정하던 게 하루이틀이 아니지 말입니다. 한층 두꺼워진 도드라진 이두근은 또 어디에 쓰나. 결국 언니의 통 큰 선물로 받은 명품 ‘구ㅉ’ 백팩에 쌀을 싣고 다녔다. 아끼던 명품 백팩도 소중하지만 당장 새끼들 밥은 먹여야 하잖아요~

배달 음식의 접촉을 피하게 되니 건강하게 잘 먹겠지..라고 생각하면 큰 오산이다. 부엌에서 지내는 시간도 길어지니 자체 식단 미니멀리즘이 된다. 또르르~ 한인타운에서는 브랜드 별(ㅂㅂㅋ, ㄱㄴ 등) 넘치는 치킨도 남편이 회식 뒤 테이크어웨이로 사 온 게 다였다. 그렇게 귀한 걸음 하신 치킨이지만 막상 집에서 오픈하면 텁텁하게 식어 제맛이 나지도 않더라. 치킨의 생명은 바삭함과 온도 아닙니꺄. 결국 쩡이와 쭌이는 하노이 치킨에 큰 감흥을 보이지 못했다. 3년 반을 넘는 시간 동안 치킨을 먹은 건 다섯 손가락에 꼽힐 정도니 이건 치맥의 민족에 위배되는 삶이야. 엄마가 미안~

한국 교육 인프라의 불모지! 사교육과 담쌓고 분노의 엄마표 교육할 준비되셨나요~

잘 살던 떠이호를 등지고 한인타운으로 이사한 가장 큰 이유가 바로 교육이었다. 테니스, 수영, 피아노, 바이올린, 외국어 등 예체능은 베트남 선생님들(영어 가능)을 소개받기 쉽다. 심지어 잘 가르치고 수업료도 한국인 강사들보다 저렴하다. 아이들도 만족도가 높고 말이다. 하지만 한국 교육 과정 대비할 수업은 전무하다. 한국 교육의 불모지라고나 할까. 온라인과 엄마표로 꾸역꾸역 버틴 우리 아이들에게 치어스! 지금 돌아보니 무모할 정도로 용감한 선택이었다. 원래 모를 때, 용자가 된다. 경남 일대의 학원가를 돌고 보니 알겠더라. 귀임 전, 이사는 필수라는 것을 말이다. 학원은 한국이 최고란 건 말모말모~

언어의 장벽!

영어 울렁증이신가요? 베트남어는 몰라도 영어는 모르면 확실히 불편하다. 직원들은 물론 코앞 동네 카페에서도 모두가 영어로 대동단결! 베트남에서 영어가 더 잘 통하는 건, 어느 나라 법이죠? 하지만 세상은 넓고 스위트한 외국인은 많다. 친밀한 대화를 나눌 친구까지는 아니라도 다른 인종의 이웃을 마주하는 일상은 이색적이다. 사실 한국인끼리도 모두 친구 먹자고 하진 않잖아요. 살다 보니 언어 장벽보다 더 넘기 힘든 게 바로 인격 장벽이라 깨닫는 1인이다.​


특히 한인 타운의 중심인 미딩에 비교할 바는 아니지만 조용하던 떠이호도 점점 번잡해지고 있다. 특히 5년 전에도 하고 있었다는 도로 공사는 끝이 보이지 않는다. 외국인들과 베트남 엠지 세대의 주목을 받은 덕분에 물가도 쑥쑥 오른다. 장사가 되니 주택가를 허물고 새로운 레스토랑과 가게, 카페도 늘고 말이다. 하루아침에 눈앞의 건물이 허물어져 뼈만 앙상하게 남기도 한다. 밤낮 없이 반복되는 공사로 먼지바람과 소음이 마구 쏟아지고 말이다. 네버 엔딩 도로 공사에 대로인 수안 지에우가 정체되어 퇴근길은 날이 갈수록 더 막히는 중이다.


한인 지역, 칼리다스(경남 아파트)

에브리싱 이즈 이이지이~ 장보기? 요리? 그게 뭐죠? 주말은 무조건 외식!

‘딩동~’

“우와~ 벌써 배달이 도착했나? “


중딩 아들과 초딩 딸은 여름 방학이 되고 부쩍 야식에 재미를 붙였다. 밤만 되면 소화가 두 배로 되는 걸까. 방금 먹은 저녁이 무색하게 간식, 과자가 고픈 아이들! 덕분에 괴로운 건 인생과업이 다이어트인 엄마랍니다. 또르르~ 늦은 밤에도 노 워리, 걱정할 필요가 없다. 치킨, 수육, 족발, 분식까지 시킬 수 있으니 말이다. 특히 1층 케이마트는 카톡 한 통으로 주문이 가능하다. 배달원이 직접 카드 결제 기계까지 들고 문 앞까지 달려오는 거, 실화냐. 문명의 이기를 이제야 맛보는 1인은 매일이 경이로움의 연속이다. 생각보다 더 한국 생활과 닮았.. 아니 더 편할지도 모른다. 징글징글한 장 보기와 셀프 짐 나르기에서 해방된 엄마에게 브라보~ 이래서 케이 컬처가 대세인가 보오~ 편리함이 100점 만점에 오십억 점! 집 앞까지 치킨은 물론 자장면까지 똿! 안 되는 건 없다. 여기 베트남이 맞나요? 한국보다 싼 물가를 반영한 가성비 좋은 반찬은 또 어떻고?! 문 앞까지 배송되는 신속함과 정확성에도 물게 박수를 짝 짝 짝! 한국어가 가능한 직원들 덕분에 언어적 이질감도 전혀 없지 말입니다. 이사를 오고 두 달이 지났지만 여전히 감동하는 중이다.

아이들은 학원! 엄마들은 럭셔리 마담의 본격 취미 생활!


“Min, why are all koreans playing golf?”


베트남에서 이거 안 하면 바보라는 필수 항목, 베스트 3가 있으니, 첫째는 골프, 둘째는 ‘엠어이, em ơi(동생을 부르는 호칭으로 집안일을 도와주는 헬퍼를 지칭한다.)’ 그리고 마지막이 ’ 네일 nail‘이다. 하지만 그중 2.5를 하지 않는 그‘바보’가 바로 나다. 인건비와 물가가 싸기에 한국과 비교가 되지 않기 때문이다. 특히 대국민 스포츠! 열 중 아홉이 즐기는 럭셔리 취미의 대명사, 골프는 필수 코스다. 떠이호에 있을 때도 프렌치 절친 P와 그의 남편 N은 가끔 묻곤 했다. “민, 왜 한국인들은 다 골프를 치는 거야?”라고 말이다. 특히 아마추어 축구팀까지 가입한 N은 알아주는 스포츠맨으로 유명했다. 하지만 프랑스에서는 ‘할아버지들의 운동‘이란다. 노후에 치려고 아껴둔다고 웃으며 덧붙였다. ”다꼬흐, D’accord(동의합니다)! “ 개취는 존중되어야지, 모나미 mon ami(내 친구)! 이사하고 골프에 1도 관심이 없던 나도 흔들렸던 적이 사실 있다. 골프 패션에 반한 것이다. 아이들이 등교하면 저마다 예쁜 골프복을 입고 가방을 끌고 나오는데, 크으~ 그 모습, 눈부시다. 찰랑찰랑 떨어지는 하의에 니삭스, 깔끔한 핏의 상의까지! 취향 저격에 가슴이 두근! 한 번 배워볼까 고민했지만 하노이 라이프가 후반기에 들어섰기에 눈물을 머금고 포기했다. 골프 러버들에겐 파라다이스인 셈이다. 하노이의 3대 유희 중 하나인 골프! 당신도 할 수 있다.(라고 하지만 정작 골알못입니다.)


이외에 베트남어, 영어 회화, 미술, 필라테스, 바리스타, 마사지 등 다양한 취미 생활이 경남 빌딩과 미딩 지역에 집중되어 있다. 부지런히 다니면 24시간이 모자라~ 백수가 객사한다는 말처럼 열띤 취미로 가득한 일상이 가능하다. 게다가 직원들은 한국어를 너무 잘한다. 외국어 포비아의 걱정 따위 넣어둬~ 한국어는 물론 카톡으로 한큐에 상담 완료! (한국인 오너가 운영하는 시설도 많아 서비스나 직원 관리도 철저하다. 한국 서비스, 최고!)

누가 뭐래도 케이 에듀케이션이 최고! 하노이 한국 학원이 초집중된 경남!

야들아, 그동안 마이 놀았다이가~ 레츠 고 투 더 학원!

온라인과 엄마표로 끈질기게 느슨하게 버텨왔지만 더 이상 지체할 수 없다. 학원을 가야 한다. 세계 사교육 분야 넘버 원이란 게 다시 입증되는 케이 - 학원 문화! 하노이에서도 만날 수 있다.

개인적으로 자녀 교육 문제가 아니면 떠이호에서 나오지 않았을 가능성이 99.987%! 해외에 쭉 살거나 유학생들은 열외다. 하지만 대부분은 체류 기간이 3 년에서 5년으로 정해져 있다. 그래서 중고등학생들은 귀국 전, 한국 교육 과정을 위한 대비가 필수다. 어디를 가나 학원의 늪은 벗어나긴 힘들다. 요즘에는 초등학생들도 엄청난 학업의 소용돌이 속에 살고 있는 중이지 말입니다. 교육관이 상당히 이상주의자인 나에 비해 남편은 현실주의자이다. 그래서 엄마가 허공을 둥둥 떠다니면 늘 바닥으로 내동댕이 치는 게 아빠의 몫이다. 먼저 귀임한 동료, 선배들이 많다 보니 자연스럽게 현실 조언을 많이 듣는 것이다. 뼈 때리는 현타에 눈을 뜨고 서둘러 플랜을 짜는 남편! 칼리다스 이사도 남편이 준비했다. 이마저도 단 2주로 속전속결이었다. 떠이호를 너무 애정했기에 서운한 마음과 반발심도 강했지만 잘 지내고 있다. 사실 한국생활 적응을 위한 예행연습이라 생각해도 무방하다. 모든 시설, 문화, 시스템이 한국과 흡사하다. 중딩이 되어서야 친구들끼리 처음 식당을 간 쭌이! 브라보~

일요일이면 가는 한국식 팥빙수 가게

너만 보인단 말이야아아~”

에고의 인간화인 ‘민언냐’! 남편은 엄마 경력 13년을 지난 나를 보고 감탄한다. 하노이에서 블랙핑크의 콘서트가 있다는 기사에 호들갑을 떠는 만 11세 쩡이와 만 42세의 엄마란! “집에 딸이 둘이네~ 큰딸, 작은 딸!”이란 팩폭을 던지는 남편! 그는 자녀 중심이 아닌 여전히 ‘me’ 중심인 내게 여전히 놀란다. 하지만 나름의 교육관이 내게도 있다. 바로 ’쩡이, 쭌이만 보기‘다. 거의 매일 놀던 동네 친구를 떠이호에 두고 온 쩡이에겐 미안하지만 쭌이는 떠이호에서 1년 남짓을 외톨이 생활을 했다.(친한 일본인, 프랑스인 친구들이 모두 돌아간 지 어언~ 1년이다.) 쭌이는 중1로 같은 반 친구들은 모두 칼리와 경남에 있다. 초등 고학년만 넘겨도 롱비엔이나 떠이호에서 경남, 미딩 지역으로 이사하는 것이다. 그리고 학원과 함께 한국의 10대 문화를 더 가까이에서 접할 수 있다. 하노이는 고작 가봐야 노래방, 롯데**, CGV극장이라고 하지만 떠이호와 비교하면 확실히 더 독립적인 건 사실이다. 이사 오고 처음으로 친구와 함께 1층 스벅에서 만나기로 한 날! 우쭐해하던 쭌이의 얼굴이 아직 잊히지 않는다. 제법 10대스런 생활을 시작한 것이다. 하지만 쩡이는 신나게 놀던 동네 친구 M과 더 이상 놀 수 없어 쓸쓸해했다. 물론 주말이면 놀러 오지만 매일 놀던 때와는 다르다. 그러나! 나름의 유희가 생겼다. 내추럴 본 한식 러버, 쩡이는 다양한 한식당으로 외식에 눈을 떠버린 것이다. 한국식 중화요리, 한식당, 문방구, 베이커리와 팥빙수 등 이렇게 식욕이 왕성할 줄이야! 특히 딸이 한동안 1층 작은 문방구를 도장 찍듯 드나든 것 안 비밀! 그리고 최근 쩡이도 1살 차이의 언니들과 셔틀버스에서 친해진 모양이다. 학원 가는 길에 마트에 함께 들러, 껌을 사는 게 다이지만 말이다. 인터폰으로 서로 연락하고 약속을 정하는 게.. 뒤집어지게 러! 블! 리! 사랑스럽다, 크흑!


편리함과 맞바꾼 교통체증!

학교와 멀어도 너무 멀다. 학기 말이 되면 유독 학부모 행사가 많은 국제학교! 한 번은 8시 45분까지 학교를 가야 했다. 하지만, 교통체증을 말로만 들었지 이렇게 막힐 줄이야! 멀미 나는 거, 나만 그래? 그렇게 서둘러서 길을 떠났지만 더 일찍 나왔어야 했다. 출근길은 그야말로 아비규환! 9시 10분에 출발했지만 9시 도착했다. 악명 높은 러시아워를 말없이 감내하는 남편에게 치어스~

48층에 로비? 49층은 저층? 1층 가는데, 엘베 환승이 필수?

경남 아파트와 칼리다스는 한국인 전용 아파트라고 해도 무방할 정도로 한국인 가정들이 점유하고 있다. 특히 이사 온 칼리다스는 48층부터 로비와 객실이 있단 걸 이사 오고야 알아버렸다. 50층 이하가 저층이라니! 9층 살다 온 1인은 현기증부터 났다. 흐린 날의 연속이던 지난 4월! 이사 오고 알았다. 하노이는 고담시티였다. 아침에 눈을 뜨면 시야가 뿌연 안개로 가득했다.  2달가량 편두통을 달고 살았다. 나만 그런가 했더니 다른 이웃도 두통을 호소하며 초반에는 적응기가 필요했다고 한다. 뷰가 없는 고층 아파트라니! 고층 하면 풍경이라는 공식을 바사삭 깨버린 게 바로 하노이다. 그래서 제아무리 흐린 날씨도 나무가 보이던 떠이호가 그리운 건 어쩔 수 없다. 고층에 살다 보니 고군분투 엘리베이터 탑승 또한 빠뜨릴 수 없다. 대기 시간도 길고 등하교, 출퇴근 시간의 승강기 러시는 엄청나다. 적극적이고 진취적인 발걸음이 아니면 타지 못하고 뒤로 밀리고 또 밀린다. 결국 집에서 1층까지 내려가는 데만 10분이 걸리기도 한다. 헉헉, 생각만 해도 숨차지 말입니다. 특히 칼리다스는 1층에서 48층 그리고 48층에서 60층의 객실까지 가는 엘리베이터가 따로 있어 반드시 환승해야 한다. 안전 문제로 모든 계단 통로는 잠그고 말이다. 하지만 예외로 49층에서 로비인 48층까지 내려가는 통로만은 열려 있다. 단 한 층만은 열려 있는 것이다. 문은 닫히면 자동으로 폐쇄되는 시스템으로 한 번 열면 돌아갈 수 없어 1층까지 도보로 내려가도록 되어있다. 하지만 하루는 직원의 실수로 48층 통로가 잠겼다. 그리고 이날 핸드폰을 두고 간 아들은 꼼짝없이 갇히기도 했다. 그렇게 학원에서는 오지 않는 아들의 안부를 물어왔고 나선 지 40분이 넘게 무소식인 쭌이를 찾아 나서는 경험을 했다. 아들의 어이없는 실종은 48층 계단의 통로를 잠근 직원의 실수에서 비롯되었고 말이다. 엘리베이터로 시작해 엘리베이터로 하루를 끝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디렉트로 한방에 1층에서 방으로 갈 수 없다는 번잡한 고층 살이를 하노이에서 할 줄은 꿈에도 몰랐다.



산책로? 테니스장? 제로! 길을 건너기 위한 목숨 건 대로만 있을 뿐이다.

호떠이의 동네친구 M과 실내 테니스

산책은 바라지도 않아! 팡팡, 라켓으로 공을 쳐내는 타격감과 뜨거운 재회를 하고파.


실외 테니스장이 경남 아파트에 있다. 하지만 입주민만 허용되며 정해진 강사만 수업을 할 수 있다. 뭔가 상당히 복잡해! 발에 차이는 게 테니스 코트던 떠이호가 그립다. 물론 실내 테니스장도 있다. 하지만 스크린 골프처럼 실내 테니스적인 느낌이랄까? 카톡 한 통으로 예약이 가능하고 입장과 동시에 시원한 에어컨과 대형 선풍기 바람에 감탄한다. 친절한 베트남 직원은 한국말로 응대하며 얼음물도 한 잔씩 내어 오고 말이다. 하지만.. 뭔가 간지럽다. 뜨거운 태양 아래 헐떡이며 치는 테니스가 더 좋은 아날로그 감성의 소유자, 민언냐는 스르륵 그저 뒷걸음질 친다. 게다가 교습비가 떠이호에 비해 비싸다. 일명 한국인 프리미엄! 테니스뿐만이 아니라 베트남어 수업도 1.5배로 비싸더라.  


동네 카페? 스벅만이 답인가!

카페가 마땅치 않아 1층의 스타벅스는 늘 붐빈다. 한국인들의 사랑방이랄까. 로컬 카페에서 2천 원에 박시우 한잔이 유일한 낙인 한국인은 슬프다. 쩡이와 쭌이는 대형 글로벌 커피 브랜드인 스타벅스에 이미 푹 빠졌지만 말이다. 스벅의 프라푸치노와 아이스 초콜릿이라면 자다가도 벌떡 일어나는 아이들~ 제발 참아다오! 사실 6월부터 소심한 ‘1인 스벅 불매 운동’을 했다. 가격도 비싸지만 스텝들이 하나같이 불친절하다. 하루는 친구와 스벅에서 만나 학원을 간다며 일찍 나선 아들! 하지만 수업 시간이 다 돼도 오지 않자 원장님이 연락을 주셨다. 설마 하는 마음에 1층의 스벅으로 달렸다. 역시! 주문한 음료를 하염없이 기다리기만 한 순둥이들! 결국 카운터에 이야기하니 ‘아이 콘택트’는 1도 없다. 내 말을 계속 끊으며 영혼 없는 ‘쏘리‘와 고개 끄덕임만 논스톱으로 시전 했다. 손님도 없는 한산한 시간이었는데 말이다. 가뜩이나 눈물 나는 가격으로 복통을 유발하는 스벅이건만! 이럴 때는 따뜻한 미소와 서비스를 장착한 떠이호 스벅이 그립다. 친절은 바라지도 않아. 그저 본업에 충실해 주길! 지난 일요일에는 남편의 카페 모카 주문도 빠뜨렸더라~



‘으아~’ 내 안의 중년 아저씨를 깨우는 그것! 아이 엠 코리안!


이런저런 불평을 이사 뒤 입에 달고 사는 시니컬한 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뼛속까지 한국인임을 절감한 순간이 있다. 몽글몽글 뜨끈한 물을 채운 욕조에 몸을 담그는 순간! 그래, 이거야! 그동안 잊고 지냈던 안락함에 온몸의 피로가 풀린다. 떠이호의 과하게 크고 약한 수압의 욕조는 반신욕을 방해했다. 하지만 한국식 욕조는 다르다. 아담한 크기에 물 한 방울 낭비할 틈이 없다. 내 몸에 맞춘 듯 딱 맞는 사이즈, 팔을 걸기 알맞은 높이 그리고 목을 뒤로하고 눕기 좋은 나선형 구조까지! 군더더기 없는 욕조에서 천국을 맛본 것이다. 반신욕을 하며 아이덴티티를 찾을 줄이야. 게다가 자동적으로 방치해 둔 노오란 때타월로 주섬주섬 뻗는 손이란! 역시 한국이 최고야!

피. 에스.이지만 나름 총평!

장단점은 어디나 있다. 지극히 개인적인 피드백으로 여전히 편의성에 익숙하지 못하고 감탄하는 중이다. 그동안 하노이에서 뺄 수 없었던 떠이호는 ‘하노이의 외국’으로 다국적 인종의 총집합이다. 하지만 편의성 제로의 아날로그적 떠이호가 누군가는 지루하고 불편하다고도 한다. 제대로 된 한식당은커녕 배달도 잘 되지 않는 지역이니 말이다. 떠이호에도 케이 마트가 배달을 하지만 가능한 시간과 날짜가 제한적이고 배달 오는 정육점, 마켓이 적다. 시간이 정해져 있고 말이다. 떠이호는 하수도, 도로가 아직 열악해 비가 조금만 와도 건물 주위가 홍수급으로 침수된다. 그래도 여전히 떠이호가 그립다. 3년 반의 변방 생활을 정리하며 우울함의 끝도 봤지만 심연의 우울을 논하기에 오늘의 나는 너무 활기차다. 쿨럭~ 달콤한 배달 음식에 취해 요리와 점점 멀어지는 중이다. 데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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