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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노이 민언냐 Jul 12. 2023

블핑, ‘바비’에 베트남이 뿔났다 -구단선

베트남, 이유있는 반중감정              일러스트by하노이민언냐

“뚜루뚜루뚜루~ 아예에~아예에~”

빛이 나는 쏘올로오~”


블랙핑크로 후끈한 열기가 가득한 하노이! 너울너울 크고 작은 그림자가 거실을 활보한다. 원곡자의 의도에 크게 반하는 댄스 타임, 캔 유 삘 마이 헐트빝?


케이 팝의 인기는 두말하면 숨차다. 유치원생들도 아는 동남아시아에서의 한국 가수의 위상이란! 그리고 지난 5월 28일, 블랙핑크의 첫 단독 콘서트가 방콕에서 열렸다. 초특급 태국 배우들도 앞다투어 티켓을 사고 공연 인증숏을 업로드하며 SNS가 뜨거웠다. 얼마 전 브루노 마스의 공연에서 한국 스타들이 대거 관람한 게 오버랩되는 순간이다. 한국도 세계적 수준이 된 건가~ 멋대로 으쓱하며 수출용 애국심을 수혈하곤 했다. 많은 베트남 팬들 또한 태국까지 가서 관람을 했다. 인기를 생각하면 놀랍지 않다. 특히 리사는 계급 사회인 태국에서 ‘평민 출신’으로 최고의 자수성가로 손꼽힌다. 이게 바로 태국인들이 리사를 보고 열광하는 이유다. 그런 블핑이 드디어! 월드투어 ‘Born Pink’ 추가공연으로 하노이에 상륙한다. 7월 29일과 30일 , 가까운 ‘미딩 스타디움 Mỹ Đình Stadium ’에 말이다. 우리 동네에 슈퍼 울트라 월드 스따아~가 뜬다고? 신문 기사를 읽으며 쩡이와 나는 가슴이 둑훈둑훈!!

Sunday Việt Nam News

대서특필된 기사를 쥐고 한참 열띤 토론을 벌이는 두 모녀.. 아니 두 소녀! 그 곁에는 ‘거친 생각과 불안한 눈빛’의 한 남자가 있어~


“블핑 콘서트한다고 들었는데.. 이럴 줄 알고 일부러 얘기 안 했구먼.. 쯧~” 자네, 세상에 영원한 비밀은 없다네! 8월이면 가족, 친구들의 하노이 방문이 줄줄이 계획되어 있다. 여행 경비 지출을 거듭 언급하며 열심히 현실자각을 촉구하는 남편! 못해도 이십오만 원은 넘을 공연이라는 말도 덧붙였다. 금액까지 밝히며 현타 폭격을 총동원하지만… 이미 늦었네. 쩡이도 나도 이미 콘서트장에서 야광봉을 흔들고 있다. 만으로 해도 마흔을 훌쩍 넘은 엄마, 열한 살 하고 일 개월 지난 딸은 막귀가 된 지 오래다. 남편의 절절한 아우성은 타격감 제로였다. 최애 멤버에 콘서트에 입을 옷까지 논한다. 흥얼흥얼 노래에 둠칫둠칫 어깨춤은 덤이다. 이런 의기투합은 블핑, 네가 처음이야! 결국 딸바보에 애처가 남편은 부들부들 떨며 핸드폰에 검색을 한다. 티켓 가격을 알아본 것이다. 티켓팅은 오픈 전이지만 사람이 꿈은 꿔줘야지. 걸즈, 비 엠비셔스!


그렇게 몰아치는 불핑 돌풍! 그날 뒤로 열심히 빛나는 쏠로를 목놓아 외치는 쩡이와 민언냐랍니다.

영화 Barbie 포스터

핑크핑크, 세상에 없는 판타지 월드를 보여주는 영화 ‘바비 Bravie‘가 상영금지?!


비주얼과 연기력, 다 되는 라이언 고슬링과 마고 로비! 이 조합, 절대 놓칠 수 없다. 특히 ‘라라랜드’ 속 현란한 발재간과 피아노 실력, ‘드라이브’에선 남성미 폭발하는 액션에서 바로 애절한 멜로 눈빛을 장착한 라이언 고슬링이 ‘켄 Ken’ 이란다. 어맛, 이건 봐야 해! 사실 영화 ‘바비’는 ‘갭’ 의류 매장의 콜라보 제품을 보고 알게 되었다. 핑크에 화이트 ‘바비’ 로고가 프린팅 된 데님 스커트와 상의에 가슴 뛴 1인! 개봉하면 방학 때 쩡이와 봐야지 결심했다. 아이보다 엄마가 더 설레는 사심 폭발, 방학 계획이다.


밥상보다 더 자주 엎는 예상! 베트남은 호락호락하지 않아~


베트남에서는 밥상보다 더 자주 엎어지는 게 예상이라지. 소박한 ‘써머 투 두 리스트 Summer To Do List’에 실금이 쩌억~ 가버렸다. 바비가 상영 금지작으로 땅! 땅! 땅! 낙인이 찍혀버린 것이다. 악! 기승전 온 세상의 핑크화를 표방하는 영화 ‘바비‘가 상영 금지라굽쇼? 유해함이라곤 1도 느껴지지 않는 포스트를 보라! 남녀 금발 배우가 핑크 칠갑에 건치 미소까지 대방출하고 있잖아! 아무리 봐도 사상적 이슈와는 연결이 안된다. 응어이 한꾸억 người Hàn Quốc은 이번만큼은 정말 모르겠다.

GAP 공식 인스타그램 캡쳐

소의 혀’에 반기를 든다. Nine dash-line, 남해구단선!


중국이 내건 지도 한 장에 모두가 분노의 중이다. 바로 남중국해에 멋대로 찍어버린 ‘아홉 개의 점선 Nine dash-line’이 범인이다. 이른바 중국 구단선, Nine-dash line으로 불리는 U자형의 점선은 ‘소의 혀’를 닮아 우설선으로도 불린다. 이는 중국이 80 프로 아니 90 프로에 가까운 바다에 아홉 개의 선을 그으며 시작되었다. 그들만의 해상경계선을 만든 것이다. 땅따먹기룰이 있는 법인데,  몇 개 더 긋는다고 하루아침에 내 땅이 될 리가 없다. 2016년 헤이그 국제 사법재판소는 중국의 주장을 기각했다.


하지만 중요한 건 꺾이지 않는 의지라고 했던가. 중국은 더 치밀한 작전을 짠다. 침범 전략과 인공섬 건설에 군사시설 건설배치까지! ‘코로나’로 온 세상을 뒤흔들더니 이젠 바다에 핵폭탄을 던지는 중이다. 중국이 고집하는 해로는 막대한 에너지 자원이 내재되어 있다. 또한 세계 해상 교육 물량의 25프로, 원유 수송량의 70프로가 통과하는 중요한 해상 통로이기도 하다. 구단선은 자원과 무역 항로의 중심을 독차지하려는 야망을 반영한 것이다. 덕분에 주변국들은 영토 주권을 둘러싼 갈등이 끊이지 않고 있다. 베트남, 필리핀, 타이만, 말레이시아 그리고 브루나이까지! 나라 하나로 끝날 일이 아니여~


그래서 베트남에서는 ‘소의 혀’라면 콘서트든 영화든 올 스톱이다. 한 번은 넷플릭스에서 방영 중이던 드라마가 중단된 초유의 사태도 있었다. 드라마 ‘파인 갭’에서 극 중 등장한 남해구단선 지도가 문제였다. 거센 반발과 항의로 결국 베트남 내 방송이 아예 멈췄다. 이뿐만 아니다. 2021년 H&M이 홈페이지에 남해구단선을 표기하자 전국 불매운동이 일었다. 2019년 드림웍스와 중국 제작사 펄스튜디오의 공동 제작 애니메이션 ‘어바미너블’도 같은 이유로 상영 전면 취소했고 말이다. 규제는 미디어에만 그치지 않는다. 호찌민 모터쇼에서도 강경한 개입이 있었다. 바로 폴크스바겐 차량에 탑재된 내비게이션이 문제였다. 남해구단선이 등장한 것이다. 베트남 관세총국은 곧바로 수입 업체에 벌금을 부과와 영업정지 처분까지 내렸다.  


낯설지 않은 먼 나라 이웃나라 이야기! 어디서 본 듯 들은 듯 익숙하다.


문득 독도분쟁을 둘러싼 한일 관계가 연상된다. 독도를 일본 영토라며 ‘타케시마’라고 하질 않나, 동해를 ‘일본해 Japanese Sea’라 하질 않나. 왜곡된 세계지도가 외국을 떠도는 걸 보면 분노의 혈압 상승, 뒷목 잡기는 덤으로 찾아온다. 사실 베트남은 유독 반중 감정이 깊기로 유명하다. 약 천 년 동안 지배받은 역사를 이유로 들기엔 전쟁과 지배의 흔적이 있는 프랑스, 미국, 일본에 비해 감정의 골이 너무 깊다. 특히 한국은 베트남 전쟁에서 적군인 미국과 손을 잡은 참전국이 아닌가. 물론 한국과 미국, 프랑스, 일본을 향한 반감이 아예 없는 건 아니지만 반중 감정에는 비교가 안된다.


노브레이크 중국! 이러니 반(反)하지 안반(反) 하나?


유독 중국을 향한 반감이 큰 베트남, 하지만 영토 문제에서 끝이 아니다. 국경이 닿아있는 베트남 북부지역은 중국의 인신매매 조직때문에 몸살을 앓고 있다. 남녀 할 것 없이 유아동에서 청소년까지 하루아침에 바람처럼 사라지곤 한다. 한번 유괴되면 돌아올 가능성은 거의 없다.


거기에 중국은 ‘메콩강’ 상류에 댐을 세우며 수자원 마저 쥐고 흔들려한다. 메콩강은 동남아시아의 젖줄로 베트남, 태국, 캄보디아 등을 흐르는 최대의 강이다. 7000만 명 이상을 책임지는 생명수를 댐으로 막아놨으니 피해가 이만저만이 아니다. 최근 인근 지역이 극심한 가뭄과 물 부족으로 고통받는 건 물론 곡창지대까지 피해를 입고 있으니 말이다. 늘 한 발 더 나가는 중국이 국제법을 무시한 ‘구단선’까지 얹었으니, 반(反)하지 안반(反) 하나? 중국에 우호적이기는 미션 임파서블급 난이도다.

좌 CNN 뉴스, 우 Việt Nam News

Blackpink concert in question over nine-dash line


블랙 핑크 월드 투어를 향한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취소를 요구하며 불매운동까지 이어질 위기다.  문제는 공연 주최자인 iME 엔터테인먼트의 공식 웹사이트에서 시작되었다. 남해구단선 지도가 표기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중국에 본사를 둔 다국적 기업인 iME 엔터테인먼트는 공식 사과와 함께 빠르게 지도를 삭제했다. 발 빠른 대처를 했지만 언론매체는 여전히 지도를 언급하고 있다. 미딩에 사는 모녀는 무사 콘서트가 열리길 기도합니다.


뽀에버~ 블핑!

BBC 보도자료 캡쳐

선 넘는 중국발 소의 혀! 엎고 또 엎어라!


이런 건 억만 번이라도 더 엎어야 한다. 영화 ‘바비’ 금지작 선정은 충분히 아니 넘치도록 타당했다. 방학 계획이 틀어졌다며 불평하던 그때의 나, 반성하라!  내막을 알고 나니 진작 알아채지 못한 자신이 부끄러워진다. 한국에서도 드라마 ‘조선구마사’가 단 2회 만에 폐지된 적이 있다. 노골적인 중국 소품, 의상의 등장 그리고 역사 왜곡 논란으로 조기 종영 아니 폐지가 된 것이다. 하지만 ‘시청자의 반발 -> 항의 -> 광고주들 압박 -> 방송국의 취소결정’이라는 일련의 과정은 베트남과는 다르다. 베트남은 정부에서 먼저 나서기 때문이다.​ 상영취소, 영업중단, 벌금 등 할 수 있는 모든 걸 총동원하겠다는 자세다. 동남아시아 내에서도 구단선에 대해 베트남이 가장 단호한 대처를 취한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영화 바비‘ 상영 금지와 ’ 블랙핑크’ 공연 여부가 불확실하다는 기사에 놀 나! 하지만 지금은 부러움이 밀려든다. 포기를 포기하지 않는 일관된 중국의 행보는 새롭지 않다. 하지만 흔들리지 않는 대찬 대응을 하는 베트남 정부에 감탄할 뿐이다.


베트남이여, 더 발끈하고 뒤집어엎어다오! 그 곁에 슬며시 앉은 한국인은 대리만족에 젖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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