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찾아 시간여행도 불사한 둘리, 일편단심 엄지를 향해 내달린 설까치의 절실함을 잇는 넥스트 열정 만수르는 누구인가. 베트남어를 위해 길을 나선 응어이 한꾸억(người Hàn Quốc, 한국인)이 여기 있소. 마음만은 지지 않아! 수업을 찾아 삼만리? 아니 하노이!
분짜 굽는 숯불 연기로 가득 찬 골목, 매운 연기와 냄새로 눈을 뜨기도 힘들 지경이다. 한인 타운에 이런 곳이 있었던가. 어학덕후는 외로워도 슬퍼도 포기하지 않아! 눈물 없이 들을 수 없는 학원 탐험기와 눈 뜨고 ‘말’ 싸대기 맞는 한국인이 'SUPER봉'이 되는 어학원의 실태를 고발한다.
아이들이 학교를 간 사이, 어학덕후 엄마의 흔한 일상
베트남에서 베트남어 학원을 찾을 수 없어 슬픈 한국인이여~ 해외지만 한국어만 듣고 사는 현실을 통감한다.
베트남어 수업이 끊긴 지 어언 2개월.. 결국 ‘금단현상’이 스멀스멀 밀려들었다. 이사를 하며 새 마음, 새 뜻으로 학업에 더 정진하겠노라 의지를 불태웠다. 하지만 인생은 호락호락하지 않아. 이사 와서 한동안 학원 검색과 투어도 다녔지만 남은 건, ‘낫씽 벗 더 튼실해진 종아리!’ 현지 언어를 배우기가 이리 험난할 줄이야.
공부한 베트남어 일부 교재들
유러피안보다 비싸다는 ‘한인 프리미엄’?
식당 및 상권이 집중된 미딩에서 칼리다스 레지던스 및 경남 아파트까지 일명 ‘코리안 타운’으로 불린다. 한국인 거주 지역이기 때문이다. 그래서일까. 물가가 로컬에 비해 1.5배 이상 비싸다. 식재료나 마사지 등은 한국보다는 저렴하지만 카페, 식당, 미용실, 제과점은 비슷하다. 제아무리 외국인 프리미엄이라지만 치솟는 물가에 한국인은 서럽기만 하다. 무엇보다 사악한 교육비는 충격, 그 잡채! 달러로만 회비를 받아 매달 네** 환율 계산기를 돌리는 것도 이젠 익숙하다. 유러피안, 일본인들이 주로 사는 ‘떠이호’에서 4년 가까이 살다 이제야 한인 타인으로 이사를 한 것도 아이들 학원 때문이지 말입니다. 명실상부 사교육의 킹은 K - Education! 한국 학원 이즈 탑 옵 더 월드~ 무서운 학원비의 위상은 익히 들어 각오한 바다. But, Mais, Nhưng, しかし 그러나! 성인 베트남어 학원비까지 넘사벽일 줄이야. 특히 떠이호 ‘1대 1 과외’보다 더 비싼 거 실화냐. 영어, 일어 가능 강사조차도 40만 동(한화 2만 원)을 넘지 않는다. 기초 레벨은 35만 동으로 만 7천 원이면 가능하다. 하지만 미딩과 경남지역은 (주로, 달러로 측정하지만) 기본 50만 동 2만 5천 원! 30분 거리에 물가 상승하기 있기, 없기? 일주일 3회 수업을 하던 ‘한국 줌마’는 슬퍼요. 자고로 자녀 교육비도 아닌 ‘엄마’를 위한 ‘엄마’에 의한 수업료의 인상은 망설여진다. 눈치 주는 이도 없지만 혼자 꾸역꾸역 찾아서 눈치를 받다 보니, 이젠 일주일 2회에도 손이 달달 떨린다. 가격과 퀄리티가 비례한다면 그나마 ‘셨더 마우스’할 수 있어! 문제는 수업의 질이 수업료와 반비례한다는 것이다. 그저 베트남어가 배우고 싶을 뿐인 한국인은 끙끙 앓기 시작했다. 응어이 한꾸억(người Hàn Quốc 한국인)은 호구가 아니라오!
트라이 안 되는 트라이얼 레슨! 등록비는 쫀쫀하게 수업은 느슨하게!
개인적으로 등록 전에 거치는 필수 단계가 있다. 첫째, 상담을 통한 교수법, 교재 확인 그리고 둘째가 ‘트라이얼 레슨’이다. 떠이호에서는 1대 1 수업이라면 ‘시범 수업’은 필수다. 하지만 미딩, 경남 지역은 당연한 게 아니더라. 먼저 말을 꺼내지 않으면 어물쩍 넘겨 등록만 재촉받기 십상이다. (상냥한 미소와 나긋나긋함에 홀리면 상담 10분 만에 등록하는 자신을 만날 지어다. ) 또한 30분(90분 수업 희망할 경우)으로 축소되어 ‘신짜오’와 이름만 소개하면 끝나는 형식적인 진행도 이뤄진다. 숨 가다듬고 앉으면 쌉 지나가는 30분… 마트의 반쪽짜리 만두 시식이 떠오른다. 물론 제공하지 않는 학원도 있으니 ‘반의 반쪽짜리’도 감사해야 할까. 신기한 건, 수강료 납입 규정은 ’ 포청천의 칼‘같다. 무조건 선불, 한 달에 4회 수업이라도 무조건 8회 혹은 더 긴 3개월치 수업료의 일시불을 강요한다. 특히 입금 전까지는 카톡을 부지런히 보낸다. 등록 전에는 ‘내 모든 걸 다 주마!’ 쓸개도 간도 내어줄 듯 하지만.. 신기하게도 하나같이 등록만 하면 카톡 읽씹은 기본, 자료조차 공유해주지 않는다. 지켜지는 건 오로지 회비 납입일과 90분 수업시간이다. 대학 강의도 아니고 엄청난 자료를 기대한 건 아니지만 학습자의 레벨을 무시한 마구잡이식 자료도 인상적이었다. 이래 봬도 시중에 있는 교재는 마스터(물론 기억은 가물가물.. 쿨럭, 내용 묻기 없기!)했기에 뉴스로 수업을 해왔다. 코비드의 역경에도 ’ 온라인 레슨’으로 해온 나란 여자! 칭찬해! 물론 원어민 수준의 베트남어 능력자도 많지만 오늘날의 수준에 만족하는 중이다. 듣도 보도 못한 성조에 발음, 역병까지 뚫는 언어는 니가 처음이야! 덕분에 강한 애착도 있다. 그런 내게 3주 만에 던진 주제가 ‘여기 호랑이 두 마리가 있어요~ 한 호랑이가 하루는….‘으로 시작하는 짧은 글이었다. 이거슨 초딩도 등 돌린다는 이솝우화? '꼬 어이 (cô ơi, 여자 존칭)!'지난 수업에서 베트남의 젠지(엠지세대) 세대와 급변하는 사회에 대해 토킹 어바웃한 걸 잊으셨소? 두 눈을 의심하며 선생님의 얼굴과 자료를 번갈아 봤다. 생글생글 웃는 그녀에게 진심이냐는 눈빛을 쏜 한국인! 결국 학습자가 직접 관심 있는 분야를 알려주고 준비하도록 합의를 본다. ‘꼬 어이!’ 아이디어가 수업 2회로 고갈되다니, 미라클! 성실하고 순진한 학습자는 이틀 뒤, 스스로 찾은 주제를 카톡으로 보냈다. 뱉은 건 지키고 시작한 건 끝까지 하고 보자는 주의다. 하지만…… 대답 없는 꼬 어이! 며칠간 ‘나님’의 카톡만 망부석이 되어 있었다. 사흘이 지나도록 읽지도 답도 없었다. 1분 1초의 수업시간 초과는 용서치 않던 그녀가 수업 준비는 깜깜무소식이었다. 결국 재수강 기간에 수업을 그만두겠다고 관리자에게 말했다. 연락 뒤 부랴부랴 답장이 오는 기막힌 타이밍에 허탈한 웃음이 난 건 안 비밀!
학습자의 기는 꺾어야 제맛? ‘학습 열정자’를 환영하지 않는 강사와 학원!
숨 쉬듯 평생 하는 과업이 누구에게나 있다면 내겐 어학이다. 게다가 14년 경력의 영어 강사가 아닌가. 그래서 강사와 수업에 대한 요구는 직설적으로 한다. 하지만 동시에 강사의 입장도 이해를 잘한다. 준비가 100프로 안 되는 날도 있고 늦을 수도 있다. 특정 용어, 문법 설명이 유쾌하게 딱 떨어지지 않고 버퍼링이 걸린 순간도 있다. 잡담으로 수업을 채운다든지 친밀한 관계로의 허용도 용인한다. 능력 부족, 경험 부족까지도 웬만하면 넘길 수 있다. 물론 성실함과 존중이란 조건이 붙지만 말이다. 하지만 도저히 용납되지 않는 게 있다. 바로 기싸움이다. 함께 수업을 한 강사들만 해도 (학원 소속과 프리랜서를 포함해) 5명을 넘는다. 6개월 이상 장기 수업이 다섯이고 바람처럼 스쳐간 인연은 10명은 되겠다. 강사로서 가르치기만 하다가 학습자가 되는 건 사실 즐겁고 신선한 경험이다. 교육직과 육아를 할수록 ’ 주기적 학습자로서의 경험‘은 필수라고 믿는다. 수업에서 지식뿐만이 아니라 진행 방법과 학습자에 대한 이해도가 높아지기 때문이다. 제아무리 최악의 강사를 만나도 '나도 그런 적이 있었을까. 저렇게 안 해야지.' 등 깨닫는 부분도 있으니 손해 보는 건 아니다. 그런데 미딩 지역의 강사들에게 공통점이 있었다. 특히 후자로서 말이다. 너무 짠 듯이 닮아 놀랐다. 다소 고압적인 태도와 시선이 그랬다. 모든 강사를 만난 건 아니지만 적어도 트라이얼 수업을 했던 4군데 강사들은 하나같이 기싸움을 거는 모양새였다.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하는데 말이죠~ 당근 없는 채찍만으로 지적만을 해왔다.
"찌 어이, 발음이 뭔가 말로 설명을 못하겠네."
"중국인 같네, 베트남 사람들은 절대 그렇게 말 안 하는데~"
"예전 강사가 문제 있었던 거 아녜요?"
"난 여기서 일하고 바로 호떠이도 가서 수업하는데, 왜 예전 강사들은 수업을 안 와요? 멀다고 수업을 안 온다고? 이상하네~"
비판만 있고 소득없는 막말 릴레이! 처음에는 "어? 어? 응? 그런가?" 당황했다. 지난 베트남어 수업을 떠올리기도 하고 자신을 질책하며 허무한 마음까지 들었다. 20대 초 중반의 여자 강사들로부터 연이은 질타는 1톤 망치로 머리를 내려치는 기분이었다. 하지만 이내 정신 차렸다. 나이 들어 좋은 것들 중 하나가 ‘사람에 대한 직감’의 발달이다. 학습자를 내려다보는 눈빛, 앉은 자세, 볼펜이나 마커를 든 손가락, 턱의 각도만으로도 존중하는지 알 수 있다. 결국 귀한 '기'만 빼고 '기'차게 황당한 트라이얼 레슨은 접기로 했다. 학원 내의 그룹 레슨은 맞는 레벨도 없어 시도도 못했고 말이다. 그리고 깨달았다. 학원도 강사도 중급 이상은 원치 않는단 걸 말이다. 열정 학습자를 부담스러워하고 수업 준비나 요구가 많은 걸 거부하는 것이다. 초급자만 받아도 쉬운 수업이 넘치게 있으니 중급 이상을 잡을 이유가 없단 거다. 거기에, 아직도 잊히지 않는 한국인 책임자는 어떻고. 그의 리액션은 이런 짐작을 확신으로 돌리기에 충분했다.
저렴한 학원비로 유명한 ㅇ학원은 분짜 가게 고기 연기가 가득한 작은 골목에 있었다. 책임자는 리셉션의 직원과 한창 상담을 하던 중에 들어왔는데, 내가 베트남 사람인 줄 착각했다. 그만큼 대화를 1도 알아듣지 못했단 증거다. 게다가 “베트남 사람인 줄 알았어요. 그 정도 레벨이면 수업 필요 없지 않나? 왜 하죠? 난 안 할 것 같은데… 수업이 필요한가?” 처음에는 칭찬인가 하고 넘겼지만 고개를 도리도리 저으며 같은 말은 반복했다. 주 2회를 희망하니 주 3회 이상 90분 수업 등록의 압력까지 해왔다. 저렴한 만큼 횟수로 승부를 보려는 전략은 좋지만 접근법이 너무 노골적이었다. 결국 강사를 구하고 다음날 전화 주겠다고 했지만…… 연락은 없었다.
수업 헌팅을 그만둔 뒤 베트남 친구들을 하나둘 만나며 경험을 털어놓았다. 대학에서 강사로 재직 중인 베트남 친구 A, 강사로 10년 넘게 일한 H, IT업계 종사 중인 T를 만났다. 베트남어에 회의감도 든다고 털어놓자, 하나같이 당치도 않다고 발음을 트집 잡은 것에 본인보다 더 분노해 주었다. 특히 T와 A는 중국인 유학생과 거래처 직원을 자주 만난다. 미딩의 강사가 한 중국인 드립에 한층 더 흥분하며 진짜 중국인을 만나본 거냐며 반문했다. 깜언, 깍 반 녜~ (Cảm ơn, các bạn nhé! 쌩유, 벗들이여!)
1일 100단어, 5천단어 챌린지 완료! 칭찬해!
어학만큼은 진지충인 내가 문제?!
실제로 자비 백 프로 수업하는 학습자가 거의 없는 분위기다. 회사나 단체의 지원을 받아 수업에 임한다나. 녜녜~ 무직 아줌마는 모르고 덤볐어요. 당연히 지원을 받으니 수업료는 더 올려도 신경 쓰지 않는 게 정론이다. 자격증 제출이나 일정 수준 도달이 요구되는 경우를 제외하면 그마저도 체류 초반에만 지원을 받는다. 결국 학원은 초보자 수업만으로도 노 프로블름! 몇 개월 길어봐야 1년이면 뉴 페이스가 쌉 충전되니 말이다. 성조부터 시작하는 수업만으로도 회비는 차곡차곡 쌓여가니 강사도 학원도 학습자의 레벨에는 노력을 기울이지 않는다. 하지만 그건 그쪽 사정이다. 어학 덕후는 돌아보지 않고 무소의 뿔처럼 나아가기로 한다. 자고로 자기 계발은 지지부진해야 맛이고, 인생은 혼자 가는 법이니 말이다. 어떤 풍파에도 쓰러짐 없는 베트남어 덕질은 오늘도 머스트 고 온!
이왕 온 베트남, 포기를 포기시키는 독학 꿀팁!
독학, 플리즈! 베트남어는 성조와 발음의 난관에 부딪히기 마련이다. 일상 용어나 표현과 교재 사이의 간극도 꾀 커서 많은 이들이 중도 포기를 선언하고 말이다. 차라리 영어를 다시 시작하는 쪽으로 우회하는 이들도 많다. 영어를 잘하는 베트남 사람들을 떠올리면 이해가 간다. 하지만 이왕 온 베트남! 베트남어를 쵸큼 사랑해보지 않으시겠습니꺄?! 그래서 야심 찬 선언 발사! 23년 차 5개 국어 어학자가 공유하는 꿀팁 이즈 커밍 순!! 스크롤 압박이 있으니, 다음 화에서 만나기로 약속해요~ (아무도 원치 않는 꿀팁 예고라니…… ‘노바디 원츠 번 아이 원츠!’를 외치는 꿋꿋함에 박수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