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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노이 민언냐 Oct 22. 2021

한국은 모른다! 베트남만 아는 한류스타!

베트남만의 한국인 스타.       일러스트 by 하노이 민언냐


"Chị ơi(연상의 여성을 높여 부르는 호칭, 찌 어이), 한국 사람이에요?"

"Vâng.(네.)"

"Chị ơi, 한국인 가수 한사라 알아요?"

"사.. 라? 뭐요?"

"한! 사! 라!"

"몰라.. 요."

"그럼 하리원은?"

"......"

 

베트남의 한류스타는 블랙핑크, 방탄, 박항서 감독뿐이라고? 노! 노! 당신은 아직 빙산의 일각만 본 것이다. 베트남만의 베트남에 의한 베트남을 위한 최적화된 한류 스타가 있다.

박항서 매직은 길에서도 자주 확인할 수 있다.

 작년 9월, 제니스 요가원에서 전문가 요가 자격증을 따기 위해 6개월의 TTC를 수강했다. 그리고 더듬더듬 베트남어로 자기소개를 하자 모두 웃고 신기해했다. 한 명을 빼고 나머지 열 명 남짓한 베트남의 젊은이들은 영어에 능숙하지 못했다. 그래서 내게 호기심을 보이며 친근하게 말을 붙이기 시작했다. 그런데 열이면 열, 다 물어보는 질문이 있었다.

 

"Chị Min.Chị '한사라' 알아요?" 아니면 '하리원'은 아세요?"

 

사라? 뭘 사라고? 한국어를 모르는 베트남 사람들이 자꾸 나보고 뭘 사란다. 쇼핑 요정인 내 소문이 여기까지 퍼진 건가. 순간 흠칫 놀라는 나였다. 하지만 가만히 들어보니 사라는 말이 아니라 베트남의 여자 가수 이름이었다. 한사라 Han Sara의 발음과 억양이 베트남에서는 조금 달라 알아듣기 힘들었을 뿐이다. BUY의 ‘사라’든 가수 ‘한사라’든 아냐고  물었을 때, 전혀 떠오르는 게 없었다. 그들은 모른다는 나의 답을 듣자 실망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기대를 채워주지 못해, “Xin lỗi (신 로이, 미안)!”, 하지만 이럴 때는 포기하지 않고 네이버다. 그리고 알게 되었다. 한국인은 모르는 베트남만의 한류스타가 존재한다고 말이다.

 

가장 많은 젊은 베트남 사람들이 물어보는 이들 중 한 명이 바로 '한사라'다. 노래를 들어보니 가창력이 기가 막힌다. 2017년 The Voice에 출연해 유명해진 그녀는 베트남어도 굉장히 잘한다. 알고 보니 열 살의 어린 나이에 아빠를 따라 베트남으로 왔다고 한다. 그녀는 호찌민에서 활동하며 내는 노래마다 차트의 상위권에 진입한다. 2000년 생의 최연소 대박 연예인으로 꼽히는 한사라는 최근 버라이어티는 물론 영화에도 나와 베트남 MZ세대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고 있다. 말 그대로 대세 중의 대세다.

작년 영화에 함께 출연한 상대역 Tùng Maru와의 열애를 인정했다

그리고 또 다른 한 명은 하리원 Ha Ri Won이다. 한사라가 100 프로 한국인이라면 하리원은 다르다. 아빠가 베트남 사람으로 엄마만 한국인이다. 알고 보니 그녀는 한국에서 걸그룹으로 데뷔를 한 이력이 있다. '키스'이라는 걸 그룹이었다는데.. 들어본 적 있는 사람 푸쳐 핸섭! 슬프지만 아프지만 2년 만에 역사의 뒤안길로 바이 바이 했단다.

'키스'의 해체 뒤 베트남으로 다시 돌아와 댄스 오디션에 출연, 하리원은 이를 계기로 이름을 알리고 인기를 끌기 시작했다. 특히 그녀는 베트남판 '수상한 그녀'의 주연으로 출연했다. 베트남판은 제목이 놀랍다. '내가 니 할매다'(Em là bà nội của anh)이다.

남편(트란 탄 Tran Thanh) 또한 코미디언 겸 배우로 유명하다. 지금은 그의 인기가 예전 같지 않다는 평이 있지만 2016년 그들이 결혼할 때만 해도 트란 탄이 더 유명했다고 한다. 그래서 결혼을 통해 하리원이 더 유명해졌다고 한다. 유튜브로 떡볶이나 라면 등의 한국 음식을 요리하고 먹는 등 팬들과 활발한 소통을 하고 있다. 어린아이들부터 50대 이상의 중장년층까지 모두가 아는 그녀도 어릴 적 혼혈이라는 이유로 많은 차별을 받았다고 한다. 하지만 지금은 유튜브 구독자 212만 명을 자랑하는 대표적인 여자 가수이자 MC, 배우가 되었다. 2019년 하리원, 한사라 그리고 SS501의 박정민이 함께 한-베 합동 웹드를 찍기도 했다. 제목은 ‘내 미래의 가족은?’(Ai là gia đình tương lai của tôi?)으로 하리원은 물론 한사라의 한국어도 들을 수 있다. 개인적으로 한사라의 연기에 한 표!

 

하리원은 각종 한-베 문화수교 행사에 참여한다.

베트남에서 활동하는 또 한 명의 여자 가수가 있다. 하리원과 한사라가 원래 베트남에서 오래 살았다는 장점을 갖고 스타트했다면 지금 소개하는 '진주'는 100 프로 오리지널 한국인이다. 지금은 코비드로 한국에 있어 활동이 좀 뜸해진 상태라 아쉽다. 그녀는 원래 베트남판 '히든싱어'에서 우승하며 이름을 알렸다. 베트남에서 신데렐라로 불릴 만큼 첫 데뷔부터가 센세이션 했다. 한국외국어대 재학 시절, 그녀가 우연히 올린 베트남어 노래가 호응을 얻어 방송까지 나가게 된 것이다. 왜 신데렐라로 불리는지 짐작이 간다. 베트남 내의 한국 가수들 중 가장 발음이 좋기로 유명하다. 한국외대, 리스펙트!

베트남판 히든싱어

사실 배우 '강태우'는 한국에서도 얼굴이 알려져 있는 배우다. 최근 임시완, 신세경, 수영 주연의 '런 온'이라는 드라마에서 수영의 상대 역할을 했다. 이외에 '조선로코 녹두전' 등 여러 드라마에 나왔다. 또한 서강준과 공명이 소속되어 있던 '서프라이즈'의 멤버였다는데... 사실 난 몰랐다. 분명한 것은 강태우는 연기, 외모에서 뭐하나 빠질 게 없다는 것이다. 2014년 12월부터 2015년 4월까지 총 36부작이 방영된 ‘오늘도 청춘’이 그를 유명하게 만들었다. 한국과 베트남 첫 합작 드라마로 VTV에서 방송되며 드라마가 말 그대로 빵 뜬 것이다. 2년 뒤, 2016년에는 폭발적인 인기와 시청률로 속편을 찍기도 했다. 현재 베트남에서의 활동은 없지만 아직 많은 팬들이 그를 기억하고 기다린다.

'오늘도 청춘'의 제작 발표회

그리고 정말 한국 문화의 팬이라면 다 아는 하지만 한국인들은 전혀 모르는 유튜버가 여기 있다. 자주 가는 단골 네일숍의 26살 친구가 알려준 유튜버 '우씨 Woossi'가 그 주인공이다. 그는 먹방을 선보이는데, 호찌민에서 영상을 찍어 올린다. 한국에서는 알려진 바가 없는 그이지만 페이스북 팔로워가 무려 694,999명이다(10월 20일 기준). 그의 영상은 베트남 사람들을 대상으로 먹방을 하므로 당연히 베트남어를 한다. 베트남 현지인들도 모두 엄지 척하는 베트남어 잘하는 대표적인 한국인이다.(호찌민의 억양과 발음이 흠잡을 데가 없다.) 베트남으로 진출한 배달의 민족과 광고 영상도 올린 바 있다. 클래스가 남다른 우씨! 유튜브 174만 명의 구독자를 거느린 그야말로 진정한 성공의 아이콘이다. 누나 지금 우씨 동생 부러워하는 거지? 사실 이 중에서 우씨가 제일 부럽다.

구독자 174만명, 실화? 우씨 클라스

베트남 내의 한국 문화 인기는 정말 식을 줄 모른다. 아이유의 콘셉트와 상당히 겹치는 가수 'Amee'(팬들에게 미안.. 하지만 이건 베트남 사람들의 의견이다. 쿨럭)를 봐도 매우 흥미롭다.


과거 한국에서도 일본 문화가 붐이었다. 일본 하면 아무로 나미에, 키무라 타쿠야다. 특히 키무라 타쿠야가 나와 리바이스 청바지를 입고 이리저리 돌던 CF는 문화 충격 그 자체! 아직도 그의 쿨내 진동하던 건치 미소를 잊을 수 없다. 그 덕에 당시 리바이스 청바지 한 벌 없는 대학생이 없었다. 이와이 슌지 감독의 영화 '러브레터'는 또 어떤가. 나까야마 미호의 '오겡끼데스까' 한 마디가 한국 극장가를 평정했다. 그 해 겨울 썰매장에선 빨간 목도리를 한 여성들이 곳곳에서 '오겡끼데스까'를 외쳐, 여기저기 메아리가 되어 울렸다지. 하지만 이제는 일본 음반 판매 차트에서 트와이스와 BTS, 블랙핑크가 상위권을 차지하고 있다. 이런 날이 올 줄 그때는 상상도 못 했다.


나는 한국문화의 인기가 반짝 떴다가 사라지는 게 아니라 더 오래오래 갔으면 좋겠다. 파도처럼 들어왔다 순식간에 빠져나가는 K-wave가 아니라 K-culture로 붙박이 장처럼 단단하게 자리 잡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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