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하노이 민언냐 Oct 24. 2021

내 나이, 그녀의 엄마와 동갑

Em을 꿈꾸는 Chị                     by하노이민언냐

“Em ơi, bao nhiêu tuổi?(동생은 몇 살이에요?)

“20 tuổi. Mẹ của em bằng tuổi chị.”(20살요. 우리 엄마랑 언니 동갑이에요.)


“Trời ơi!"(아이고 야~!)


소비 요정에게도 쇼핑 루틴이 있다.

13시 30분! 쩡이와 쭌이의 점심을 먹고 다시 학교 온라인 수업을 듣기 위해 각 방으로 들어간다. 그리고 나는 떠난다. 주 2회(주로 화, 금요일.) 시간을 내어 가는 곳은 어디?


바로 꽝안 꽃 시장.


꽝안 꽃 시장은 하노이의 모든 꽃이 모이는 곳이다. 요즘은 예전만큼 번화하지 않지만 그래도 여전히 예쁜 꽃들이 손님을 기다리고 있다. 코비드로 록다운이 2달 이상 되었다. 그리고 9월에 재오픈했지만, 모든 가게가 문을 연건 아니다. 시장의 반 이상은 여전히 문을 굳게  닫고 있다. 그래서인지, 이전에 비해 상인들은 지나가는 손님들에게 말을 거는 등의 호객행위에 더 적극적이다. 특히 12시를 넘긴 오후에 상인들은 더 마음이 조급해진다. 오전에는 흥정에 단호하던 상인들도 오후에는 다르다. 가격을 듣고 발길을 돌리려고 하면 가격을 낮춰서 부르곤 한다. 일부러 그런 행동을 하진 않지만 더 싸게 해 준다는 말에 실제로 한 다발 더 샀던 적은 있다. 싱싱한 장미꽃 10송이에 2천5백 원이라는데 그냥 갈 자신이 있다면 나를 욕해도 좋다.


그리고 단골 꽃집의 바로 옆 가게에서도 나를 알아보고 말을 걸기 시작했다. 그러면 나는 매번 대답했다. “Lần sau nhé. 다음에 올게요." 하고 말이다.

이번에 갔을 때도 그냥 단골집에서 꽃을 사고 나서려는데, 옆집에서 "Chị ơi, lần trước chị đã nói là lần sau mà.” 언니, 지난번에 다음에 온다고 했잖아요." 하고 애교 섞인 말을 했다.

나는 웃지 않을 수 없었다. 그리고 발길을 멈추었다. 거기서 찾은 꽃이 바로 이 hoa hạnh phúc(행복의 꽃)이었다. 이렇게 꽃의 종류가 많았나 하고 꽃을 올려다보고 있었다. 그러자 빠르게 눈치를 채고 바로 흥정을 해오는 꽃집 사장님! 역시 승부사다. 엄지 척!


처음에는 나와 같은 40대 초반인 줄 알았다. 얼굴을 택배 기사님들처럼 눈만 빼고는 다 덮는 마스크를 쓰고 있어서 나이 가늠이 안된 것이다. 그래서 호칭을 chị로 할지 em으로 할지 헷갈려하고 있었다. 내가 자꾸 em이라는 호칭을 쓰니 그녀가 묻는다.

“chị ơi, bao nhiêu tuổi?” (언니, 몇 살이에요?)


“Chị 4* tuổi. Em bao nhiêu tuổi?” (4*살요. 몇 살이에요?)


“Em 30 tuổi.”


“Thế ạ? Chị đã không biết vì em đeo khẩu trang nhưthế.”(그래요? 이렇게 마스크 쓰니까 몰랐어요.)


“Em ơi, bao nhiêu tuổi?(가게 안에 있는 다른 이를 가리키며; 동생은 몇 살이에요?)


“20 tuổi. Mẹ của em bằng tuổi chị.”(20살요. 우리 엄마랑 언니 동갑이에요.)


“Trời ơi!"(아이고 야~!)


나이를 물어보니 30살이었다. 그리고 다른 한 명은 20살!

심지어 20살의 그녀의 엄마와 내가 동갑이라고 하니, 함부로 em이라고 나는 충격을 받았다. 내가 ‘쪄이 어이.(영어로 OMG다.)’를 진심으로 외치자 둘은 그런 나를 보고 크게 웃었다. 그리고 가게를 나서자 다른 꽃집의 주인들도 한 마디씩 거든다. 내가 30살로 보인다고 말이다. 위로의 말에 감사의 마음을 담아 “깜 언.”하고 답하며 길을 나섰다. 오늘도 하노이에서 큰 깨달음을 얻었다.


아직도 내가 em이라는 착각을 하고 살았나 보다. 현실은 em 일 가능성은 희박한데 말이지. 착각하고 호칭을 남발하지 않아야겠다. 이제는 chị 지 em이 아니다.


하지 않게 나이 커밍아웃해야 하는 베트남어의 세계... 듣는 chị 쓸쓸하다.


P.S. Em, chị, em, anh 호칭 정리

 베트남에 오면 가장 먼저 배우는 게 호칭이다. 베트남은 나이에 따라 호칭이 바뀐다.

그래서 초면에 나이를 묻는 게 실례인 한국과 달리 베트남에서는 자연스러운 문화다. 이는 호칭 정리를 위한 단계일 뿐이니 너무 기분 나빠할 필요가 없다.

그냥 나이가 어려 보이면 여자든 남자든 ‘em ơi( 누구를 부를 때는 호칭에 ơi라고 붙인다.) 엠 어이’로 부르자. 그리고 많은 언니는 ‘chị 찌’ 오라버니로 보인다며 ‘anh 아잉’이다. 하지만 레스토랑이나 호텔 등 고객을 높여 부르는 말로도 ‘찌와 아잉’을 쓴다. 나이 지긋한 직원들이 본인을 ‘아잉과 찌’라고 부른다고 해도 괜히 내가 노안인가 하고 좌절할 필요는 없다. 누가 봐도 연상으로 보이는 호텔의 직원이 나를 ‘찌’라고 하는 순간 흠칫 놀란 적이 있는 일인이다.  



작가의 이전글 한국은 모른다! 베트남만 아는 한류스타!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