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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노이 민언냐 Oct 26. 2021

오징어 게임에 열광하는 베트남

MZ 세대는 말한다.             일러스트 by 하노이 민언냐

지금 베트남은 Trò Chơi Con Mực ‘쬬 쪄이 꼰 믁’ 열풍!

‘쬬 쪄이 꼰 믁’이 뭐냐고? 바로 ‘오징어 게임’이다.

가는 곳마다 베트남의 MZ 세대는 오징어 게임을 이야기한다.

하노이 롯데리아에서도 '스퀴드버거'가 출시되었다.

한국인을 보면 박항서 감독으로 대화를 시작하던 그들이 이제는 오징어 게임을 이야기하고 있었다. 두피 마사지 겸 샴푸를 위해 들린 단골 스파도 예외가 아니었다. 거기서 만난 직원들은 하나같이 입을 모아 오징어 게임 예찬을 하고 있었다. 한류 스타가 한 명이라도 나와야 보는 그들도 이번에는 예외인 듯했다. 이쯤 되니 오징어 게임에 열렬히 환호하는 특별한 이유가 있는지 궁금해진다. 그중에도 특히 막내 스텝으로 보이던 em이 가장 열심히였다.


“Em ơi, bao nhiêu tuổi?(동생은 몇 살이에요?)

“18 tuổi. Mẹ của em bằng tuổi chị.”(18살이요. 우리 엄마랑 언니 동갑이에요.)

“Trời ơi!"(오 마이 갓!)


나이를 물어보니 열여덟이라고 했다. 그리고 다른 두 명은 24살과 26살이었다. 이건 마치 데자뷔! 이제는 그들의 엄마와 내가 동갑이라고 해도 놀랍지도 않다. 그래도 번번이 나는  ‘‘쪄이 어이.(영어로 OMG다.)”를 진심으로 외친다. 베트남 사람들은 외국인인 내가 쪄이  어이를 외치면 늘 크게 웃는다. 외국인이 "아이고!" 따위의 감탄사를 맛깔나게 외친다고 상상해 보라. 우리 역시 신기해서 웃게 될 것이다.


사실 그때까지도 오징어 게임을 아직 보지 않았다. 하지만 베트남의 젊은 층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자 호기심이 생겼다. 한국에서는 젠더 감수성 부족이라는 기사도 많았고 폭력적인 내용이 이슈가 되어 손이 잘 가지 않았다. 지금 좀 더 말랑하고 밝은 감성이 필요했다. 6개월이 넘는 홈 스쿨링으로 하루에도 수십 번의 롤러코스터를 타는 나로서는 강렬한 에너지를 감당할 여유가 없었던 것이다. 하지만! 어디를 가도 오징어 게임에 난리가 나니, 내적 갈등이 일었다. 결국 인싸가 되고자 하는 욕망이 압승했다. 내추럴 본 아싸임에도 불구하고 유행에는 뒤처지지 않으려는 나다. 큰마음먹고 넷플릭스를 켰다. 아니나 다를까, 베트남 내의 순위가 아직 2위다. 공개된 시기를 생각하면 상당한 쾌거다. 이왕 검색하는 거 프랑스는 어떨까. 프랑스 내의 순위는 단연 1위다. 남몰래 으쓱해했다. 그럼 어디 시작해 볼까.

헉! 한 방에 다 보고야 말았다. 이 시간 도둑 같으니라고! 시계는 벌써 새벽 4시를 훌쩍 넘기고 있었다. 역시 화제작은 이유가 다 있구나. 인터넷 기사만 보고 쉽게 판단한 나를 반성하게 했다. 그리고 알게 되었다. 왜 그들이 오징어 게임에 푹 빠져 있는지 말이다.


베트남은 빈부 격차가 굉장히 심한 나라다. 호안끼엠에는 상위 1프로의 세계 럭셔리 브랜드가 총집합된 ‘짱 띠엔 플라자’가 있다. 그리고 가장 핫한 영스터들이 모이는 바찌에우 거리에는 포르셰 오픈카가 주차가 되어있다. 20채가 넘는 아파트의 소유주가 단 한 명이 되는 공상 만화 같은 이야기도 실화다. 그리고 연 3천에서 4천만 원이 넘는 국제 학교에 자녀들을 보내며 '스승의 날'에는 선생님들께 샤넬 지갑이나 뷔통 가방을 선물한다.


반면에 내니들은 3500원의 시급을 받고 일반 식당의 퍼 한 그릇은 2000원(물론 조금 더 비싼 3000원 대도 있다.)이다. 시장에서 감자 1 킬로를 1000원이면 살 수 있고 장미 100송이를 3500원에 살 수 있다. 오징어 게임을 다 본 나는 다음날 레스토랑의 직원들과 이야기꽃을 피우기 시작했다.



오징어 게임은 사회 문제를 다루고 있어요.

베트남의 현실을 그대로 보여 주고 있죠.

결정적인 순간에 여성의 이야기가 있어 좋았어요.


한국에서는 여성 폄하라는 의견도 있었지만 베트남의 젊은 여성들은 의외의 부분에 주목했다. 바로 새벽이와 미녀라는 캐릭터에 오히려 통쾌함을 느낀다는 것이다. 나 또한 이 의견에 동의하는 바다. 분노 유발자 ‘한미녀’에 대한 의견은 아직도 분분하겠지만, 그녀의 마지막 선택은 의외였다. 뒤통수를 세게 얻어맞는 기분이었다. 새벽이와 지영이의 선택 또한 마찬가지다. 우승에만 눈이 멀어 어쨌든 최강자끼리만 팀을 하려는 남성들과는 아주 상반된 행보였다. 여성들만이 유일하게 진정한 팀플레이를 보여준 것이다. 많은 이들이 특정 대사와 설정에 주목하지만 난 진짜 감독이 담고 싶었던 건 미녀의 마지막 선택과 새벽이와 지영이 사이의 이야기가 아닐까.


베트남은 사회적 계층에 따라 다르지만, 아직도 여성들이 희생을 더 강요당하는 분위기다. 마치 우리의 엄마 세대와 비슷하다. 레지던스에서 만나는 수많은 내니들과 하우스키퍼들 그리고 레스토랑이나 스파에서 만나는 여성들은 끊임없이 일을 한다. 호찌민과 하노이 같은 대도시와 시골의 간극 또한 매우 크겠지만 모두 입을 모아 말하는 건 같다. 아직도 고등학교 때, 임신을 해서 바로 결혼을 하는 10대 여성이 정말 많다는 것이다. 시조부모님까지 3대의 어른들을 한 집에서 보살피는 의무를 짊어지는 옛날 옛적 이야기 또한 현재 진행형이다. 사실 우리 엄마도 뇌졸증쓰러져 거동이 불가능했던 시어머니를 임종 직전까지 한 집에 모셨다. 그때 엄마의 나이는 40대 초반, 내 나이였다. 그러고 보니 아주 옛날이야기도 아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요즘 20대 초반의 젊은 여성들은 결혼을 기피하기도 한다. 하지만 여전히 20대 초에 대부분 결혼을 하는 분위기다. 물론 모두가 그렇다는 말은 아니다. 올봄 코비드가 심각해지기 전, 프랑스 어학원을 잠시 다녔다. 원어민 수업이라 베트남 학생들과 수업을 하는데 무리가 없었다. 그 당시, 만난 학생들은 대부분이 20대 초반으로 프랑스 유학을 준비하는 이들이었다. 그들은 내가 언급한 스파의 직원들, 시장의 젊은 상인들, 내니들과는 의식도 생활의 리듬도 굉장히 달랐다. 한마디로 금수저인 셈이다. 하지만 진정 오징어 게임에 열광하는 대중들은 여전히 조부모까지 모시며 육아와 일을 병행하는 스무 살을 갓 넘긴 엄마들, 며느리들, 부인들이다.


그래서일까. 그들은 교육에 더욱 열정적이다. 하노이 학부모들의 뜨거운 교육열은 월드 클래스 급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월급의 반을 영어 학원에 투자하기도 한다. 이유는 그게 자녀들이 더 나은 삶을 사는 유일한 길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낯설지 않다. 특히 나의 소중한 헬퍼 ‘하잉 Hanh’은 자신의 딸만큼은 자신과 달리 대학까지 보내고 싶다고 한다. 그게 그녀가 하루에 세 집을 돌며 일을 하는 이유다. 자신은 공부를 하고 싶어도 못했지만 딸만큼은 다른 미래를 살게 하고 싶다는 것이다. 오늘날 베트남도 과거의 한국처럼 역동적으로 움직이고 있다.


오징어 게임을 보며 통쾌해하는 그들! 단순히 달고나의 달달함과 잔인한 서바이벌 게임에만 열광하는 것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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