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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노이 민언냐 Dec 11. 2021

학교둥절, 생애 첫 국제학교 탐방기

    일러스트 by 하노이민언냐

2019년 1월


두둥!     


마른하늘의 날벼락? 아니, 마른하늘의 베트남 주재원 발령이 떨어졌다.     


가장 먼저 착수한 것은 아이들의 국제학교 리서치였다. 모든 예비 주재원들이 그러하듯 말이다. 아이들의 여름방학에 맞춰서 국제학교의 입학시험 날짜를 예약해야 했다. 하노이에서 살 레지던스 또한 마찬가지였다.

    

누가 자녀 교육의 성공은 엄마의 정보력에 달렸다고 했던가. 하노이로 출국하기 9개월 전, 주재원이라는 소식이 날아들었다. 주재원이라니, 그럼 해외로 간다는 건가? 결혼하고 해외에서 살 게 되리라곤 꿈에도 생각해본 적이 없었다. 마음이 바빠지기 시작했다. 하던 일을 정리하는 것부터(계약직 영어 강사인 나는 2월에 재계약 여부가 결정되었다.) 아이들이 다닐 국제학교를 알아보고 주요 레지던스를 알아보기 까지, 모든 게 도전의 연속이었다. 특히 가장 낯설었던 게 바로 국제학교였다. 국제학교라니……    

 

“와하하, 저거 너무 웃긴다!”    


흠칫 뒤돌아보니 티브이를 보며 빙구 웃음을 발산하는 쩡이와 쭌이가 있었다. 당시 쭌이는 방과 후 영어를 1년, 그리고 쩡이는 갓 한글을 더듬더듬 읽고 쓰기 시작했다. 이런 우리 아이들 괜찮은 걸까. 인터넷에 올라와 있는 수많은 유학원의 네임카드는 물론, 관련된 모든 네이버 카페에 가입을 하고 검색을 하기 했다. 남편은 남편대로 주재원을 다녀온 선배들이나 먼저 준비를 시작한 이들의 정보를 공유했고 나 또한 이를 바탕으로 정보란 정보는 모두 수집했다.    

치열한 리서치 그리고 직접 이메일을 국제학교에 주고받은 결과, 앞서 말한 대로 세 군데로 좁힐 수 있었다. 사실 말이야 거창하게 들리겠지만, 나의 질문들과 내가 원하는 정보는 한정되어 있다는 것을 금세 알게 되었다. 예를 들면 학비, 입학시험 및 절차, 영어가 안 되는 학생들을 위한 EAL 수업 여부 등등이다.     


인간은 학습의 동물이 아니던가. 나중에는 요령이 생겨 ctl+c, ctl+v의 향연이었다. 수신자인 학교 이름만 바뀌었다. 그렇게 받은 정보로 지망할 학교들을 조금씩 좁혀 나갔다. 점점 프로 질문러가 되어 손가락만 조금 바빠졌다고나 할까. 메일은 영어와 한국어로 보냈다. 그리고 이때 내 평생 쓸 메일을 다 보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대부분의 국제 학교에는 한국인 선생님들이 계시고 홈페이지에도 안내가 되어있다. 간혹 한국인 선생님이 안 계시거나 선생님들이 너무 바빠 답이 늦어질 때도 있다. 학교 전체의 한국인 학생들을 단 한 명이 관리하는 게 어디 쉬운 일이겠는가. 하지만 급한 자가 우물 판다고 성격 급한 나는 점점 영어로 메일을 쓰는 날이 많아졌다. 눼눼~ ‘빨리빨리‘ 코리안의 병폐를 보고 계십니다요~    

각 학교로 보낸 메일

하노이의 국제학교들은 학생들의 인종의 다양성을 위해 쿼터제도를 지키느냐 지키지 않느냐에 따라 한국인 학생들의 진입장벽의 난이도가 결정이 된다. 쿼터제는 특정 국적의 학생들로만 반이 구성되지 않도록 하는 것이다. 국적 당 정해진 비율만큼만 입학 허가를 내주며 다양한 국적을 유지하려는 시스템이다. 따라서 쿼터제를 지키는 학교는 한국 학생들이 많이 없으니 그만큼 빠른 영어 습득에 도움이 된다. 국제 학교에서 가장 매력적인 부분이다. 따라서 한국 학생들 사이의 입학 경쟁률은 치열하다 못해 박 터진다. 바꿔 말하자면 학교 측에서는 하노이로 몰려드는 많은 한국인들 중 입맛에 맞는 학생들만 골라 뽑을 수 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쿼터제는 영어 실력이 절대 충족 조건이 되어버린다. 영어가 안되면 아예 문턱도 밟을 수 없는 실정이다. 우리 아이들 같은 영어 까막눈들에게는 슬프지만 이게 하노이 국제 학교 입학의 현실이다.    

이렇게 이상적인 퀴터제를 지키는 국제학교는 하노이에서 정말 극소수, 정확히는 딱 두 군데로 볼 수 있다.(UNIS와 Concordia콩코디아가 되겠다.) 국제 학교계의 BTS라고나 할까.    


그때는 미처 몰랐다. 열심히 조사하고 희망 학교를 추린다고 한들, 인당 150 USD가 넘는 시험 응시비를 낸다고 한들, 그리고 홈페이지에 들어가 눈 빠지게 서류를 첨부하고 온갖 필요한 서류를 다 제출한들... 다 부질없는 일이란 걸 말이다. 국제 학교는 골라 가는 게 아니라 걸려야 가는 것이다. 국제학교를 요래조래 비교하고 재볼 수 있는 건 그때가 마지막이었다.    


그렇게 물정도 모르던 우리 부부가 하나마나한 고민을 끝없이 한 끝에 세 곳의 학교를 정했다. 대방의 후보는 Concordia 콘코디아, BIS 영국 국제학교, St. Paul 세인트폴이었다.     


원래 하노이에서는 UNIS를 제외하고 학생의 인종 비율 과반수가 한국인들이다. 하지만 콘코디아는 쿼터제가 가장 잘 시행되고 있다.(최근 코로나로 외국인들이 귀국을 하게 되자 한국인들의 비율이 더 늘었지만 말이다.) 가장 다양한 국적의 학생들을 보유하고 있다. 콘코디아는 미국 시트콤의 세트장을 연상시켰다. 규모가 크지 않지만 가장 최근에 지어져 깨끗하다. 초록 초록한 페인팅으로 밝고 아기자기하다. 하지만 앞서 말한 바와 같이 영어가 완성된 학생들만 뽑아 입학을 시키는 분위기. 다시 말해, 영어유치원부터 차근차근 영어 엘리트 코스를 밟은 아이들이 입학한다. 입학시험은 컴퓨터로 영어와 수학을 본다. 에세이 또한 1장씩 써야 한다.  콘코디아는 점심, 간식은 물론 교복 또한 회사의 지원을 받을 수 없다. 학비와는 별도로 부과하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학부모가 개인적으로 부담해야 한다. 점심은 한화로 4500 원인데 가랑비에 옷이 젖듯 매일 내다보니 무시할 수 없는 금액이라고 한다. 학비 또한 UNIS 다음으로 비싸다. 입학시험 응시료 또한 가장 높은 (1 인당) 175 USD였다.(2019년 8월 기준으로 인상되었을 가능성이 크다.)    

입학 응시료 메일

두 번째로 점찍은 BIS는 영국 국제학교로 학비가 UNIS, 콘코디아 다음으로 비싸다. 콘코디아와 달리, 매년 학비에 교복은 물론 식비(프라이머리 스쿨은 간식 포함, 세컨더리는 간식 불포함)도 포함되어 있다. 이는 회사의 지원을 받을 경우 학부모가 부담하지 않아도 된다는  큰 장점이다. 학부모가 학교에 낼 돈이 ‘0원’이니 말이다.(물론 이 또한 회사의 지원에 따라 상이하다.) 유치부부터 고등부까지 있어, 내부에 수영장이 있고 시설과 규모가 가장 큰 학교였다.( 콘코디아는 수영장이 없어, 스쿨버스를 타고 근처 수영장으로 간다. )     


마지막은 세인트폴이다. 현지 학부모들의 평가가 무난했다. 미국식 교육 과정을 따르고 있어 분위기가 자유롭다.(이름도 St. Paul American School이니 의심의 여지가 없다.) 사실 세인트폴은  입학시험 응시료를 당일에 내는 규정이었다. 하여 한국에서 미리 돈을 송금해야 하는 번거로움에서 자유롭다.(2019년 기준) 당시 베트남 선생님과 메일을 주고받았는데 답변이 가장 빨랐다. 메일로 쩡이와 쭌이의 영어 실력을 상담하니 쩡이는 영어 수준을 고려해 다운 그레이드를 해준다고 했다. 이는 BIS나 콘코디아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융통성이다. 모든 국제 학교는 학생들의 생년월일을 기준으로 엄하게 학년이 배정되기 때문이다.    

세인트 폴의 입학 시험 예약 확정 메일

특이하게도 국제 학교들은 결과를 당일 늦어도 이튿날에 메일이나 현장에서 통보하는 형식이다. 사실 시험을 위해 입국을 하니 여행자와 같은 여유는 없다. 따라서 신속한 결과 통보는 여러 학교에 응시하기 위해 타이트한 일정을 소화해야 하는 가족을 위한 배려 이리라.


우리는 콘코디아, BIS 그리고 세인트폴 순서로 하루에 한 학교씩 예약을 해두었다. 콘코디아와 BIS는 한국에서 미리 입학시험 응시비를 송금해야 입학시험을 예약할 수 있었다. 하지만 세인트폴은 입학시험 당일에 지불이 가능해, 가장 마지막 날에 치기로 시간을 정했다. BIS는 인당 17만 원, 콘코디아는 20만 원이었다.  

  

희망 국제학교 순서는 당연히 콘코디아, BIS 그리고 세인트폴이었다. 분명 한 군데는 받아줄 거라는 밑도 끝도 없는 자신감에 젖어 있었다. 이 근자감은 사실 입학시험을 치는 순간 바사삭 산산조각 났지만 말이다.    

 

국제 학교는 입학이 아닌 시험 응시만으로도 준비해야 할 서류와 절차가 꽤 까다롭다. 학교 후보군을 정했으니 이제는 필요한 서류들을 준비할 차례다. 대학 졸업 뒤로 처음으로 밤이 새 가며 서류를 번역하고 제출했다. 건강검진, 최근 2년간의 학교 생활기록부(당시 초등학교 1학년이던 쩡이는 유치원의 생활 기록부) 그리고 학교 추천서까지 있었다. 물론 모든 것은 댓츠 롸잇! 잉글리시로 준비한다. 건강검진이야 지정된 병원으로 가서 영어로 하면 그만이다. 학교 추천서 또한 외국인 선생님의 소견서를 받으며 오케이! 하지만 생활기록부는 인당 10에서 20만 원을 주고 번역을 맡기기도 한다는 글을 인터넷에서 접했다. 나는 그 돈으로 쩡이와 쭌이의 면접용 옷을 사기로 하고 직접 했지만 말이다. 다행히 준비한 서류는 3군데 모두 문제없이 통과했다. 생활 기록부는 내용이 길지만(특히 유치원 선생님들의 꼼꼼한 기록에 감탄사 연발! 그리고 미간 주름도 연발!) 어려운 전문용어 전없어 큰 어려움은 없다.      


그렇게 영어 모지랭이 초등학교 1학년 딸내미 우리 쩡이, 뭐 좀 아는 듯하지만 여전히 빙구미를 자랑하는 초등학교 3학년 아들내미 쭌을 싣고 하노이를 향했다.    


P.S. 한국인들의 드림 UNIS는 대사관 자녀들 입학 우선순위 + 엄격한 인종 비율의 콤비네이션으로 입학시험을 문의했지만 날짜조차 잡지 못했다. 평범한 우리 새끼들이 입학할 확률은 몸치인 내가 스우파 챔피언이 될 확률과 같았기에 진작에 포기했다. (일본, 이스라엘, 네팔 등 비교적 하노이 내에 거주 분포가 낮은 국적의 학생들은 당연히 어서 오이소~ 한큐에 통과!) 하지만 코로나로 외국인의 귀국이 많아져, 꽤 많은 한국 학생들이 BIS에서 UNIS로 전학을 갔다. 전학을 간 쭌이의 친구 엄마는 UNIS는 많은 액티비티로 다양한 커리큘럼은 보유하고 있지만 역시 학습적인 부분은 많이 아쉽다고 들었다. UNIS와 BIS를 모두 보내본 학부모들은 모두 일장일단이 있다는 총평이다. 역시 세상 완벽한 학교는 어디에도 없나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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