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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노이 민언냐 Jul 30. 2022

한국인은 모른다! 태국인이 더 잘 아는 케이 컬쳐!

태국에서 만난 한국         일러스트 by하노이민언냐

“Do you know this boy band, ****?”

“How about this group?”


지금부터 아이돌 퀴즈를 시작하지!(갑분 직쏘 등장) 진땀을 흘리며 답 하지 못하는 한국인과 한국인보다 더 한국 아이돌을 잘 아는 태국인이 여기 있다.

뜨거운 햇살이 하늘을 찢는 여름! 방콕의 중심부인 아속(Asoke)에 한복을 입고 활을 쏘는 여인이 있다. 갑분 한복이 휘날리는 이곳은 한국이 아닌 태국이다. 위풍당당 사진 속의 주인공은 바로 '우 투 더 영 투 더 우~',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로 인기를 끌고 있는 박은빈이고 말이다. 말 타고 활 쏘며 남주 구하는 ‘휘’ 클라쓰~ 쓰러진 남자를 구하러 칼을 휘두르며 등장하는 박은빈에 심쿵한 나! 여주에 진심인 건 나뿐만은 아니었나 보다. 드라마 ‘연모’가 아시아 지역에서 큰 인기를 끌었다는 건 알고 있었지만 이 정도일 줄은 물랐다. 방콕의 도심 한가운데 알록달록 단청무늬의 빌딩 그리고 한글 간판이 반갑다. 이름하여 KCC! Korean Cultural Center! 바로 한국 문화센터다.

평소 여러 행사와 문화 소개를 하는 곳으로 기념사진을 찍을 수 있도록 한복과 한국 전통 장신구가 있다.
너무 큰 왕의 모자! 너무 커서 자체 모자이크가 되어버렸다.        방콕과 부산의 콜라보! 부산 부심이 끓어오른다.

우리 가족은 방학이면 여행을 숙명으로 여긴다. 짧게 또는 길게, 국내든 해외든 어디든 가고야 마는 우리들! 코로나라는 강적이 숨을 죽인 채 여전히 주위를 맴돌고 있지만.. 비행기만 뜬다면 어떻게든 떠나지 않고선 좀이 쑤시지 말입니다. 남편은 이번에도 함께 하지 못했다. 이거슨 피, 땀, 눈물로 점철된 바쁜 주재원을 남편으로 뒀다면 응당 받아 들어야 하는 독박 육아적인 삶.. 이 아니라 남편에게 미안할 정도로 신나게 놀고 왔다. 쉬잇~ 남편, 눈 감아! 남편이 하노이에 남아 일할 동안 나와 아이들만 방콕을 다녀왔다. 사실 아이들만 데리고 떠나는 해외여행이라면 한사코 반대부터 하는 남편이다. 자유여행에 있어서 3대 최악 조건인 길치, 기계치, 숫자치의 결정체가 바로 나, 민언냐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번만은 한방에 오케이! 그 비결은 바로 친구 찬스! 이야호~ 우리가 일정 내내 함께한 친구는 아이들은 물론 남편들까지 모두 절친이다. 게다가 하노이에서 사귄 태국계 미국인 친구 Y는 현지인이니 더 고민하고 말 것도 없고 말이다. 그녀가 하노이에서 서울로 거처를 옮긴 지도 벌써 1년이 다 되어간다. 우리 가족이 한국에 갔을 때 서울에서 부산으로 한걸음에 달려온 것을 포함해, 함께 떠난 가족 여행만 해도 벌써 다섯 번이 넘는다.

사실 방콕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코로나가 본격화되기 전인 3년 전, 3박 4일로 짧게 다녀왔다. 하지만 그때와는 180도 다르다. 지난 여행이 액기스만 쏙쏙 뽑아 휘리릭 빠르게 정리한 티저라면 이번 6일간의 여행은 본방 정주행이었다고 할까. 현지 로컬 푸드의 진정한 매력은 물론 관광지에서 벗어난 현지 스파와 각종 태국 패션 브랜드 등의 경험은 현지인이 아니면 절대 접할 수 없는 것들이니 말이다. 그리고 방콕에서 발견한 가장 기분 좋은 발견은 바로 케이 컬처다.


방콕의 중심인 스쿰빗을 지나 최대 쇼핑몰이 집중된 아속에 코리아 타운이 당당하게 자리 잡고 있다. 조성된 지 10여 년이 되었지만, 최근 한국 문화원과 함께 더 큰 주목을 받게 된 것이다. 물론 그 중심에는 한국 아이돌과 드라마가 있고 말이다. 베트남에서 한국 문화가 인기가 많다는 것은 익히 경험해서 잘 알고 있다. 하지만 태국에서도 한국 드라마와 아이돌이 뜨겁다는 건 이번에 알게 된 것이다.

“Min, there are my friends who really wanna meet you.”

“민, 너희를 너무 보고 싶어 하는 친구들이 있어.”


Y는 우리가 방콕에 오기 전부터 소개해주고 싶은 친구가 있다고 했다. 그녀의 대학 동창인 친구 부부, E와 P다. 그리고 그들에게는 쭌이보다 한 살 많은 만 열세 살 외동딸이 있다. 딸 N을 위해 E 부부는 아주 특별한 계획을 세우고 있었다. 이름하여 ‘케이 팝 댄스 유학’! 뿜뿜뿌움~ 유학은 알겠는데 댄스 유학? 그렇다. N은 요즘 케이팝에 푹 빠져있어 케이 팝의 본부인 서울로 가서 댄스 스튜디오에서 춤을 배우고 싶어 했다. 친구 Y가 통 크게 대형 렌트 카를 쐈다. Y, E 그리고 우리까지 세 가족이 함께 방콕 외곽지역인 매클렁 기찻길 시장으로 가기 위해서였다. 그리고 한국인 친구들을 만난다는 기대감에 잔뜩 부푼 소녀는 연신 모르는 아이돌에 대해 묻기 시작한다. 악! 누구? 뭐.. 뭐? ‘세븐틴’에서 업데이트가 멈춰버린 초딩 엄마는 결국 타이 소녀의 최애 아이돌이 누구인지 모르겠더라. 분명 ‘ㅇ’으로 시작된 보이 밴드였지만.. 지금도 기억이 나지 않는다. 하지만 분명한 건, 최애 멤버라던 아이돌은 월드컵으로 뜨겁던 2002년에 태어났단 거다. 또르르. 첫 만남부터 한국인을 만난다는 기대에 큰 눈을 반짝이던 N! 하지만 아이돌에 문외한인 한국인들에게 실망한 게 아닌가 걱정했다. N은 한국 가사를 토씨 하나 틀리지 않고 외우며 격렬한 파워 댄스를 거뜬히 춰냈다. 2 시간을 가는 차 안에서 들썩들썩 케이 팝을 틀었고 말이다. 태국인 멤버로 한국에서 활동 중인 ‘리사’(블랙핑크)와 ‘뱀뱀’(세븐틴)을 거쳐 대화의 소재가 고갈되고 있을 때쯤.. ‘아이브’의 러브 다이브가 흘러나왔다. 다행히 아이브는 쩡이가 매일 듣는 여자 아이돌이라 익히 알고 있다. 엄마와 함께 러브 다이브 춤을 추고 싶어 하던 쩡이는 틈만 나면 동작을 알려주려 하기 때문이다. 물론 몸치인 엄마는 뻐거덕대며 세 동작도 못 외우고 지치지만 말이다. 그 뒤로 유튜브 알고리즘을 타고 알게 된 8인조 그룹 ‘Stray Kids’ 또한 꺼져가던 대화의 불씨를 다시 살릴 수 있었다.

“What is the name of the group?” (“그룹 이름이 뭐라고?”)

“Stray Kids!” (“스트레이 키즈!”)

“Stra.i.g.h.t. Kids?!” (“스트레. 잇. 키즈?!”)


Y는 서울에 살지만 ‘Stray Kids‘(스트레이 키즈)는 금시초문이었다. 결혼 전에도 세계적인 호텔에서 일하며 여러 국가에서 일한 경험이 있는 커리어 우먼! 서울에서도 일한 경력이 있는데, 당시 소지섭(벙거지 쓴 미사의 소지섭을 기억한다면 당신은 나와 같은 세대군요.)과 빅뱅에 열광하던 Y는 최근 인기 있는 가수가 누군지 궁금해졌다. N과 내가 스트레이 키즈를 말하자 인터넷에 검색을 했다. 문제는 스펠링이었다. 그녀가 검색한 건 바로 ‘Straight Kids’(스트레잇 키즈)! 일제히 웃음을 터뜨렸다. 화기애애해진 분위기에 불안했던 가슴을 쓸어내렸다. 수줍어하던 쩡이도 N과 듀엣이 되어 하루 종일 아이브의 춤을 함께 췄으니 말이다. 이뿐만이 아니다. 나도 못 본 한국 최신 드라마는 물론 몰랐던 연예가 뉴스까지 한눈에 꿰뚫고 있었다. 으헙! 이런 몹쓸 논-드라마 인간! 드라마 제목만 알 뿐 내용은 전혀 알지 못해 미안한 한국인이다. 블랙 핑크의 리사가 국빈급 대 스타라는 건 익히 들어 알고 있지만 한국 아이돌과 배우들이 이렇게 사랑받고 있을 줄은 몰랐다. 결국 서울의 유명한 댄스 학원을 등록하기로 한 N 가족은 내게 이것저것 물어보기 시작했다. 니예? ‘댄스 스튜디오’라굽쇼? 댄스가 뭔가요? 먹는 건가요? 내추럴 몸치에게 서울 댄스 학원을 묻는 그들! 게다가 부산 토박이인 민언냐! 결국 열심히 인터넷을 뒤졌다. 인터넷 세이브 라이프! 열심히 검색한 결과 스우파의 주역들이 운영하는 댄스학원들의 리스트를 넘길 수 있었다. 예사롭지 않은 춤 실력과 어여쁜 외모의 N은 제2의 리사를 기대해봐도 되지 않을까. 그리고 함께 나눈 시간은 어찌 보면 훗날 우리에게 큰 자랑거리로 남을지도 모를 일이다.

낯익은 커버를 발견했다. ‘하마터면 열심히 살뻔 했다’

N가족과의 강렬한 만남을 뒤로하고 다시 한류의 인기를 체감한 것은 바로 서점이었다. 여행지에서 빼놓지 않는 게 서점 투어다. 그리고 현지 언어로 된 책을 한 권씩 사 오곤 한다. 사진집이든 동화책이든 상관없다. 그저 기분 좋은 기념품을 사듯 한 권씩 사는 것이다. 지난 방콕 여행에서는 일본 문학이 외국어 문학 섹션을 가득 채웠던 것을 기억한다. 베트남 역시 한국 문화가 인기가 있다고는 하지만 문학에 있어서는 아직 큰 반향을 일으키지 못하고 있고 말이다. 김치, 김밥, 떡볶이 등 한국 음식은 물론 케이 팝과 드라마가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지만 문학은 여전히 소개가 더딘 인상을 지울 수 없었다. 하노이도 한국 작가들의 책보다는 여전히 무라카미 하루키를 비롯한 일본 문학을 더 쉽게 찾을 수 있는 실정이고 말이다. 태국 또한 베트남과 다르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다. 방콕을 담은 사진집이라도 볼 심산으로 들어간 서점!

하지만 큰 오산이었다. 어라?! 이거 눈에 익은 책들이 한 권, 두 권… 상당히 많다. 베스트셀러 섹션에는 한국에서 한창 인기를 끌던 낯익은 서적들이 태국어 타이틀을 달고 참하게 앉아있는 게 아닌가. 브라보! 하노이에서는 ‘빠찡코’ 영문판이 다였는데 말이다. 영문도 아닌 태국어로 다양한 신작들이 출간되어 앞줄에 당당히 자리 잡고 있다니… 감동에 가슴이 두근거렸다. 아는 내용이지만 태국어라는 낯선 언어에 신기한 기분도 들었고 말이다. 특히 에세이, 심리학 서적이 대거 입고되었다. 역시 동시대를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국경은 문제가 되지 않는 법이다. 태국어를 조금이라도 알면 샀을 테지만.. 검은 건 글이요, 흰 건 종이 수준의 태국어 까막눈은 기분 좋게 발길을 돌렸다.

반갑다! 썅년의 미학을 방콕에서 보게 될 줄이야.

“Oh, my god! Did you sell this book?”(“이 책을 팔았나요?”)


우리가 돌아온 지난 금요일 밤은 방콕은 폭우가 쏟아졌다. 결국 비행기는 연착의 연착을 반복했다. 7시 출발 예정이던 비행기는 10시가 되어서야 겨우 이륙했다. 하지만 공항 내 서점이 있어 지루함을 달랠 수 있었다. 물론 많은 브랜드가 입점된 면세점에 신나 했단 건 말 안 해도 알쥐 알쥐! 서점에서 맘에 드는 방콕 그림책을 손에 들고 계산대로 향했다. 그리고 누군가 계산을 하려고 맡겨둔 책이 눈에 띄었다. 바로 ‘죽고 싶지만 떡볶이는 먹고 싶어’의 표지였다. 반가운 마음에 직원에게 “이 책을 팔았나요?”하고 크게 말했다. 기쁨의 급발진이다. 직원은 친절하지만 다소 당황한 표정이었다. “YES.”라는 대답에 대체 누가 샀는지 궁금해졌다. 궁금한 건 또 못 참지. 한국 부심을 발휘하며 두리번거리자 검은 히잡을 쓴 여인 두 명이 계산대로 왔다. 그리고 그중 한 명이 슬며시 미소를 지었다. 내 질문에 응답하듯 말이다. 짙은 갈색의 눈동자가 아름다운 그녀는 한국 작가가 쓴 책이란 걸 알고 있다고 답했다. 그녀 역시 연착된 비행기를 기다리며 읽으려고 산다고 했다. 광대뼈가 한껏 올라간 나는 연신 좋은 책이라고 술술 읽힐 거라며 쌍 따봉을 날렸다. 그녀 또한 그럴 것 같다며 웃으며 굿바이 인사를 했다. 지금도 히잡의 그녀와의 짧은 대화가 떠나가지 않는다. 문득 궁금해진다.


지금쯤 그녀는 ‘죽고 싶지만 떡볶이는 먹고 싶어.’를 다 읽었을까.

미드나잇 인 방콕은 방콕 곳곳을 그림으로 담아내며 태국어와 영어 주석까지 달려있다.

피. 에스. 이번 방콕 여행에서는 루피 카울의 시집인 ‘밀크 앤 허니’와 ‘미드나잇 인 방콕’을 샀다. 미드나잇 인 방콕의 책장을 한 장씩 넘길 때마다 따뜻했던 방콕의 햇살, 친구들과 나눈 달콤 쌉싸름한 타이 차가 혀끝에 맴돈다.

피. 에스. 투. 베트남에도 태국처럼 한국 에세이나 심리학 서적이 베트남어로 차곡차곡 출간되고 있다고 한다.(굿 정보 댓글로 공유해주신 '한국어교원'작가님 '깜언'드립니다.)그 서점 대체 어디오?내게 구글 맵을 공유 해주오. 아이들이 개학하면 곧바로 찾아가야지. 2주 뒤면 방학도 끝! 그동안 할 수 없었던 혼자만의 방랑기를 하나둘씩 실현시킬 시간이 다가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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