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전 최근 솔로가 된 친구에게 소개팅 후기를 듣게 되었다. 친구는 새로운 사람을 만나기 위해 여러 사람을 만나보고 있었다. 그녀의 중요하게 여기는 것은 세 가지였다. 외모, 조건, 성격. 그녀는 셋 중 하나도 놓칠 수 없다고 했다.
외모는 어쩔 수 없다고 생각했다. 내 친구의 외모가 괜찮기도 했고, 자기 마음에 들지 않는 외모의 사람은 끌리지 않는다는데 어쩌겠는가. 성격은 기본이니까 당연히 봐야 하는 것이고. 조건의 기준은 직업과 상대의 본가 위치였다.
세 가지 기준 중에서 가장 중요한 건 뭘까. 이야기를 들으면서 그녀의 픽이 궁금했다. 그녀가 비교한 사람들은 놀라운 밸런스를 가지고 있었다. 그녀에게 잘해주고 그녀가 잘 알지만 나이차가 있는 남자, 성격은 좋지만 이성적으로 크게 끌리지 않는 남자, 성격은 이상하지만 이성적으로 끌리고 능력있는 남자. 그녀의 픽은 3번째였다. 그녀는 마지막 남자를 만나보면 어떨까 고민하고 있었다.
한 해 나이가 먹어갈수록 그녀는 미래를 함께 바라볼 수 있는 상대를 찾고 있었다. 그녀가 아무것도 보지 않기에는 소개팅에 나오는 상대도 그녀의 많은 것을 보고 있었다. 그녀만 아무 생각이 없는 상태로 가기에는 생각이 없는게 아닐까 싶을 정도로. 첫 만남부터 그녀의 집 사정을 물어보는 사람도 있었고, 만남부터 자신의 재력을 자랑하는 남자도 있었다고 했다. 오랜만에 소개팅 시장에 나온 그녀는 회의감을 맛보고 있는 듯했다.
그녀의 말을 들으면서 나는 어떨까 생각이 들었다. 사람을 만나는 나의 기준은 무엇일까. 나에게 맞는 사람이란 뭘까. 누군가는 연애는 상관없지만, 끝까지 갈 사람을 선택하기 전에는 꼭 밑바닥까지 봐야 한다고 했다. 내가 싫어하고 참지 못할만한 요소를 가지고 있는지를 봐야 한다고 한다는 삶의 후기였다. 누군가는 가정 분위기를 봐야 한다고 했다. 사람이 자라난 환경과 경험에 따라 생각하고 행동한다는 측면에서 친구와 가정배경을 봐야 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꼭 단둘이 보지 말고 친구들과 함께 있을때의 모습을 잘 보라고 했다. 가정환경이 비슷해야 가치관이 덜 부딪힌다는 생활형 후기도 있었다.
그와 만나면서, 나에게 결혼이란 어떤 것일까에 대해 많은 고민을 하게 되었다. 세상에는 결혼한 많은 부부가 있을 것이고 각자 나름의 가치관과 관계에 따라 생활하고 있을 것이다. 나는 부부가 평생을 함께하는 팀프로젝트라고 생각한다. 팀프로젝트이다보니, 가치관에 따라 상대의 실력(조건)을 보는 사람도 있을 것이고, 좋아하는 사람과 함께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고(상대가 부족해도 내가 이끌어 나가겠다는 마음으로), 팀플을 원해서 팀플원을 찾은 사람도 있을 것이다. 틀린 답은 없고 각자에게 무엇이 더 중요한가에 따라 결정하는 것이 아닐까. 이렇게 생각하니 조건을 중요시 여기는 사람을 이해할 수 있었다. 그 사람이 무임승차만 하지 않으면 되는 것이 아닐까. 상대를 좋아하고 서로 사이만 좋으면 조건을 봐도 괜찮지 않을까. 결혼을 위해 결혼상대를 찾은 사람도 이해할 수 있었다. 처음에는 어리석다고 생각했고, '아이를 낳을 생각이 있는 사람' '결혼생각이 있는 사람을 원한다'와 같이 결혼을 위한 만남이 맞는걸까 싶었다. 이전에도 각자의 선택이니 내가 판단할 문제는 아니었지만, 이제는 사람들의 다양한 선택을 이해할 수 있었다. 결혼하기 위해 상대를 찾는 사람도 그렇구나 싶었고, 아이를 낳고 싶다고 결혼을 생각하는 선배도 그렇구나 싶었다.
이렇게 생각하니 오히려 더 간단해졌다.
결혼에 대한 엄청난 로망도 없고, 그냥 나와 함께할 팀플원을 찾아봐야겠다는 가벼운 생각. 괜찮은 사람이 없으면 말고, 좋은 사람이 있으면 좋고. 나는 실제 학교나 회사일에서도 혼자보다는 팀프로젝트를 선호하는 성격이라, 인생 팀플을 함께할 사람이 있으면 좋겠다는 선호는 있다. 팀플원을 잘못 고르면 팀프로젝트가 망하는 것처럼 사람을 잘 살펴보아야 하는 것이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