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인에게 마음을 줄 용기
누군가 나에게 '너는 최선을 다해서 살았냐'라고 물어본다면 나는 아니라고 대답할 것이다. 나는 항상 그렇게 살아왔다. 적당히 공부하고, 적당히 운동하고, 적당히 노력하고, 적당히 일하기. 살면서 이런 질문을 받게 될 줄이야. 학교에서 숙제검사를 받을때 말고는 들어보리라 생각치 못했던 말을 들었다.
"너는 최선을 다했어?"
그는 나에게 비난 반, 원망 반의 질문을 던졌다. 그날은 내가 그에게 그만하자고 다시 한번 말한 날이었다. 그는 내가 어리석다고 했다. 생각이 짧고, 줏대가 없으며, 상대방을 배려하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이럴거였으면 처음부터 싫다고 하지, 왜 좋다고 했다가 싫다고 했냐는 내용의 비난이 차분히 이어졌다. 좋게 이야기하면 원망을 담은 내용이었다고 해야 될까. 슬픔을 이겨내기 위한 태도였다고 해야 할까. 겉포장은 고요하면서도 차가웠다.
나는 그저 들었다. 그리고 집에 돌아와서 생각했다. 나는 어떻게 해야 했던걸까.
사람들이 으레 그렇듯 나도 주위 사람들에게 물어보았다. '그가 이런 말을 했는데 어떻게 생각해'. '내가 어떻게 해야 했던걸까'. 그리고 후회했다. 친구에게 말하면 답을 찾을 수 있을것 같았지만 사실 결정되는 것은 없었다. 친구는 나의 이야기만을 듣고 피드백을 한다. 상대를 아는것은 나뿐이고 그를 설명하는 것도 내 생각을 통해서이다. 결론은 나혼자 내리는 것이고, 내 슬픔과 고민을 말하는 것이 그의 아픔을 다른사람들에게 알리는 것이라는 것을 뒤늦게 깨달았다. 친구들의 공감과 조언은 나에게 힘이 많이 되었다. 하지만 나에게 필요한 것은 혼자 생각할 시간이었다.
그는 자신은 최선을 다했다고 했다. 그리고 할 수 있는 바를 다했기 때문에 후회는 없다고 했다. 나도 그가 최선을 다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습관적으로 늦게 나오는 나와 달리 그는 항상 준비되어 있었다. 약속장소에먼저 와서 나를 기다리는 것도 그였고, 데이트 코스를 생각해오는것도 그였다. 편지를 써주는 것도 그였고, 내가 필요하다고 했던 것을 선물해주는 것도 그였다. 나는 최선을 다했을까? 그렇지 않다. 나는 우리의 관계에 최선을 다하지 않았다. 나는 그와 만나기 전에 급하게 준비하고, 급하게 나오곤 했다. 지각도 밥먹듯 이어졌다. 상대에게 상처되는 말도 솔직하다는 핑계로 내뱉고는 했다. 왜인지 그냥 그가 마음에 들지 않는 날에는 짜증을 부리기도 했다.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이란 뭘까.
그리고 생각은 내가 왜 최선을 다해야 하는 것인지까지 이르렀다. 내가 왜 그래야 하지? 무엇을 위해서. 내가 그를 좋아한다는 이유 말고 내가 최선을 다해야 하는 이유는 뭘까. 그가 나를 좋아해준 만큼 같은 마음을 돌려주기 위해?
사람들은 서로에게 최선을 다하고 있을까. 부부는 서로에게 최선을 다하고 있을까. 연인들은 보통 최선을 다하지 않는다. 그렇다면 왜 헤어지는 커플이 그렇게나 많을까. 그냥 한가지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그만두는 커플이 많다. 사소한 말 한마디로도 그만두는게 관계다. 그 사람들의 행동은 이상하다기보단 오히려 자연스럽다. 굳이 시간이나 마음과 같은 자원을 낭비하면서 상대를 만날 이유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