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 후반, 난 하고싶은 것 한다의 2화 : 뮤직비디오감독 다음의 나
처음 렌즈로 세상을 본 순간
대학교에서 나는 영상과 함께했다. 꿈은 뮤직비디오 감독이었다.
그러다 1학년 2학기, 우연히 사진 수업을 들으며 처음으로 렌즈를 통해 세상을 보게 됐다.
렌즈로 바라본 세상은 새로웠다.
익숙한 것들도 낯설게 보였고,
낯설었던 것들은 더 아름답게 느껴졌다.
그렇게 나는 나 자신에게 물었다
“나는 무엇을 좋아하지?”
“무엇에 시선이 머무르지?”
“나는, 도대체 누구일까?”
이 질문들은 사진이라는 매개체를 통해 내 삶의 중심에 자리 잡았다.
카메라를 사용할 수 없었던 시간
처음엔 풍경을 찍었다.
그러다 친구들을 찍으며 ‘스냅사진’을 알게 됐다.
하지만 그렇게 사진에 빠져들 무렵, 군대에 입대했다.
군대에선 보안상 카메라를 쓸 수 없었다.
내 손엔 아무것도 없었다.
카메라를 잡지 못하는 시간은 마치 의식은 있으나 무의식에 잠식되는 듯했다.
나는 점점 나를 잃어갔다.
그때, 문득 아버지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소우야, 하늘을 바라보면 뭐가 느껴지니?”
“지금 구름은 뭐처럼 보여? 왜 그렇게 보일까?”
아버지는 항상 ‘왜?’를 물으셨다.
보이는 것 너머의 이유를 찾으라고 하셨다.
그 기억을 붙잡고 나는 눈으로 세상을 찍기 시작했다.
카메라 없이도, 그렇게 나를 찾으려 애썼다
전역, 다시 나를 찍기 시작하다
전역하자마자, 나는 군 적금으로 카메라를 샀다.
그리고 곧바로 사진을 찍기 시작했다.
배우 지망생, 모델, 일반인 친구들에게 직접 연락해 촬영을 제안했다.
컨셉을 정하고, 의상과 소품을 준비하고, 장소를 물색하고 일정을 조율했다.
모델 섭외, 촬영, 보정, 모델 케어까지
모두 내 손으로 해냈다. 그렇게 1인 작가로 성장했고,
어느새 SNS 팔로워는 3000명이 넘었다.
새로운 꿈, 연예인을 위해 사진을 하고 싶었다
그 시기, 나는 새로운 꿈을 꾸기 시작했다.
사진과 영상으로 아이돌을 위한 작업을 하고 싶었다.
그들의 감정과 이야기를 사진으로 담고 싶었다.
하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았다.
엔터 사진 직무로 입사하거나, 사진 스튜디오에서 어시스턴트 생활부터 시작해야 했는데,
당시 나는 대학 3학년, 스물다섯 살이었고, 서울에서 자취하며 어시스턴트 생활을 감당하기엔 무리였다.
결국 사진을 직업이 아닌 취미로만 남겨두게 됐다.
예술사진, 방황과 감정을 찍던 시간
그 시절 나는 길을 잃었다.
방황하던 나를 붙잡기 위해 예술 사진 모임에 들어갔고,
우울과 혼란을 사진으로 찍었다.
그때의 사진들은
누군가에게 보여주기 위함이 아니었다.
그저 내가 나 자신을 마주하기 위해서였다.
사진은 나의 거울이었고, 나의 상처이자, 나의 위로였다.
다시 영상으로, 그러나 여전히 길을 잃었다
나는 사진작가라는 꿈을 접고,
다시 영상으로 돌아갔다.
졸업작품을 준비하면서 돈을 벌기 위해 영상 일을 해야 했기 때문이다.
계속 질문이 떠올랐다.
“나는 지금 행복한가?”
“이 일이 정말 내가 원하는 영상일까?”
영상 작업으로 스트레스를 받는 동안,
나는 사진 위에 그림을 그리고,
글을 쓰고, 재봉을 하며 감정을 풀어냈다.
영상은 졸업을 위해 어쩔 수 없었지만,
그림과 글, 사진과 재봉은 내 감정의 탈출구였다.
카메라를 놓아도 나는 사진을 찍는다
이제 나는 2024년, 대학 4학년을 맞았다.
카메라를 처음 잡았던 순간부터 지금까지,
내 삶은 끊임없이 ‘왜?’라는 질문의 연속이었다.
여전히 그 답을 찾고 있는 중이다.
“소우야, 왜 그렇게 보이니?”
여전히 나는 카메라 렌즈 너머의 세상을 바라보며,
나를 찍고 있는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