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우는 그래도 한다. 20대 후반, 난 하고싶은 것 한다의 3화
영상이 싫어졌고, 그림이 좋아졌다. 그리고 나는 기획자가 되기로 했다.
2024년, 나는 대학교 4학년이었다.
영상 전공의 마지막 해. 졸업을 위해 무엇을 만들어야 할지 고민하던 나는, 한 가지 결심을 했다.
“이왕 졸업할 거라면, 내가 진짜 만들고 싶은 걸 해보자.”
언젠가 뮤직비디오 감독이 되고 싶다는 꿈이 있었다. 그 꿈을 다시 꺼냈다.
2023년 겨울, 인디 아티스트를 직접 찾아보기 시작했다.
뮤직비디오가 없는 노래에 나만의 연출을 입혀, 오피셜 뮤직비디오를 제작해보자는 목표를 세웠다.
그렇게 ‘양치기소년단’이라는 밴드를 알게 되었고, 그들의 곡 [핵폭탄 발사 버튼]의 뮤직비디오를 연출하게 되었다.
이 노래는 짝사랑하는 소녀에게 전화를 걸기 직전,
핵폭탄 발사 버튼을 누르는 것 같은 긴장감과 두근거림을 이야기한다.
나는 이 노래를 듣고, 그 감정을 “첫사랑의 풋풋함”이라는 비주얼로 풀어내고 싶었다.
무리였지만, 후회는 없었다
졸업작품 예산으로는 턱없이 부족했다.
지원사업에 응모했고, 부족한 비용은 결국 대출까지 받아야 했다. 하지만 그때 나는 생각했다.
“이걸로 영상과는 이별할지도 모르니까. 후회 없이 만들자.”
현장은 늘 부족했다. 촬영 조건도, 예산도, 사람도.
팀원들과 충돌도 있었고, 날씨 때문에 일정도 엉망이 됐다.
그보다 더 힘들었던 건 내 마음이었다.
영상이 싫어졌다.
즐겁지 않았다.
동기들도 졸업했고, 학교엔 이제 후배들뿐이었다.
나는 점점 외로워졌고, 무엇보다 불안했다.
다시 꺼내 든 붓
그러다, 정말 우연히 그림을 다시 그리기 시작했다.
어릴 적엔 그림을 정말 좋아했지만, 영상에 빠지면서 멀어졌던 그 감정.
그림 수업을 신청하고, 큰 캔버스를 사서 머릿속을 붓으로 쏟아냈다.그림은 내게 위로가 되었다.
매일 1~2시간씩 규칙적으로 그렸다.
공모전에도 출품했고, 수상도 하고, 지원금도 받고, 전시 제안도 받았다.
2024년 한 해 동안 30호 그림 10점 20호 그림 5점 10호 그림 5점을 그렸고, 단체전도 5번이나 참여했다.
어느 순간, 나는 다시 예술을 사랑하고 있었다.
표현하는 것 자체가 나를 지탱해줬다.
기획자로 살고 싶다
하지만 지금 나는, ‘그림 작가’도 ‘뮤직비디오 감독’도 아닌
앨범 기획제작자가 되기 위해 취업을 준비하고 있다.
금토 주말 알바를 하며 포트폴리오를 만들고, 아이패드로 간단히 그림을 그리고,
이제는 누군가의 아티스트 세계를 만들어주는 사람이 되고 싶다.
나는 이제 알고 있다. 내가 원하는 건 감정을 담아내는 기획, 내가 직접 기획하고, 팀을 꾸리고, 만들어가는 사람으로 일하고 싶다. 표현은 끝나지 않았다.
다만, 이젠 기획이라는 방식으로 이어지고 있을 뿐.
다음 화 예고
[4화. 되고 싶은 사람의 루틴]
"매일 뭔가 만들며 살아가는 삶이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