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 시를 쓰는 시대는 끝났다 (2/5)

2화 - AI의 시는 불쾌한가

by Don Shin

AI가 쓴 시를 처음 읽었을 때,

가장 먼저 든 감정은 놀라움이 아니었다.

불쾌함에 가까웠다.


문장은 나쁘지 않았다.

리듬도 있었고, 이미지 역시 과하지 않았다.

어디에도 어색한 부분이 없었는데,

그 점이 오히려 불편했다.


우리는 흔히 말한다.

AI는 고통을 모른다고,

상실을 겪은 적 없다고,

그러니 감정을 쓸 수 없다고.

하지만 그 문장을 읽는 동안,

그 논리는 쉽게 작동하지 않았다.


불쾌함의 이유는

AI가 감정을 ‘잘 흉내 내서’가 아니었다.

오히려 그 반대였다.

감정이 반드시 경험에서만 비롯된다는

믿음이 흔들렸기 때문이다.


시는 오랫동안

인간의 증거처럼 여겨져 왔다.

아프다는 사실,

잃어본 적이 있다는 사실,

죽음을 예감할 수 있다는 사실을

언어로 남기는 방식이었다.


그런데 경험하지 않은 존재가

그 언어의 형식을 정확히 재현할 때,

우리는 질문받게 된다.

감정이란 정말 경험의 산물인가,

아니면 학습 가능한 패턴인가.


AI의 시가 불쾌한 이유는

그것이 인간을 흉내 내기 때문이 아니다.

인간이 감정의 유일한 소유자라는 믿음을

조용히 무너뜨리기 때문이다.


그래서 우리는

“저건 진짜가 아니다”라고 말하고 싶어진다.

그 말은 AI를 향한 판단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스스로를 향한 방어에 가깝다.


만약 감정이

오직 인간만의 것이 아니라면,

우리가 특별하다고 믿어왔던 근거는

어디에 남게 될까.


AI의 시 앞에서 느끼는 불쾌함은

기술에 대한 거부감이 아니라,

인간이라는 정체성이

조금씩 흔들리고 있다는 신호인지도 모른다.



우리가 지키려는 것은

시일까,

아니면 인간이라는 이름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