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 시를 쓰는 시대는 끝났다 (1/5)

1화 — 그 문장을 처음 믿게 된 날

by Don Shin

사람이 시를 쓰는 시대는 끝났다.

이 문장을 처음 떠올렸을 때, 분노도 절망도 없었다.

오히려 이상할 만큼 조용했다.


누군가 대신 써준 문장을 읽고 있었다.

정확했고, 매끄러웠고,

내가 오래 붙들고 있던 표현들이 그 안에 이미 있었다.


감정은 흉내 낼 수 없는 것이라고 믿어왔다.

고통은 통과해야 하고, 상실은 몸에 남아야 하며,

시는 결국 인간만이 쓸 수 있는 언어라고 생각했다.

그 믿음은 오래 가지 않았다.


어느 순간부터

“이 시는 누가 썼을까”라는 질문보다

“이 문장은 왜 나보다 나를 더 정확히 알고 있는가”라는

의문이 먼저 떠올랐다.


기술은 감정을 이해하지 못한다고 말하면서도

우리는 기술이 만든 문장 앞에서

가장 인간적인 방식으로 반응한다.

좋다고 느끼고, 저장하고, 공유한다.

그리고 조용히 비교한다.

내가 쓴 문장과, 내가 아닌 것이 쓴 문장을.


이 연재는 시를 옹호하기 위한 글이 아니다.

사람을 지키기 위한 선언도 아니다.

다만 하나의 장면을 기록하려 한다.


시를 쓰는 주체가 더 이상 명확하지 않은 시대에

우리는 무엇을 읽고 있는가.


어쩌면 시는 여전히 쓰이고 있다.

다만 사람이 아니라,

사람 이후의 무엇에 의해.


이 연재는

그 이후의 언어들에 대한 기록이다.


-------


우리가 감동받는 문장은,

반드시 인간에게서 와야 하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