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화 — 그 문장을 처음 믿게 된 날
사람이 시를 쓰는 시대는 끝났다.
이 문장을 처음 떠올렸을 때, 분노도 절망도 없었다.
오히려 이상할 만큼 조용했다.
누군가 대신 써준 문장을 읽고 있었다.
정확했고, 매끄러웠고,
내가 오래 붙들고 있던 표현들이 그 안에 이미 있었다.
감정은 흉내 낼 수 없는 것이라고 믿어왔다.
고통은 통과해야 하고, 상실은 몸에 남아야 하며,
시는 결국 인간만이 쓸 수 있는 언어라고 생각했다.
그 믿음은 오래 가지 않았다.
어느 순간부터
“이 시는 누가 썼을까”라는 질문보다
“이 문장은 왜 나보다 나를 더 정확히 알고 있는가”라는
의문이 먼저 떠올랐다.
기술은 감정을 이해하지 못한다고 말하면서도
우리는 기술이 만든 문장 앞에서
가장 인간적인 방식으로 반응한다.
좋다고 느끼고, 저장하고, 공유한다.
그리고 조용히 비교한다.
내가 쓴 문장과, 내가 아닌 것이 쓴 문장을.
이 연재는 시를 옹호하기 위한 글이 아니다.
사람을 지키기 위한 선언도 아니다.
다만 하나의 장면을 기록하려 한다.
시를 쓰는 주체가 더 이상 명확하지 않은 시대에
우리는 무엇을 읽고 있는가.
어쩌면 시는 여전히 쓰이고 있다.
다만 사람이 아니라,
사람 이후의 무엇에 의해.
이 연재는
그 이후의 언어들에 대한 기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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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감동받는 문장은,
반드시 인간에게서 와야 하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