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늘은 어디서 시작되는가 2

아내의 시선 : 말하지 못한 빛을 바라보는 사람의 기록

by Don Shin

벽시계가 정오를 가리킬 때,

당신은 아직 아침에 머물러 있었다.

몸은 방 안에 있었지만,

시선은 이미 오래전 계절에 가 있었다.

나는 그걸 알고 있었지만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창가에 걸린 빛은

서랍 속에 접힌 셔츠처럼

방 안의 먼지를 스치다 멈췄다.

공기는 구겨진 종이처럼 눌려 있었고,

당신의 숨은

제자리에서만 반복되고 있었다.


당신의 눈동자에는

떠내려가지 못한 시간들이

돌처럼 가라앉아 있었다.

흐르지 않는 것들은

언제나 가장 무겁다.


고개를 끄덕이던 날들 속에서

나는 문장들을 하나씩 접었다.

식탁 위의 침묵은

접시보다 무거웠고,

“오늘은 어땠어?”라는 말은

입 밖으로 나오지 못한 채

문턱에서 자주 미끄러졌다.


당신은

익지 않는 과일 같았다.

무르지도, 썩지도 않지만

어떤 맛도 되지 못한 채

그저 자리에 놓여 있었다.

방금 벗은 재킷처럼

어깨에만 체온을 남기고.


회의실에서 돌아온 당신의 옷깃에는

끝내 말이 되지 못한 문장들이

잿빛 먼지처럼 묻어 있었다.

나는 털어주지 못했고,

당신은 털어낼 힘이 없었다.


머그잔을 들던 손끝이

작게 떨릴 때,

그 떨림은 피로가 아니라

이미 빠져나간 힘의 흔적이라는 걸

나는 알고 있었다.


그림자는 바닥에 생기지 않았다.

당신의 눈 뒤,

빛이 여러 번 굴절되던 자리에서

조용히 어둠이 자라고 있었다.


당신이 말하지 않을수록

나는 당신을 이해하는 목소리에서

작게 금이 가는 소리를 들었다.

사랑은 종종

상대보다 먼저

자신이 무너지는 소리로 시작된다.


그날 밤,

방은 불을 껐지만

완전히 어두워지지는 않았다.

창밖 불빛 하나가

눈동자의 가장자리에 남아

잉크처럼 천천히 스며들었다.


그제야 알았다.

먼저 사라지는 것은

사람이 아니라

그를 감싸던 말들이고,

그 말들이 접히는 순간

사람은 이미

기억 속으로 걸어 들어가고 있다는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