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움, 자비

멀리서 바라보는 방식에 대하여

by Don Shin

누군들 아름다움에 자비로우랴.

아름다움 앞에 서면 누구나 흔들린다.


멀리서 반짝일 때는 감탄하다가도

막상 다가가면

향기가 없다고 아쉬워하고,

기대와 다르다며 비웃음속 실망으로 돌아선다.


처음부터 달라진 것은 꽃이 아니다.

변한 건,

그것을 바라보는 사람의 마음이다.


멀리서 충분히 아름다웠다면

그저 저만치 그 거리에서

아름다웠다라고 그냥 남겨두자.


어둠 속에서 더 또렷해지는 별처럼,

닿지 못한다고 해서

그 빛이 덜한 것은 아니다.

내가 어찌할 수 없는 빛이 시야를 가리면

차라리 눈을 감는다.

가장 선명했던 장면 하나를 남기고,

스러짐까지도

아름다움의 일부라 받아들인다.


안개는 풍경을 비워낸다.

선명함이 걷힌 자리에서

욕심도 함께 옅어진다.

탐내지 않는 눈과

덜어낸 마음만이

비로소 고요해진다.


사람과 사람 사이,

우리는 비슷하게 흔들린다.

기대는 이해보다 앞서고,

욕심은 사랑보다 빠르다.

부르지 못한 이름은

끝내 목 안에 잠기고,

지나온 시간만 길어진다.


밤이 깊어질수록

되돌릴 수 없는 말들이 빛나고,

기억은 상처의 빛을 띤다.

후회와 반성,

인연이 아님을 인정하면서도

또다시 비슷한 마음을 품는다.


긴 밤을 지나

안개 어린 새벽을 보고서야

비로소 생각한다.


아름다움에는

자비가 필요하다는 것을.

그것이 아름다움을 대하는 자세임을.


작은 꽃 하나

가슴에 품고 살자.

보이지 않아도,

증명하지 않아도

그저 꽃처럼.


그늘진 거리마다

움츠린 이름마다

조용한 숨 하나 번지기를.


닿지 못했어도 괜찮다.

고요히 남은 빛은

어느 먼 들녘에서

이미 넉넉히 퍼지고 있을 테니.


화, 금, 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