떠나는 계절에

남겨진 자리에서 보내는 기도

by Don Shin

아내는 잠시나마 시간을 붙들고 싶었을까,

무거운 짐을,

시간을 달래듯 천천히 쌌다.

낡은 머그잔, 오래된 노트북,

그리고 말없이 챙겨 넣은

현우의 웃음, 현빈의 잠든 얼굴.


그녀의 눈빛, 그 안에서

익숙함을 접어두려는 결심을 본다.

모든 익숙함은 떠나는 이의 짐이 되기에

조용히 내려놓는 법을 배운 사람처럼.

손끝마다 묻은 망설임.

붙잡을 수도, 버릴 수도 없는 것들,

조용히 접어 넣는 그 마음을 본다.


사랑은, 머무름보다 떠남으로 완성된다는 걸.

우리는 오래전부터 그렇게 배워왔다.


현우가 창문을 열며 웃는다.

그 웃음 속, 그녀의 눈빛이 스며들고

현빈의 잠든 숨결 위로

그녀의 온기가 조용히 흐른다.

그렇듯 두 아이는

아내의 시간을 입고 자라간다.


“아빠, 그곳의 겨울은 길까?”

그 말 한 줄에

앞날의 시간들이 접혀 있었다.


대답하지 못했다.

겨울이 길더라도

그 속에서 길을 찾고,

스스로 불을 피울 거라는 걸 알고 있었기에.

다만, 그들의 추위를 대신 앓을 수 있다면 좋겠다고,

말없는 시 한 줄에 기도를 실어 보낸다.


은진은 두 아이 사이에서

단 한 번도 자신을 먼저 세운 적이 없었다.

그림자처럼 따라가며

아이들의 꿈이 상처 없이 자라도록

자신의 하루를 조용히 덮었다.

때론 눈물로, 그러다 다시 미소로.

사람의 하루는 결국,

누군가를 위해 접어둔 시간의 다른 이름이었다.


이제 나는 남는다.

세 개의 빈 그릇,

조용히 식어가는 식탁의 온도,

그 자리에 손을 얹으며

그들의 부재가 하루의 일부가 되어간다.


언젠가,

그 먼 곳의 하늘 아래에서

현우와 현빈이 서로의 길을 잃지 않기를,

그리고 아내는 그 곁에서

자신의 이름을 잠시라도 잊지 않기를,

나의 기도가 모자라지 않기를 바란다.


오늘, 사랑하는 이들을 붙잡지 않는다.

이별은 슬픔이 아니라

누군가의 성장으로 이어지는 일.

사랑의 끝에는 언제나

또 다른 시작이 기다리고 있었다.


멀어지는 뒷모습이

꺼지지 않고 내 삶 또한 밝혀줄 것임을,

나는 믿는다.


낯선 길위 가다가 걷다가

행여 맘 지쳐 쓰러지거든,

다시 일어나 삶에 맞서려 너무 애쓰지 마라.

언제든 다시 돌아올,

내가 지키고 있는 여기 이곳이 있으니.

화, 금, 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