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기장

투명한 벽 너머에 대한 기록

by Don Shin

처음엔

그것이 벽인 줄 몰랐다.


빛나는 구멍 하나를 향해

그저 날개를 펴는 일이라 생각했다.


작은 구멍에 몸을 맞추려

스스로를 조금씩 깎아낸다.

날개 끝이 비명처럼 떨릴 때까지.


투명한 벽이

빛을 갈라놓고

세상과 몸 사이에 선다.


아흔아홉 번의 몸부림.

눈물처럼 번지는 흔적들.


마지막인 듯 돌아서다가도

더 깊은 상처 위로

다시 그 구멍을 향해 몸을 던진다.


날개는 점점 작아지고

붉은 실핏줄처럼 뜨거운 다리는

가늘게 흔들린다.


피가 스며드는 그 끝에서도

그리움에 휘감겨

구멍 너머 미세한 온기를 향해

다시 부딪힌다.


벽에 닿을 때마다

얇은 막이 찢어지는 소리.


얼어붙은 공기를 삼킬 때마다

가슴은 한 줌처럼 쥐어짜이고

몸은 조금씩 무너진다.


어느 날은

부딪히는 대신

잠시 주저앉는다.


바람조차 닿지 않는 곳에서

깎여나간 자리를

천천히 더듬는다.


그러다 문득 멈춘다.


기억조차 흐려진 방향을 더듬는다.

그리움만이

길을 안다.


구멍 너머

희미한 빛이 떨리는 순간,


손에 닿을 듯 가까운 온기.


그러나 손을 내미는 순간

더 깊은 공허가 밀려와

몸은 다시 제자리다.


진정 두려운 것은

움츠린 뼈가 그대로 굳어버리는 것.


그렇게 굳어버린 고통이

더 이상 아프지 않게 되는 것.


떨리는 날개 끝에

한 점 빛이 스친다.


찰나의 환희.


그러나 빛은 찰나일 뿐

몸은 여전히

그 자리에 남는다.


숨을 고르고

상처 난 날개를 다시 편다.


부딪히고

넘어지고

다시 일어나며


조금씩

균열을 넓혀간다.


투명한 벽 너머

그곳에도 바람이 스칠까.


피에 젖은 날갯짓을 타고

작은 틈 사이로

빛이 스며든다.


이름 없는 생이 남긴 빛이

보이지 않는 너머에 닿는다.


그 너머가

조금,

따뜻했다.

화, 금, 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