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인된 존재, 누락된 마음
지하철 개찰구 앞에서
우리는 잠깐 멈춘다.
손목을 들고
카드를 꺼낸다.
그리고 손을 내민다.
짧은 소리 하나.
삑.
그 소리를 듣고
우리는 안심한다.
그것은 승인이었다.
그 순간을
이상하게 생각해 본 적은 없다.
하지만,
우리는 언제부터
금속에게
통과해도 되는 사람인지
묻기 시작했을까.
ATM 기계 앞에서도,
편의점과 식당에서도 반복된다.
무수한 손 사이로
금속이 웃음을 복제한다.
승인음,
입맞춤 직전,
입술이 눈꺼풀을 스치고
소리 없이 증발한다.
지문 하나가
정적을 지워내고,
낯선 숨결이
바람보다 먼저 스며든다.
낡은 카드 위에
익명의 체온이 남고,
불려지지 못한 말들이
잔열처럼 흘러간다.
입술은 조용히
문을 열고 빛을 반사한다.
가장 가까운 거리에서도
우리는 서로에게
아무것도 묻지 않는다.
어디에서 왔는지,
오늘 어떤 하루였는지.
복제된 망설임이
기억 틈새로 흘러들어
묵음처럼 떠돈다.
움직임도 멈춤도 흐름.
흐르지 못한 마음은
어디에 남을까.
주머니 속에서
읽히지 않은 신호 하나가
오래 머문다.
누구도 닮지 않은 얼굴로
한 걸음 내딛는다.
금속 눈꺼풀 아래,
우리는 자주 눈을 감는다.
느껴지지 않지만,
감지는 늘 정확했다.
문 앞,
지워진 기록을 더듬는 손가락 하나.
날 선 무늬가
살갗을 스치고 지나간다.
주저함이 코드가 될 때,
희망과 절망 사이
가장 가느다란 틈을 지나
승인음 하나가
모든 걸 결정한다.
차가움은
가장 익숙한 감각.
소유와 자유 사이에서,
금속은 자신을 비우고
묻히지 못한 질문처럼
잠시 머문다.
그리고,
우리와 바뀐 자리에 앉은 입술,
누군가의 손을 닮은 기계가
잊힌 인사를 흉내 낸다.
묻히지 못한 날들을
침묵으로 더듬으며,
다시,
웃는다—
가장 인간적인 표정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