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개

혼자 날았다고 믿었던 날들

by Don Shin

1


어미는 새벽을 등에 지고 돌아온다.

젖은 날개 끝에서

빛 하나가 떨어진다.


도시 뒷골목,

깨진 간판 아래

그늘이 고인 자리.


어미는

벌레 하나를 부리에 물고

둥지로 돌아온다.


부리 끝의 따뜻한 숨으로

먼저 새끼의 허기를 덮는다.


하루의 끝마다

내일의 숨을 이어 붙이듯.


어미는

자신의 깃털을 뽑는다.


하나,

그리고 또 하나.


날개 안쪽으로

작은 피멍이 번진다.


그 깃털마다 남은 체온은

새끼의 살결에 닿아


옷이 되고

방패가 되고

언젠가 날개가 된다.


어미는 묻지 않는다.


나는 벗어야 하고

너는 하늘을 얻는지.


나는 닳아가고

너는 새로워지는지.


날갯죽지에 맺힌 고통은

솜털 아래로

조용히 스며든다.




2


둥지의 가장자리.


창백한 유리벽에

날개 달린 자신이 비친다.


젖은 밤,

맑아진 공기 위로

새는 조용히 떠오른다.


어미의 체온을

깃 속 깊이 숨긴 채.


고요하게

조금 더 높이,

조금 더 멀리.


뒤돌아보지 않는다.


앞으로 나는 법만

배워왔으니까.


날개 끝에서

체온이 조금씩 식어 간다.


홀로 난다고 믿었던 하늘이

아주 천천히

기울고 있다는 걸

아직은 모른다.


깃털 하나가

조용히 떨어질 때에야


그 바람 속에

얼마나 많은 무게가 있었는지

비로소 느낀다.


그때서야

침묵처럼 알게 된다.


단 한 번도

혼자 난 적 없었다는 것을.


그리고

처음으로

고개를 돌린다.




3


기억의 궤적을 따라

다시 둥지로 내려온다.


부리에

벌레 하나를 문 채.


그러나


둥지는 비어 있다.


남겨진 것은

깃털 하나.


그 깃털은

지금 자신의 어깨에 박힌

그것과 닮아 있다.


깃털 끝에서

바람의 결이 느껴진다.


돌아온 시간마다

누군가의 무게가 있었다는 것을

이제야 안다.


새는 다시

하늘을 향해 오른다.


어미와 멀어진 거리만큼

그리움을 품고.


바람이 스쳐 지나간다.


마치

몸을 감싸던 마지막 숨처럼


“이제

여기까지만”


그렇게 속삭이며.


그날

마지막 날갯짓이 멈춘다.


아무도 모르게

하늘도 잠시 멈춘다.


둥지 위에서

깃털 하나가 떠오른다.


그 깃털은


그의 마지막이자


가장 오래된

시작이었다.

화, 금, 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