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너스 사용법

결핍이 세계를 만드는 방식

by Don Shin

가장 먼저
하나를 빼는 법부터 배웠더라면.


손가락을 펴며
하나, 둘,
사라진 자리마다
바람이 먼저 스며들었을지도 모른다.


출석부의 끝줄,
옅어진 잉크와
어느 날 이후
멈춰버린 신발 소리 하나.


식지 않은 도시락,
두 번 접힌 쪽지,
‘괜찮아’라는 말에 눌려 있던 떨림,
그 모든 것들이 빠져나가
기억의 벽지 아래로
조용히 가라앉는다.


날짜는 상장에 남았지만
손의 떨림은 사라지고,
연필심의 흔적은
책상 밑으로 흘러내린다.


종이의 가장자리에는
이름을 잃은 글씨들이
자신을 더듬듯 남아 있다.


덧셈이 늘어날수록
얼굴은 희미해지고,
눈을 마주치기도 전에
그림자부터 지워진다.


밤이 모두 지나간 뒤,
엎어진 공책 한 권.


그 안에서
음의 부호 하나가
비어버린 자리 아래
조용히 뿌리를 내린다.


빠진 자리마다
작은 싹이 돋고,
숫자로는 셀 수 없는 이름들이 모여
어디에도 없는 지도를 만든다.


마침내
남지 않은 것들로 세워진 세계.


그 아래,
되돌릴 수 없던 시간의 반대편에서
누군가
처음으로 돌아가는 법을
낮게, 아주 낮게
속삭이고 있다.

화, 금, 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