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왜 늘 한쪽으로 기울어 살아가는가
비는 바람이 없어도
한쪽으로 기울어 내렸다.
가장 먼저 젖는 곳은
아무도 눈길 주지 않던
벽의 한쪽 면이었다.
차갑고, 미끄럽고,
오래 외면되어 있던 자리.
처음엔 우연처럼 보였지만
어둠은 이미
선을 긋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보이지 않는 경계는
말없이 나뉘고,
우리는 그 위를
그저 지나왔다.
우리는 한 번도
완전히 균형 잡힌 적이 없었다.
기억은 발끝에 실렸고,
그 발은 늘
불안한 곳을 딛고 있었다.
하루는 매번
조금씩 다른 방향으로 기울었고,
그때마다 중심은
쉽게 무너졌다.
어떤 날은
몸이 따라주지 않았고,
어떤 날은
마음이 먼저 꺾였다.
시간이 지나면서
몸 곳곳에는
버텨낸 흔적들이 남았다.
그리고 그 흔적들은
지나온 날들을
조용히 설명하고 있었다.
물은 넘치거나
완전히 말라붙을 때
자기 모습을 드러낸다.
삶도 비슷했다.
무너지고 나서야
우리는 겨우
스스로를 이해하기 시작했다.
이름 하나 떠올릴 때마다
마음 어딘가가
조금씩 흔들렸고,
그 흔들림 속에서
보이지 않던 중심이
천천히 만들어졌다.
어긋난 시간들 사이에서
가장 오래 버틴 순간이
결국 기준이 되었다.
그래서 우리는
완벽한 중심이 아니라,
조금 늦게 도착한 중심을 향해
하루를 버텨냈다.
그리고 어느 순간,
가장 낮은 자리에서
비로소 알게 된다.
우리를 버티게 한 건
잠이 아니라,
끝까지 내려간 곳에서
다시 올라오려는
작은 목소리였다는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