율리시스

미래의 나를 못 믿는 현명함.

by 작은달

"율리시스"


'고대 로마제국의 영웅 오디세우스'


의 로마식 이름이다.


이 영웅을 언급할 때면, 그 유명한 트로이전쟁이 자동으로 따라온다.


난공불락의 요새 트로이를 함락시키기 위해서,

말모양의 목상 속에 병사들을 위장시킨 다음,

적의 심장부까지 깊숙이 침투하여,

최적의 틈에 벼락같이 기습을 성공시킨 그 전쟁 말이다.


전쟁의 승기를 가져다줄 수 있는 기발한 전략가, 율리시스.


율리시스는 보통 이렇게 트로이전쟁의 영웅으로만 기억된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은 그가 트로이를 함락한 이후,

집으로 돌아오는 과정에서 10년 동안이나 바닷길을 떠돌아다녔던 이야기에 대해서는 크게 주목하지 않은 듯하다.


나는 그중 율리시스와 세이렌에 대한 이야기를 기억나는 대로 적어 내려 가 보겠다.




당시 바다에는 몸매는 거대한 새와 같고,

얼굴은 무척이나 매혹적이고 아름다운 괴 생명체가 살았었다.


그들은 바다 한가운데 암초로 뒤덮인 섬에서 무리를 지어 지냈으며,

사람들을 현혹하는 노래를 부르곤 했는데,


누구든지 듣기 시작하는 순간,

이 세상 그 무엇보다 달콤하고 황홀한 그 노랫소리에 취해버리곤 했다.


이성은 마비되었고, 오로지 그 노랫소리를 향해서 최고 속력으로 배를 돌진시켜 버렸다.


그렇게 암초에 돌진한 배들은 단 한 척도 예외 없이 침몰했다.


그리고 다행히도, 율리시스는 이 소문을 알고 있었다.


'소문의 그 노랫소리는 얼마나 황홀할까?'


그는 한편으로 세이렌의 노랫소리를 들어보고 싶다는 강한 충동이 일었지만,

그와 동시에, 본인이 제아무리 냉철하다 하더라도 그들의 유혹을 이겨낼 수는 없을 것이라고 판단했다.


미래의 율리시스를 지금의 율리시스가 믿지 못하게 된 것이다.


본인을 객관적으로 내려다볼 줄도 알았으며,


통찰력이 그 누구보다도 뛰어났던 그는,


선원들에게 자신을 돛대에 꽁꽁 동여맬 것을 지시하였으며,


그 어떠한 명령을 내리거나 괴성을 지르더라도 절대 풀어주지 말 것을 지시하였으며,


자신을 제외한 모든 선원들에게 밀랍으로 귀를 단단히 막을 것을 지시하였다.




현대 뇌과학 분야의 권위자인 데이비드 이글먼은,

그의 저서 '인코그니토'에서 이렇게,


'미래의 나를 통제하기 위해서 현재의 나를 구속하는 계약'


율리시스의 계약이라고 언급하였다.


우리는 살면서 수시로 율리시스의 계약을 하는 것 같다.


야식을 먹지 않기 위해서 러닝을 한 시간 더 뛴다던가,


게임을 하지 않기 위해서 컴퓨터방 입구를 막아버린다던가,


헬스장을 열심히 다니기 위해서 값비싼 운동복을 산다던가 하는 것들 말이다.



유혹에 빠지고 순간의 도파민에 취해서 암초더미로 돌진하는 한심한 녀석도 '나'이지만,


그 도파민을 억제하고자 율리시스의 계약을 맺는 것 또한 '나'이며,


언젠가는 유혹에 직면하더라도 강력하게 뿌리칠 수 있는 '나'가 될 것에 두 손을 모으며,


오늘도 작지만 부끄러운 율리시스의 계약을 하나 해본다.



'웹소설 결재 못하게 어플자체를 지워야지'

일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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