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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용준 Dec 19. 2023

카르마 법칙

영적 성장

회사의 지시에 따라 올해 남은 연차를 사용해 집에서 지내고 있다. 인사발령으로 작년 여름에 지방으로 간 뒤 얼추 1년 여만에 집으로 돌아왔다. 내년부터는 새로운 부서에서 근무할 것 같다. 적지 않은 세월 동안 직장 생활을 해왔지만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는 문제는 역시 쉽지 않다. 회사는 틈나는 대로 직원들에게 변화를 강조 ( 독려 ) 하지만 나이가 들어갈수록 솔직히 변화는 녹록지 않은 일이다.


오래전 입사한 이후로 지금처럼 오랫동안 집에서 지내는 것은 세 번 정도 있었던 것 같다. 첫 번째는 IMF 시절, 한 달간 무급 휴직이었고, 두 번째는 코로나 기간의 반복적인 무급 휴직이었다. 사실 코로나 기간은 관광업계와 항공사에 치명적이었고, 무급 휴직 기간에도 눈치를 살피며 틈틈이 회사에 출근했다. 이번이 세 번째인데 이전의 두 번 휴직과는 형편이 좀 다르다. 문책성이다.


마음이 편치만은 않지만 나에겐 소중한 시간이다. 기독교인들이 성서를 펼치듯 나는 불자는 아니지만 가끔 금강경을 펼쳐 본다. 이런 구절이 눈에 들어왔다.


'자기 생각에 빠져 옳고 그름을 판단하려 들지 말고 있는 그대로를 인정하는 것이 중요하다. 사람의 행위에는 그렇게 할 수밖에 없는 원인과 조건의 흐름이 있고, 그 흐름 뒤에는 또 그 이전부터 이어져 온 업의 흐름이 있다. 인정하는 것이 먼저고 합당함을 살피는 것은 그 뒤의 일이다. 이 순서를 뒤집어서 이미 일어난 사실을 인정하지 않고 자신의 잣대에 맞춰 상대를 바라보는 데에서 세상의 모든 문제가 발생한다.'


처음 금강경을 접한 지가 해외에서 고단한 시절을 보냈을 때니까 대략 십 년 즈음된 것 같다. 어려운 경전을 법륜 스님께서 쉽게 풀어서 강의하신 책이었다. 한동안 심취해서 읽고 또 읽었는데 최근의 사건을 겪고 보니 금강경을 마음에 새기고 실천하진 못한 것 같다. 늘 그렇듯 입으로만 떠들고 다녔던 나 자신이 부끄럽다.


내년부터 임금 피크제의 적용을 받는다. 회사 규정상 임금 피크제에 들어가면 보직을 내려놓고 매년 임금도 10% 씩 삭감된다. 이른바 퇴직 후 무슨 일을 하면서 먹고살아야 할지 고민할 시기가 온 것이다. 그런데 좋아하는 일을 하며 남을 돕는 일을 찾아 착실히 준비 중이고 카르마의 법칙을 알게 된 이후로 전혀 두렵지가 않다.


나는 원래 육신이 아닌 영적 존재이며 카르마를 소멸하고 영적 성장을 위해 지구라는 학교에서 열심히 공부 중이다. 앞으로 얼마나 더 환생을 해야 전생의 모든 카르마를 소멸할지 모르겠지만 이번 생도 혼신의 노력을 다할 것이다. 그리고 언젠가는 이 지구 학교를 우수한 성적으로 졸업해서 나의 근원적인 고향인 영계로 돌아갈 것이다.


나를 다시 한번 참회의 길로 인도하여 카르마 법칙을 상기시켜 준 협력사 직원들께 진심으로 감사한 마음이다. 요즘 하루종일 내 곁을 지키는 아내는 나눔을 많이 해서 올해의 당근 이웃으로 선정되었다며 어린아이처럼 웃고 있다. 그런 아내가 귀엽고 사랑스럽다.



사진 by 해정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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