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동화: “병아리 씨앗 마을"

바람과 깃털이, 그리고 잊힌 깃발

by 팔뚝투쟁

옛날 옛적, 햇살이 포근히 내리던 어느 넓은 들판엔
작고 단단한 공동체, 씨앗 마을이 있었어요.


이 마을은 오랜 세월 동안 병아리들끼리 만든 약속 아래
평등하게 살아가던 곳이었답니다.
이 약속을 지키기 위해 만들어진 모임이 바로 씨앗회였어요.


깃발 하나로 뭉쳤던 시절

사실 씨앗 마을에도 한때는 생각이 다른 병아리들이 많았어요.
누구는 “모이를 더 나누자” 했고,
누구는 “깃발을 더 높이 들자” 했고,
누구는 “바깥 마을과 더 이야기하자”고 했죠.


병아리들 사이엔 종종 말다툼도 있었어요.
하지만 그 시절엔 참 특별한 무언가가 있었답니다.


바로, 진심 어린 토론이 있었고
서로를 향한 존중이 있었으며
그 결과 모두가 함께
‘깃발 하나’ 아래로 모였던 시간이 있었던 거예요.


그 깃발의 이름은 붉은 씨앗 깃발.
병아리들이 처음으로 스스로 선택한
단결의 상징이었죠.


그때 씨앗 마을은
한마음 한뜻, 병아리들의 꿈을 향해
발을 맞추며 걸어갔어요.
깃발은 바람에 펄럭였고,
병아리들의 가슴은 자랑으로 가득했답니다.


깃털이의 등장

시간이 흐르고, 새로운 수장 깃털이가 나타났어요.
깃털이는 처음엔 부드럽고 온화했지만,
자신의 생각이 마을 전체의 진실인 듯 말하기 시작했어요.


“붉은 깃발도 좋지만,
이제는 더 크고 넓은 바람을 맞이할 때예요.
큰닭 마을과 손잡고 더 높이 날아야 해요.”


병아리들 중 일부는 고개를 끄덕였지만,
많은 병아리는 의아해했어요.


“우리 그 깃발을 세우기까지
얼마나 많은 밤을 토론하며 보냈는지 깃털이는 아는 걸까?”


말할 수 없었던 날들

깃털이는 점점 자신의 의견만 옳다고 여기기 시작했어요.
자신을 따르는 병아리들만 곁에 두고,
다른 목소리는 들으려 하지 않았죠.


회의를 열어도
손을 들거나 마음을 묻는 일 없이
조용히 결론을 정하고는
“모두를 위한 결정이에요”라고 말했어요.


그 시절 붉은 깃발 아래
함께 웃고 울던 병아리들은
하나둘씩 말을 아끼기 시작했어요.


균열과 다툼

병아리들 사이엔 분열이 생겼어요.
깃털이의 바람을 따르는 병아리들은
“이게 미래야!”라고 외쳤고,
그 반대쪽에 선 병아리들은
“이건 우리가 만들었던 마을이 아니야…”라며 속상해했어요.


씨앗 마을은 점점 두 개의 길로 갈라졌어요.
한때 토론하던 병아리들은 이제 서로를 피했고,
진보의 이름 아래 하나였던 마음
낯설게 부서졌답니다.


깃털이는 여전히 말했어요.


“우리는 잘 가고 있어요.
마을은 더 커졌고, 바람도 더 세졌어요.”


하지만 그 바람 속에선
더 이상 함께한 병아리들의 웃음소리가 들리지 않았어요.


병아리들의 작은 속삭임

조용한 밤, 한 구석에서
붉은 깃발을 꺼내든 늙은 병아리 한 마리가 말했어요.


“이 깃발 아래 우리는 달랐어도
늘 이야기를 나눴고
결국 함께 웃을 수 있었지.
다시 그 약속을 기억할 수 있을까?”


다른 병아리들도 모여들었어요.


“깃발을 다시 하나로 세우는 건
우리가 다시 서로를 듣는 것에서 시작되는 거야.”




교훈

“진짜 단합은, 서로 달라도 듣고 말하며
함께 깃발을 드는 데서 온다.”

“한 사람의 바람이 너무 세지면,
모두의 날개는 찢어질 수도 있다.”


씨앗 마을이
과거의 지혜와 미래의 꿈을 함께 품을 수 있을까?


그건 다시,
말을 듣고,
약속을 기억하고,
깃발을 함께 드는 그 순간
시작될 거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