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 옛날, 깊은 숲 속에 많은 새들이 살고 있었어요.
새들은 언제나 걱정이 많았지요.
바람이 불면 둥지가 날아가고,
비가 쏟아지면 알들이 젖고,
맹수들이 나타나면 혼자 힘으로는 막아내기 어려웠어요.
그래서 새들은 모여 큰 결심을 했습니다.
“우리 힘을 모아 큰 나무를 키우자!
그 나무가 자라면 우리 둥지가 지켜지고,
바람과 비에도 당당히 맞설 수 있을 거야.”
그렇게 세월이 흘러, 숲의 중심에 든든한 나무가 자라났어요.
이 나무는 새들이 사는 둥지를 감싸 주는 울타리가 되었답니다.
새들은 나무를 잘 지킬 대표 새 한 마리를 뽑았어요.
대표 새는 숲의 힘센 존재들 ― 바람과 비 ―에게 가서 말해야 했지요.
“우리가 이 나무에서 안전하게 살 수 있도록 약속하라!”
바람과 비는 마지못해 고개를 끄덕였어요.
“좋다. 대신 대표 새는 외부 숲으로 날아가 활동하려면
우리에게 먼저 알려라.”
이렇게 맺어진 것이 첫 번째 나무의 약속이었어요.
그 약속에는 분명히, 대표 새가 숲 밖 활동을 하려면
바람과 비에게 보고해야 한다고 적혀 있었지요.
그런데 대표 새는 곧 전임 새가 되었어요.
즉, 다른 새들처럼 먹이를 구하러 다니지도 않고,
온종일 나무 꼭대기에서만 살게 된 것이지요.
대표 새는 곧 불편을 느꼈어요.
“외부 숲에서 활동할 때마다 바람과 비에게 보고하는 게 귀찮아.
하지만 약속에 적혀 있으니, 다른 새들은 이 규칙을 어길 수 없겠지.
그럼… 나만 따로 바람과 비와 몰래 합의를 하면 되겠군.”
그리하여 대표 새는 바람과 비와 은밀히 손을 잡았어요.
“좋다. 네가 대표일 때만큼은 보고하지 않아도 눈감아 주지.”
이것이 바로 이면 합의였지요.
겉으로는 모든 새들이 같은 법을 따라야 하지만,
실제로는 대표 새 혼자만 자유롭게 숲 밖을 오갈 수 있었어요.
시간이 흘러 두 번째 나무의 약속을 새로 맺을 때가 되었어요.
많은 새들은 바랐지요.
“이번에는 바람과 비가 우리 숲의 외부 활동에 간섭하지 못하게 하자.
누가 대표 새가 되든, 외부 숲에서 자유롭게 활동할 수 있도록
공식 약속에 명확히 새겨 넣자!”
작은 새들은 희망을 품었지만, 대표 새는 속으로 생각했어요.
“만약 이 조항을 바꿔 놓으면, 다음에 다른 새가 대표가 되어도
나처럼 편하게 숲 밖을 오갈 수 있겠지.
그러면 내 자리가 위태로워질 거야.
차라리 그대로 두는 게 낫겠다.”
결국 대표 새는 바람과 비와 따로 협의하여,
두 번째 약속에서도 그 조항을 고치지 않고 그대로 두었습니다.
겉으로는 아무 일 없는 듯 보였지만,
작은 새들은 금세 눈치를 챘어요.
“대표 새가 자기 자리를 지키려고 우리 모두의 권리를 버린 거야.”
작은 새들의 실망은 깊어졌습니다.
“대표 새는 숲에 발도 들이지 않고,
우리 둥지도 돌보지 않고,
상급 숲의 높은 자리만 탐내고 있잖아.
심지어 여러 숲의 새들이 모여 이야기를 나누는
큰 마당 게시판에서는 자기 자랑만 늘어놓으면서,
정작 우리를 위한 일은 하지 않아.”
결국 함께 힘을 모아 나무를 가꾸던 집행 새들은
하나둘 떠나갔고,
남아 있던 새들도 대표 새에게 등을 돌리고 말았습니다.
숲의 큰 나무는 모두의 둥지를 지키기 위해 함께 키운 것이에요.
바람과 비와 맺는 나무의 약속은,
그저 말이 아니라 법처럼 지켜져야 하는 소중한 규약이지요.
그런데 대표 새가 자기 자리를 지키기 위해
몰래 이면 합의를 하고,
모두가 자유롭게 활동할 수 있는 조항을 고치지 않는다면,
나무는 점점 약해지고 새들은 흩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진정한 대표는 자기 깃털을 빛내는 새가 아니라,
모든 새가 함께 숲 안팎에서 자유롭게 날개를 펼칠 수 있도록
법적 약속을 올바르게 지키는 새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