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 옛적, 깊은 숲 속에는 큰 나무 마을이 있었습니다.
이곳에는 ‘나무 지기’라 불리는 이가 있었는데, 나무 지기는 숲의 가장 큰 나무를 보살피며 마을 새들이 함께 모여 의논하고, 힘을 모아 어려운 일을 해결하도록 길잡이가 되어 주었습니다.
마을의 새들은 크고 작은 모임, 즉 둥지 의논회를 열어 숲의 일을 함께 정했습니다.
“이번에는 먹이를 어떻게 나눌까?”
“다가올 폭풍에 어떻게 대비할까?”
이렇게 함께 머리를 맞대면 어떤 어려움도 이겨낼 수 있었고, 숲은 언제나 평화롭고 단단했습니다.
어느 날, 숲 바깥에서 날아온 그림자 새가 큰 나무 곁에 자리를 잡았습니다.
그림자 새는 처음에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나는 그저 나무 지기를 도와줄 뿐이야. 큰 나무가 더 튼튼히 서도록 힘을 보태러 왔지.”
새들은 처음에는 반겼습니다. 누군가 도와준다니 든든하다고 생각했지요.
하지만 그림자 새는 곧 자기 깃털을 내세우며 행동하기 시작했습니다.
“이번 둥지 의논회는 내일 말고 모레 열자. 나무 지기가 그렇게 하라더라.”
“이 문제는 굳이 논의하지 않아도 돼. 나무 지기가 이미 정했으니까.”
마을 새들은 나무 지기의 뜻인 줄 알고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그러나 그것은 그림자 새의 목소리일 뿐이었습니다.
시간이 흐르면서 그림자 새의 손길은 점점 더 거칠어졌습니다.
작은 새가 용기를 내어 말했지요.
“저는 먹이를 나누는 방법을 조금 바꾸면 어떨까요?”
그러자 그림자 새는 날개를 퍼덕이며 크게 소리쳤습니다.
“그건 필요 없는 소리야! 나무 지기도 그렇게 생각한다.”
작은 새는 기가 꺾여 입을 다물 수밖에 없었습니다.
또 다른 날은 모임이 잡혀 있었는데, 그림자 새가 갑자기 말했습니다.
“오늘은 모이지 않는다. 다들 그냥 쉬어라.”
그날 밤, 그림자 새는 몇몇 새들만 몰래 불러 자기 뜻대로 결정을 내려버렸습니다.
그러던 중, 몇몇 운영 새들이 이상함을 눈치챘습니다.
“이건 나무 지기의 뜻이 아닐 거야.”
“우리가 그냥 두면 숲은 더 엉망이 될 거야.”
그들은 용기를 내어 그림자 새의 잘못을 지적했습니다.
“모임은 모두의 것이니, 네 마음대로 바꿀 수 없어.”
“결정은 나무 지기가 아니라 우리가 함께 내려야 한다.”
운영 새들의 목소리에 따라 새롭게 집행 무리가 선출되었습니다.
새들은 희망을 품었습니다. “이제 숲이 다시 바로 서겠구나!” 하고 말입니다.
하지만 기대와는 달리, 새 집행 무리도 그림자 새의 고집을 꺾지 못했습니다.
그림자 새는 더 집요하게 나무 지기의 이름을 등에 업고 말했습니다.
“나무 지기가 그렇게 하라 했는데 너희가 감히 반대하겠느냐?”
새 집행 무리는 용기를 내지 못하고 결국 그림자 새의 날개 아래 갇혀 버렸습니다.
운영 새들의 노력도 물거품이 되고 말았습니다.
시간이 흐르자 숲은 점점 엉망이 되었습니다.
모임은 제대로 열리지 않았고, 열린다 해도 그림자 새의 입김만 가득했습니다.
작은 새들은 하나둘 떠났고, 남은 새들도 서로를 믿지 못해 흩어졌습니다.
결국, 큰 나무 마을은 이름만 남고 말았습니다.
나무 지기는 여전히 그 자리에 서 있었지만, 그 권한은 그림자 새의 손아귀 안에 쥐어져 있었고, 숲은 더 이상 예전처럼 단단히 뭉쳐 있지 않았습니다.
조직이 굳건히 서려면, 모두가 지켜 세운 규칙과 함께하는 목소리가 존중되어야 한다.
그림자가 나무의 이름을 빌려 자기 뜻을 강요할 때, 숲은 결국 흩어지고 만다.
문제를 알면서도 바로잡지 못하면, 새 집행 무리라 해도 그림자의 굴레에서 벗어날 수 없다.
진짜 힘은 한 마리의 그림자 새가 아니라, 함께 모여 목소리를 내는 숲의 모든 새들에게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