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 옛적, 깊은 산 아래 작은 마을이 있었다.
그 마을엔 늘 어둠이 짙게 내려앉아, 해가 져도 불을 켜지 못해 사람들이 길을 잃기 일쑤였다.
그때, 몇몇 젊은이들이 모여 말했다.
“이 어둠을 이기려면 우리 스스로 불을 지켜야 해.”
그들은 낮에는 밭을 갈고 밤에는 산에서 나무를 모아 불씨를 지켰다.
비바람이 몰아쳐 불이 꺼질까 봐 망토를 덮고 밤새도록 불을 지키는 사람들도 있었다.
그들을 ‘등불지기’라 불렀다.
그들의 손끝엔 늘 그을음이 묻었고, 눈빛은 피곤했지만 빛났다.
마을사람들은 그 불빛 덕분에 서로의 얼굴을 보고, 함께 밥을 나누고, 희망을 이야기할 수 있었다.
그렇게 세월이 흘러 마을은 더 이상 어둠에 떨지 않았다.
길마다 등불이 걸리고, 불씨는 꺼질 걱정이 없었다.
그러자 등불지기들 중 몇몇이 속으로 이런 생각을 했다.
“이젠 불도 안정되었으니… 나도 좀 쉬어야지.”
그날부터 그들은 아침마다 등불집회에 나오지 않았다.
누구는 산책을 갔고, 누구는 시장에 나가 물건을 팔았다.
심지어 어떤 이는 성주의 잔치에 불려가, 등불 대신 술잔을 들고 있었다.
하지만 그들은 여전히 ‘등불지기’라 불렸고,
등불집회에서 나오는 기름과 식사를 챙겨 받았다.
어느 날, 폭풍이 몰아쳤다.
바람이 세차게 불어 등불이 흔들리고, 비가 퍼부어 불씨가 꺼져갔다.
사람들은 등불지기들을 찾았다.
“불이 꺼진다! 어서 불씨를 살려야 해!”
하지만 이미 손에 재가 묻는 일을 잊은 지 오래된 등불지기들은 서로를 바라볼 뿐이었다.
“이건 잠시뿐이야. 곧 날씨가 개겠지.”
“내일 다시 켜면 되지. 오늘은 좀 쉬자.”
그 사이 불씨는 완전히 꺼졌다.
마을은 다시 어둠 속으로 가라앉았다.
길을 잃은 사람들은 서로를 부딪치고, 성주는 그 틈을 타 마을의 들판을 빼앗아 갔다.
그제야 등불지기들은 허둥지둥 산으로 올라갔다.
하지만 오래 불을 지피지 않아 손끝은 서툴렀고, 재 속엔 아무 불씨도 남지 않았다.
그때, 한 노인이 조용히 말했다.
“너희는 불을 키우던 자들이 아니라, 불 옆에서 따뜻함만 즐기던 자들로 변했구나.
불을 잃은 건 마을이 아니라, 너희 마음의 불이었다.”
그 말에 등불지기들은 서로의 눈을 피했다.
그제야 그들은 깨달았다.
자신들이 지켜야 했던 건 ‘불’이 아니라, 그 불을 믿고 살아온 사람들의 희망이었다는 걸.
그날 이후, 남은 등불지기들은 다시 산으로 올라가
꺼진 재를 뒤집고, 손끝이 터지도록 나무를 모았다.
새로운 불씨가 피어오를 때까지, 그 누구도 자리를 떠나지 않았다.
그 불빛은 예전보다 더 희미했지만,
그 불을 다시 붙인 손길은 예전보다 더 단단했다.
책임의 자리는 쉼터가 아니라 불씨를 지키는 자리다.
한때의 열정이 나를 그 자리에 세웠다면,
그 자리를 지키는 건 열정이 아니라 양심과 약속이다.
불씨를 놓친 등불지기는 결국 자신이 지켰던 마을을 잃는다.
불이 꺼지지 않으려면,
불을 지키는 마음이 먼저 타올라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