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동화: “거울 언덕의 두 무리”

by 팔뚝투쟁

1. 거울 언덕의 마을

옛날 옛날, 깊은 산속에 거울 언덕 마을이 있었다.

그 마을 한가운데에는 아주 오래된 거울 연못이 있었다.

이 연못은 맑은 물결로 사람들의 마음을 비추어 주었고,

거짓이나 욕심이 있으면 금세 물결이 탁해지곤 했다.


마을 사람들은 언제나 연못가에 모여

누가 다음에 언덕지기, 즉 마을의 일을 맡을 사람으로 어울리는지 이야기하곤 했다.

연못은 늘 진실을 비추었지만, 그 진실을 보고 싶어 하는 이는 점점 줄어들었다.


2. 언덕의 두 무리

마을에는 오래전부터 두 무리의 사람들이 있었다.


하나는 언덕을 지키겠다는 이들,

다른 하나는 예전 산맥에서 내려온 무리였다.


언덕의 무리들은 겉으로는 고요해 보였지만, 속으로는 늘 누가 자리를 차지할지 싸움이 그치지 않았다.

그들은 마을의 문제보다 자신의 자리를 지키는 일에 더 관심이 많았다.


반면 산맥에서 내려온 무리는 더 거칠었다.

그들은 한때 이 나라를 뒤흔드는 큰 불길을 일으킨 적이 있었다.

하지만 그 불이 얼마나 많은 사람의 삶을 태웠는지는 잊은 듯,

여전히 “우리가 옳았다”고 외치며 거울 언덕으로 뛰어들고 있었다.


마을 사람들은 둘 다 보고 혀를 찼다.

“저들은 서로 싸우지만, 결국 마을을 위해 싸우는 건 아니구나.”


3. 자리싸움의 시작

그해 봄, 언덕지기를 뽑는 날이 다가왔다.

언덕의 무리들은 회의를 열었다.

“이번엔 반드시 우리가 자리를 지켜야 해!”

“누가 나서든 상관없다. 중요한 건 우리 편이 되는 거야.”


하지만 그들끼리도 합의가 되지 않았다.

“저 사람은 나와 뜻이 달라.”

“지난번엔 약속도 안 지켰잖아!”

“내가 아니면 안 돼!”


서로의 험담이 거울 언덕에 메아리쳤고,

연못의 물결은 점점 탁해졌다.

그들의 말 한마디 한마디마다 흙먼지가 섞여 들었다.


그 사이 산맥의 무리들은 멀리서 비웃었다.

“하! 언덕의 놈들도 똑같지. 자리만 탐하지.”

그러면서도 그들 역시 마을에 내려와

“예전의 질서가 좋았다”며 다시 마을의 주인이 되려 했다.


4. 거울 연못의 경고

어느 날 밤, 연못이 이상한 소리를 냈다.

“찰랑, 찰랑—”

마치 누군가 울고 있는 듯했다.


마을의 한 노인이 다가가 물었다.

“연못아, 왜 우느냐?”


연못은 잠시 침묵하더니 이렇게 속삭였다.


“언덕의 무리들은 서로를 밟으며 올라서려 하고,

산의 무리들은 불길 속의 기억을 잊었다.

그러니 마을의 마음이 갈 곳을 잃었다.”


노인은 그 말을 마을 사람들에게 전했다.

하지만 언덕과 산의 무리들은 코웃음을 쳤다.

“연못 따위가 뭘 알아?”

“이긴 자가 진짜야!”


그러자 연못의 물결이 일렁이며 그들의 그림자를 비추었다.

그 속엔 모두 같은 얼굴이 있었다.

말은 달랐지만, 눈빛은 하나같이 탐욕으로 흐릿했다.


5. 깨어난 시민들

마을 사람들은 점점 지쳐갔다.

어느 쪽을 봐도 희망이 보이지 않았다.

언덕의 무리는 서로 싸우며 마을을 외면했고,

산의 무리는 과거의 불길을 자랑삼아 여전히 으스댔다.


그러던 어느 날,

장터의 아주머니 한 명이 연못 앞에 서서 말했다.

“이제 우리는 더 이상 그들의 말잔치에 속지 않겠다.”


그 말에 젊은 농부가 고개를 끄덕였다.

“우리가 원하는 건 누가 이기느냐가 아니라,

누가 우리와 함께 일하느냐야.”


그날 이후, 마을 사람들은 서로의 손을 잡고

언덕과 산의 무리들이 다투는 동안

직접 마을의 일을 나누어 하기 시작했다.


쓰레기를 치우고, 길을 닦고, 샘물을 다시 살렸다.

그 모습을 본 연못이 조용히 빛을 내며 물결쳤다.


“진짜 주인은 늘 조용히 일하는 사람들이다.”


6. 새벽의 언덕

다음 선거가 다가왔을 때,

언덕의 무리와 산의 무리는 또다시 떠들었다.

“우리가 바꿀 것이다!”

“우리가 더 강하다!”


하지만 마을 사람들은 연못가에서 고요히 지켜봤다.

그들의 눈빛에는 더 이상 기대도, 환상도 없었다.

대신 깊은 결심 하나가 있었다.


“이제 우리 손으로, 우리를 위한 일을 할 사람을 고르자.”


그 말이 언덕을 넘어 마을을 채웠다.

그제야 연못은 오랜만에 맑은 하늘을 비추었다.

물결 속에는 누군가의 얼굴이 아니라,

마을 사람들 모두의 미소가 비쳤다.




교훈

시민이 깨어 있을 때, 정치의 거울은 맑게 빛난다.

권력은 나눔의 도구일 때 빛나고, 욕심의 그릇일 때 썩는다.

사람들은 싸움이 아니라, 자신들의 삶을 함께 돌보는 사람을 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