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짜 마음은 초대장을 기다리지 않아요”
옛날 옛적,
커다란 연못가에 덜컹덜컹 돌아가는 기계 언덕이 있었어요.
이 기계 언덕은
하늘 높이 나는 독수리가 다스렸고,
독수리는 일을 족제비에게, 족제비는 여우에게,
그리고 마지막엔 작은 두더지 무리에게
차례차례 일을 맡겼지요.
맨 아래에 있는 두더지들은
햇빛도 안 들어오는 깊은 굴에서
늘 혼자, 땀 흘리며 일했어요.
일곱 해 전,
눈이 내리던 겨울날,
아직 어린 두더지 한 마리가
움직이는 기계 통로로 혼자 들어갔다가
다시는 돌아오지 못했어요.
그곳은 절대로 혼자 들어가면 안 되는 곳이었지만,
혼자 들어갈 수밖에 없게 만든 건
일을 맡긴 위쪽 동물들이었지요.
소식을 들은
높은 산 위의 큰곰 나라는 말했어요:
“앞으로 두더지들이 다치지 않도록
위험한 일은 꼭 둘이 함께 하도록 하겠습니다.”
두더지 굴에는
희망이라는 작은 풀잎이 피었어요.
하지만 시간이 흐르자
그 풀잎은 물도 받지 못한 채
조용히 말라갔지요.
그리고 올해,
가장 성실하게 일하던 노련한 두더지 한 마리가
빠르게 돌아가는 기계 옆에서 혼자 일하다
작업복이 기계에 끼어
그 자리에서 숨을 거두었어요.
기계 옆에 ‘멈춤’이라 적힌 나뭇단추는 있었지만,
혼자였기에 누를 손이 없었고,
도와줄 친구도 없었답니다.
더 슬픈 건,
그 일을 시킨 족제비 무리는
천 개의 도토리를 받았는데,
그 두더지에게는 겨우 370개만 건네졌다는 사실이에요.
나머지 도토리는 어디로 갔을까요?
아무도 대답하지 않았어요.
그때,
하얀 백로 무리가
작은 촛불을 들고 조용히 연못가로 날아왔어요.
“이건 먼 마을 이야기 아니에요.
같은 바람, 같은 하늘을 살아가는 우리의 일이에요.
함께 슬퍼하고, 함께 기억해야 해요.”
근처 숲속,
작은 다람쥐 마을에선
막 새로 “위험을 살피는 눈” 일을 맡게 된
‘길잡이 다람쥐’가 있었어요.
사실 다람쥐는
자신도 막 지도를 배운 새내기였고,
이 일을 맡게 된 것도
다른 다람쥐가 하지 않으려 하자
“너라도 맡아줘”라는 말에
억지로 떠맡게 된 거였어요.
그래서인지,
나뭇잎 메신저에 올린 글도
이랬답니다:
“아타까운사고에 맘이아푸네요…
그래도 저희 마을은 해야할일이 이써요…
위에계신분들이 그러셨는대
백로들이 공시긱으로 부탁 안하면
우리 이름으론 나서면 안된다고 하셨거든요…
맘은 아프지만…
저흰 우리할일하면서
그냥 관심가지면 안될까요…
다 다른방식이 있는거죠…
공식요청 있으면 회의해볼께요…”
이 편지를 본 다른 동물들은
고개를 갸웃하거나,
가슴 한쪽이 싸하게 저려왔지요.
그때,
아직 작고 여린 새싹 같은 동물들이 말했어요:
“진짜 친구는 초대장 없어도
먼저 손 내민대요.”
“바람이 두 번이나 불었는데,
아직도 모른 척하면 안 되는 거 아니에요?”
바로 그때,
연못 너머 초원의 사슴이
가장 먼저 촛불을 들고 달려왔어요.
자기 마을 일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마치 가장 가까운 가족이 다친 것처럼
어깨를 펴고 앞장서며
다른 동물들에게 함께하자고 손을 내밀었지요.
사실 초원의 사슴은
늘 다른 마을들의 마음을 먼저 살피고,
소식이 오기 전에도
도움이 필요하다는 눈빛만 봐도 달려오는 동물이었어요.
그날 이후,
두더지 굴에는 이런 말이 새겨졌어요:
“진짜 마음은 초대장을 기다리지 않아요.”
“진짜 연대는 손 내미는 걸 망설이지 않아요.”
“같은 바람이 두 번 불었을 때,
다시 불 바람을 막기 위해
우리 모두 손을 맞잡아야 해요.”
이 이야기는 두더지들의 일만이 아니에요.
이건 굴에서 일하는 모든 동물들의 이야기이고,
나, 그리고 우리 모두의 이야기예요.
“나만 아니면 돼”라는 마음으로는
결코 바람을 막을 수 없어요.
다음 바람이 불 때,
또다시 아무도 누르지 못하는
‘멈춤 단추’가 있다면
그건 누구의 탓일까요?
이 동화는 책임과 연대, 기억과 용기에 대해 이야기합니다.
다시는 같은 바람이 불지 않도록,
우리 모두가 함께 손을 내밀 수 있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