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 워홀을 결정한 이유
내가 호주로 워킹홀리데이를 결정하게 된 이유는 필리핀에 다녀온 후부터였다.
대학교 2학년 겨울방학 때, 교회에서 운영하는 센터가 필리핀에 있어 목사님을 통해 생애 첫 해외여행으로 필리핀에 다녀왔다. 그곳에서 두 달간 지내며 많은 것을 얻고 깨달았다.
그동안 영어 공부라고는 고등학교 때 수능을 위해 했던 공부와 대학교에서 몇몇 교양 과목으로 들은 영어 수업이 전부였다. 하지만 필리핀에서 나를 반갑게 맞이해 준 사람들과 더 깊은 대화를 나누고 싶었지만, 영어 실력이 부족해 그러지 못했다. 이 경험을 통해 영어를 배우는 이유를 진지하게 고민하게 되었다.
내가 영어를 배워야 하는 이유는 단순히 취직을 잘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내가 좋아하는 사람들과 소통하기 위해서였다.
세상에는 다양한 나라와 문화가 존재한다. 그리고 그 다양성 속에서 나는 어떤 사람인지, 한국이라는 나라는 어떤 곳인지, 다른 나라 사람들은 어떻게 생각하는지 알고 싶었다.
그래서 한국에 돌아오자마자 본격적으로 영어 공부를 시작했다. 영문학과에 복수전공을 신청하고, 영어 공부 방법에 관한 수많은 책들을 읽으며 매일매일 영어 공부에 매진했다.
기회가 된다면 영어권 국가에 유학도 가고 싶었지만, 장학금을 받을 만큼 실력이 되지 않았고, 가정 형편도 넉넉지 않았다. 그러나 외국에서 생활하는 꿈은 계속 이어졌다. 외국인 친구들과 어울리며 영어로 대화하고 다양한 경험을 쌓는 것은 내 20대의 필수적인 로망처럼 느껴졌다.
그리고 워킹홀리데이라는 기회를 알게 되었다. 워킹홀리데이에 관한 책을 접하고 나서 워홀 비자가 나를 위한 것임을 확신했다. 그래서 부모님께 말씀드렸다.
“아버지, 어머니, 저 졸업하고 호주에 가겠습니다. 돈은 안 주셔도 돼요. 제가 벌어서 생활하면서 지낼 겁니다.”
부모님은 내가 그냥 하는 말인 줄 알고 대수롭지 않게 여기셨지만, 나는 한국에서 2년간 호주 워홀을 준비했다. 부모님께서는 졸업 후 취직하지 않고 왜 외국에 가려고 하냐며 걱정하셨지만, 그 당시 나에게 더 중요한 것은 취직보다는 경험을 통해 나 자신을 찾는 것이었다.
꾸준히 영어 공부를 했고, 수영장에 다니며 기초 체력을 기르면서 호주에서 수영할 날을 상상했다. 알바를 하면서 비행기 표와 초기 정착금을 모으고, 드디어 2011년 3월, 나는 호주로 가는 편도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세상은 넓고 할 일은 많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