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 일을 하면서 본격적으로 오지잡에 도전하게 되었다. 한국에서 미리 준비한 영문 이력서를 약 100장 정도 출력하고, 시드니 시티로 향했다. 수많은 레스토랑과 카페가 있는 그곳에서 이력서를 돌리기 위해 나는 식당과 카페 앞에서 서성거렸다.
하지만 막상 이력서를 돌리려고 하니 쉽게 용기가 나지 않았다. ‘들어가면 뭐라고 말해야 하지? 이력서만 주고 나오면 될까?’ 고민 끝에 뭐라고 말할지 생각한 후 용기를 내어 이력서를 돌리기 시작했다. "안녕, 난 한국에서 온 다니엘인데, 웨이터 경력이 좀 있어. 혹시 사람 필요하니?"라는 말을 건네며 이력서를 제출했다.
몇몇 매니저는 연락을 주겠다고 했고, 어떤 매니저는 이력서만 받고 돌려보냈다. 그날만 해도 나처럼 이력서를 돌리는 수많은 워홀러들이 시드니 시티에 있었고, 그 중 몇 명은 나와 마주치기도 했다. 결국, 약 20개의 이력서를 돌렸지만 별다른 성과 없이 허탈하게 집으로 돌아왔다. ‘내가 영어 실력이 부족해서일까? 아니면 자신감이 부족했을까?’ 아마도 둘 다였을 것이다.
그렇게 시간을 낭비하는 대신 좀 더 효율적인 구직 방법을 찾아보았고, 그때 검트리(www.gumtree.com.au)라는 구직 사이트를 알게 되었다. 이 사이트에는 서비스, 호텔, 의료, 컴퓨터 등 세분화된 직업군이 올라와 있었고, 나는 할 수 있는 모든 일에 도전해 보기로 결심했다.
검트리를 통해 하루에 약 20~30개의 이력서를 이메일로 보냈고, 1시간도 걸리지 않는 작업이었다. 이메일에 "일을 구한다"는 내용을 작성해 저장해 두고 복사-붙여넣기를 하면서 빠르게 구직 활동을 이어갔다.
학원 수업 후, 청소 알바를 마친 후, 시간이 날 때마다 끊임없이 이력서를 보냈다. 그리고 마침내 레스토랑, 카페, 호텔에서 연락이 오기 시작했다. 이력서를 돌린 지 대략 2주 정도가 지난 시점이었다.
이메일과 문자로 온 답장에는 영어에 대한 부담 없이 응답할 수 있었지만, 전화 인터뷰에서는 항상 어려움을 겪었다. '영어로 1:1 대화도 어려운데, 전화 영어 인터뷰라니….' 전화 인터뷰가 있을 때마다 심장이 두근거리곤 했다.
이렇게 인터넷을 활용한 구직 활동은 나의 호주 생활 2년 동안 꾸준히 이어졌고, 결국 내가 호주에서 구한 모든 일은 인터넷으로 이뤄졌다.
일을 구하는 방법에는 여러 가지가 있다. 친구 중 한 명은 이력서에 초코파이나 초콜릿 같은 달콤한 상품을 함께 넣어 전달해 일을 구한 사례도 있었다. 또 다른 친구는 자신이 잘하는 일에 대한 영상을 찍어 일터에서 보여주어 일을 구하기도 했다. 이처럼 일을 구하는 방법이 꼭 이력서에만 있지는 않았다.
"더 잘 안다면, 더 잘할 수 있는 일들이 대부분이다." - 짐 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