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트리라는 사이트를 통해 공짜로 영어를 가르쳐주는 호주인을 만났다. 그 친구에게 내가 일을 구하고 있다고 하니, 시드니의 한 레스토랑을 소개해 주었다. 그리고 그 레스토랑에 연락해 보니 키친핸드를 구한다고 했다. "키친핸드? 뭐지?" 나는 생전 처음 들어보는 말이었다. 알고 보니 키친핸드는 주방 보조로서 설거지, 주방 청소, 재료 손질 등이 주 업무였다.
친구의 소개로 찾아간 첫 호주 레스토랑은 Flying Fish라는 시드니 달링하버에 위치한 대형 시푸드 레스토랑이었다. 그곳에서 간단한 면접을 보았다.
“너 일 해봤어? 경력 있어?” “아니, 근데 나 잘할 수 있어. 나 군대도 다녀오고 뭐든지 열심히 해! 한 번만 시켜줘.”
최대한 일하고 싶은 강력한 의사를 표현했다. 그리고 그날 트레이닝 겸 일을 시작했다. 첫날 나의 업무는 설거지와 청소였다. 저녁 6시에 레스토랑에 가서 11시까지 설거지를 했는데, 마침 그날 식기세척기가 고장 나서 모든 설거지를 손으로 해야 했다. "이 일 정말 장난 아니네."
뜨거운 물과 찬물을 오가며, 검게 그을린 냄비를 수십 번씩 문지르고 씻어야 했다. 손과 허리가 너무 아파서 일하기 힘들었지만 끝내 해냈다. 11시가 되어 일이 끝났을 때 내 손에는 고용 계약서가 들려 있었다. 오지잡을 구했다는 기쁨보다는 일이 너무 힘들어서 그냥 빨리 집에 가고 싶었다. 그리고 다음날 다시 출근하라는 말을 들으며 퇴근했다.
달링하버에서 스트라스필드로 돌아가는 기차 안에서 많은 생각이 들었다. '난 호주에 영어 공부하러 왔는데, 돈이 없어서 일을 해야 하고, 한인잡은 하기 싫고, 오지잡은 너무 힘들고… 어떡하지?' 집에 돌아와서도 계속 고민했다. 이 일을 계속해야 하나?
집에 와서 고용 계약서와 레스토랑 규정을 읽어 보았다. 시급은 $20, 주말에는 $24. 물론 일은 힘들었지만, 이 정도 시급이라면 해볼 만하다고 생각했다. '그래, 이제부터 시작이다.' 이제 오지잡도 구했으니 더욱 열심히 영어 공부해서 웨이터까지 올라가야겠다는 다짐을 했다.
그렇게 호주 생활의 오지잡 도전이 시작되었다. 출근할 때마다 수많은 접시들이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진정으로 웃으려면 고통을 참아야 하며, 나아가 고통을 즐길 줄 알아야 해." - 찰리 채플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