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노우 마운틴 페리셔: 선댁호텔
시드니에서 약 8시간을 버스를 타고 캔버라를 거쳐 스노우마운틴이 있는 진더바인(Jindabyne)에 도착했다. 그리고 스노우 트레인을 타고 스노우 마운틴, 페리셔(Perisher)로 향했다. 트레인을 타고 산으로 올라가면서, 호주에서 처음으로 눈을 보았다.
"6월에 겨울, 그리고 눈이라니..."
호주와 한국은 계절이 반대라는 사실이 새삼 신기했다.
이곳에서 새로운 삶이 시작되려 하고 있었다. 트레인에서 내려 나처럼 선댁호텔(Sundeck Hotel)로 향하는 친구들을 몇 명 만났다. 일본에서 온 유이치, 아유미, 가오리, 그리고 호주 출신인 새라와 네덜란드의 써니. 눈앞에 보이는 페리셔 리조트는 마치 꿈같았다. 산 위에서 스키와 보드를 타고 내려오는 사람들이 모두 즐거워 보였다.
호텔에서는 눈길을 달릴 수 있는 차로 우리를 픽업해 주었다. 그리고 내가 일하게 될 선댁호텔이 드디어 눈앞에 들어왔다. 이곳은 호주에서 가장 높은 곳에 위치한 호텔이다. 내가 이곳에서 일한다니 정말 실감이 나질 않았다.
호텔에 들어서자, 사장님 클리프(영국)와 그의 아내 사야카(일본)가 따뜻하게 우리를 맞아 주었다. 그리고 먼저 도착해 있던 스태프들도 있었다. 헤드 셰프 럭키(호주), 수 셰프 레미(프랑스), 마이코(일본), 리셉션의 루시(프랑스), 자비(타이완) 등 모두가 우리 새로운 스태프들을 열렬히 환영해 주었다.
나를 포함해 그날 도착한 새로운 스태프는 총 15명이었다. 호텔은 약 60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곳으로, 호텔 곳곳에는 박물관처럼 다양한 기념사진들과 옛날 스키와 썰매 등이 전시되어 있었다. 라운지에서 내려다본 페리셔의 메인 스키장은 그야말로 장관이었다.
우리는 남자방, 여자방으로 나뉜 4인 1실 방에 배정되었고, 오리엔테이션을 진행했다. 각자 자기소개를 하고 고용 계약서를 작성했다. 이것으로 호주에서 세 번째로 고용 계약서를 쓰게 된 셈이다. 합법적으로 일을 하고 있다는 이 사실이 매번 정말 뿌듯했다. 심지어 연금까지 넣어 준다고 해서 연금회사도 가입했다.
스태프 할인권을 받아 스키 시즌권도 구매할 수 있게 되었다. 원래 가격은 약 1400달러였지만, 우리는 1200달러에 구매할 수 있었다. 1200달러도 적지 않은 돈이지만, 호주에서 스키와 보드를 탈 기회는 흔치 않으니, 돈은 신경 쓰지 않기로 했다.
오리엔테이션이 끝나고 내가 일할 키친을 둘러보았다. 이곳에서도 나는 다시 키친핸드였다. 이제는 어느 정도 경력도 쌓였고, 일에 대한 불만도 없었다. 한국인은 나 혼자였지만, 예전에 시드니에서 하루 8시간씩 설거지만 했던 나를 생각하면 이곳에서의 일쯤은 문제 없을 거라는 자신감이 생겼다.
"선댁호텔! 이제 시작이다!"
*AUSTRALIA’S HIGHEST HOTEL – SUNDECK HOTE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