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친 핸드로 나의 임무
선댁호텔에서 키친 핸드 일은 조금 달랐다. 처음에 난 식기 세척기만을 보고 이곳이 나의 일터겠구나 생각했지만, 이곳에서 키친 핸드는 보조 요리사였다. 음식에 필요한 거의 모든 재료를 키친 핸드가 손질했고, 설거지도 했다. 일이 많아진 만큼 내 일에 대한 책임감도 커지고 더욱더 열심히 하게 되었다.
럭키와 레미가 가장 먼저 칼 기술을 가르쳐 주었다. 얇게 썰기, 다이스 썰기, 채썰기 등 다양한 나이프 스킬을 배웠고, 요리의 기본에 대해서도 배웠다. 다양한 샐러드 만드는 법을 배웠고, 매일매일 샐러드를 만들며 쉐프들의 일을 도왔다. 다행히 일이 매일 반복되는 일이다 보니, 시간이 지날수록 일이 내 몸에 익숙해져 갔고, 생각보다 일이 일찍 끝나면 쉐프들은 나에게 더 새로운 과제를 주며 나를 자극하고 있었다.
때로는 ‘이것들이 지들 일하기 싫으니까 나만 시키는 거 아냐?’라고 생각도 해보았지만, 아무렴 어때? 요리를 배울 수 있는 기회였다. 전문적으로 요리를 배우지는 않았지만, 내가 하고 있는 키친 핸드 일에 충분한 매력을 느꼈고, 요리에 나름 재미도 느꼈으며, 나의 숨겨진 재능도 발견하였다. 나의 칼질 솜씨를 보며 레미가 나보고 요리사가 되어 보라며 권하기도 했다.
그렇게 매일매일 반복되는 호텔 일을 하며 때론 지루함에, 때론 실수로 손을 다치기도 하였지만, 키친에서는 항상 즐거웠다. 이밖에도 내가 담당하는 일은 꽤 많았다. 먼저 가장 기본인 설거지와 주방 청소가 있었고, 특별한 일로는 쥐를 잡아버리는 일도 있었다.
레스토랑에 먹을 게 많다 보니, 식재료 창고에 가끔 쥐가 들어오기도 한다. 우리는 쥐를 잡기 위해 쥐덫도 2개 정도 설치해 놨는데, 잡은 쥐는 죽이지 못하고 다시 돌려 보내줘야 했다. 페르샤가 국립공원이다 보니 모든 동식물들이 보호받고 있었다. 그렇게 매일매일, 혹은 이틀에 한 번씩 찾아오는 쥐를 정말 죽여버리고 싶었지만, 그저 놔주라는 사장님의 말에 매일같이 쥐를 갖다 버리는 일은 이곳에서만 할 수 있는 일이었다.
가끔 쥐가 너무 잘 잡혀 우리 호텔에 오지 못하도록 아주 멀리멀리까지 놓고 와준 적도 있었다. 이밖에도 식재료가 배달 오면 냉장고와 창고 정리도 해야 했고, 점심시간에는 점심 메뉴를 팔기도 했다. 그렇게 다양한 일 속에서 다양한 경험이 생겼고, 하루하루 키친 핸드로서 성장하고 있었다.
*anyone can cook – 영화 라따뚜이 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