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시드니로!
어느덧 호주에 봄이 찾아왔다.
스노우마운틴의 눈은 점점 녹기 시작했고, 시즌이 끝이 났다.
스태프 파티를 마지막으로 선댁 호텔을 떠나, 다시 시드니로 향했다.
세컨 비자를 따기 위해 농장에 갈 건데, 어느 지역으로 갈지는 아직 정하지 않았다.
먼저 시드니로 돌아가 교회에 맡겨 둔 짐도 정리하고, 만나고 싶었던 사람들도 만나기 위해 시드니로 향했다.
가장 먼저 찾아간 곳은 교회와 예전 쉐어하우스의 어머님께 인사를 드리는 일이었다.
시드니에서 내가 힘들게 살던 시절 도움을 주신 분들이기에 절대 잊을 수 없는 분들이다.
오랜만에 찾아뵈어도 언제나 따뜻하게 나를 맞아 주시는 이분들이 있기에, 시드니에 가는 길이 고향 가는 기분처럼 가볍고 신났다.
그렇게 교회 지인 분들과 어머님께 인사드리고, 함께 학원에서 공부한 형, 누나, 동생들을 만나 인사를 나누었다.
우리가 잠시 헤어졌던 삼 개월은 나에게 최고의 시간이었지만, 그렇지 않은 사람들도 있었다.
현규 형이 그랬다.
나보다 한 살 많은 형으로, 한국에서 유아교육을 전공했고 같은 날 호주로 워홀을 오게 되면서 알게 된 형이다.
스노우마운틴에서 종종 연락을 주고받곤 했는데, 그 당시 현규 형은 시드니에서 많이 힘들어하고 있었다.
호주에 와서 무엇을 하는지 모르겠다며 길을 잃었다며 좌절했고, 무엇을 해야 할지도 모른다고 했다.
영어 공부도, 일도, 여행도 아닌 그저 하루하루를 무의미하게 살아가고 있었다.
그런 현규 형에게 나는 시드니로 돌아가면 농장에 갈 생각인데, 생각이 있으면 같이 가자고 제안했었다.
그리고 정말 오랜만에 만난 현규 형은 정말 많이 지쳐 보였다.
처음 시드니에서 함께 생활할 때는 정말 밝고 열심히 하던 형님이었지만, 그때 내가 만난 현규 형은 정말 살아있는 좀비 같았다.
스트라스필드 국밥집에서 순대국과 소주 한잔을 하며 형님의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형님은 이러저러한 변명만 늘어놓고 있었다.
현규 형은 아무것도 도전하지 못하고 두렵다고 했다. 그리고 형은 내가 오기만을 기다렸다고 했다. 왠지 마음이 무거워졌다.
나도 농장에 대해서는 아무 정보도 없고, 다시 부딪혀 봐야 하는데, 이렇게 힘들어하는 현규 형과 같이 가면 왠지 짐을 안고 가는 것 같았다.
그래도 이미 함께 가자는 말을 한 상태였기에, 같이 농장에 가기로 결정했다.
그리고 호주 전역의 농장에 대한 자료 조사를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