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댁호텔 스태프 파티
매년 시즌이 끝나기 전, 호텔에서는 함께 수고하고 고생한 스태프들을 위해 파티를 열었다고 했다.
파티는 각 나라의 대표 음식을 만들어 다 같이 만찬을 즐기는 것.
그 당시 우리는 한국, 일본, 호주, 타이완, 영국, 프랑스, 네덜란드 이렇게 7개의 국가가 있었다.
어느새 이곳에 온 지 3개월이 지나고 이제 마지막 파티만 남아 있다니, 어느새 가족처럼 친해진 친구들을 보며 이제 곧 있으면 헤어진다는 것이 실감이 나질 않았다.
그 마지막 멋진 피날레를 위해 우리는 열심히 파티 준비를 했다.
한국팀인 나와 훈이는 무엇을 만들까 한참 고민하던 중, 외국인이 가장 선호하는 한국 음식이 비빔밥이라는 말을 듣고, 비빔밥을 만들기로 결정했다.
일주일 전, 비빔밥에 필요한 재료를 럭키를 통해 미리 주문하고, 시드니에서 학원 누나로부터 고추장, 참기름, 김을 공수 받았다.
그리고 파티 당일 아침부터 우리는 비빔밥을 만들기 시작했다.
17명분을 만들어야 하기 때문에, 각 야채별로 채를 썰고, 볶고 준비를 했고, 다른 나라의 친구들도 그 나라의 음식을 만들기 위해 모두들 바빠 보였다.
훈이와 나는 완성된 비빔밥과 함께 마지막 손님들을 서빙한 뒤 드디어 스태프 파티가 시작되었다.
호텔 바에 둘러앉은 우리, 벌써 테이블에는 고급 와인이 놓여 있었고, 모두들 잔에 와인이 채워져 있었다.
다 같이 “Cheers”를 외치며 파티가 시작되었다.
첫 번째 음식은 호주의 캥거루 스테이크 요리였다.
호주팀 럭키와 잭이 캥거루 스테이크를 서빙하고 있었다.
처음 먹어본 캥거루 고기는 약간 특이한 냄새가 나긴 했지만, 고기 육질이 쫄깃쫄깃하며 깊은 맛을 품고 있었다.
두 번째로는 영국의 Cornish Pasty라는 미트 파이였다.
영국식 미트 파이를 들고 활짝 웃고 있는 에이미. 이날 파티를 위해 머리도 신경 썼다.
호주와 영국의 음식은 비슷하지만, 영국이 그 맛의 깊이가 확연히 달랐다.
호주에서 먹어보던 미트 파이와는 확실히 다른 맛을 느낄 수 있었고, 한국에서는 절대로 먹어볼 수 없었던 새로운 맛이었다.
세 번째 메뉴는 일본팀의 교자였다.
치킨과 야채를 다져 치킨 덤플링을 만들었는데, 정말 맛있었다.
역시 호주와 영국식 음식보다는 아시아인인 나에게 일본 음식이 더욱 친숙했고, 처음 먹어보고 그 맛에 완전히 반하여 아직까지 그 이름을 잊지 못한다.
그리고 네 번째로 한국팀의 비빔밥이 나왔다.
한국팀의 비빔밥은 당근, 상추, 애호박, 오이, 소고기, 계란 등 다양한 색깔을 넣으려고 노력했다.
그날 최고의 음식은 아마 한국팀의 비빔밥이 아니었나 생각된다.
매운 것을 먹지 못하는 외국인 친구들을 위해 덜 맵게 준비하였고, 그날 비빔밥은 정말 잘 팔렸다.
심지어 다음날 아침까지, 호텔을 떠나기 전까지도 모든 스태프들이 비빔밥만 먹고 호텔을 떠날 정도로 외국인들에게 비빔밥은 인기가 좋았다.
그날 함께 비빔밥을 만드느라 고생한 훈이와 정말 뿌듯하고 기뻤다.
다섯 번째, 대만의 LuWai.
돼지고기 수육과 야채, 계란을 곁들인 대만의 전통 요리라고 한다.
한국의 보쌈과 비슷한 요리였으나 맛은 정말 달랐다.
그리고 입안에서 녹는 고기의 맛이 정말 일품인 요리였다.
이 요리를 위해서 자비는 약 12시간 이상 고기를 숙성시키고 요리한 기억이 난다.
이렇게 호주, 영국, 일본, 한국, 대만까지 5가지 메인 음식을 먹은 우리의 뱃속은 이미 축제의 장을 넘어 모든 음식이 식도까지 차오르기 직전이었다.
그렇지만 포기할 수는 없었다.
모든 음식이 정말 맛있었고, 새로웠고, 한국에선 절대로 먹어볼 수 없는 맛이었기에 즐거운 마음으로 시식을 계속했다.
이제 남은 두 가지는 디저트였다.
먼저 프랑스 팀의 디저트 Le Recie or Faux Trianon, 초콜릿 아이스크림 케이크였다.
프랑스팀 레미와 루시는 케이크 위에 프랑스 국기를 그려 넣어 예를 갖추는 센스를 발휘했다.
달콤한 초콜릿 아이스크림 케이크와 아이싱 슈거가 함께 어우러진 맛있는 디저트였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남은 것은 네덜란드의 Apple Bol이었다.
사과를 이용한 달콤한 디저트였는데, 이 역시 태어나서 처음 먹어보는 달콤한 맛이었다.
이것까지 먹고 나서야 모든 시식이 드디어 끝이 났다.
모두들 행복해 보였다.
배도 부르고, 술도 있고, 음악도 있었다.
지난 3개월간 함께 동고동락하며 많은 일이 있었던 선댁 호텔 2011년,
나는 이곳에서 3개월간 정말 많은 것을 배우고 얻었다.
요리를 할 수 있게 되었고, 키친핸드라는 전문 기술도 생겼다.
세계 여러 나라에 친구들이 생겼고, 친구들과 나눈 수많은 대화로 나의 영어 실력을 쌓았으며 다양한 문화를 이해할 수 있었다.
스노우보드를 배웠고, 보드를 타며 호주의 대자연을 느낄 수 있었고, 돈도 제법 모았다.
이렇게 좋은 장소에 나는 다음 해에도 다시 오기로 결정했다.
“클리프, 나 세컨 비자 따러 갈 건데, 나 세컨 비자 따면 내년에 다시 와도 돼?”
“물론이지, 시즌 시작하기 전에 연락만 해. 널 위한 자리는 남겨 놓을게.”
정말 신사적인 양반이었다.
그렇게 다음 해에 다시 돌아오기를 기약하며, 그날 멋진 파티를 마무리로 우리는 밤새 웃고, 떠들며, 마시고 수많은 이야기를 나누었다.
고맙다, 선댁. 사랑한다, 나의 선댁 친구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