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억이 행복하게 했던 날

by liz Kwak

유년시절 엄마는 풀로 반찬을 하셨다

음식타령 많이 하시던 아버지는

아무 말씀도 안 하시고 잘 드셨다


고추 밭고랑마다 여름 내내

가을꽃 피우고 씨 맺을 때까지

이 풀은 고추나무랑 이웃하며 살았었다


뽑고 뽑아도

비 한번 오면 다시 살아나고야 마는

내 눈에는 가시같이

밉고, 억센 잡초들에 불가했다


엄마가 밥상에 올린 나물은

그 맛이 시큼하고 미끌미끌한 것이

차마 삼킬 수가 없었다

그런데 물렁해서 좋았을까?

연세드신 아버지는 아무 말씀 없으시고

맛있게 잘 드셨다


해 전부터 텃밭에서 낯익은 풀이 보였다

나는 그날 그곳에서 친정 부모님을 뵈었다

엄마처럼 쇠비름을 깼고, 다듬고, 삶았다

그다음은 어떻게 하는지 생각이 안 나서

인터넷을 찾아보았다


된장, 고추장을 메인 양념으로 삼고

조물조물 묻혀서 나도 풀을 상에 올렸다

식구 중 유독 둘째가 잘 먹는다

남편도 큰 아이도 말없이 먹는다

나도 친정아버지처럼 맛있게 먹고

이날은

부모님을 추억하며 행복한 저녁을 물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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