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만난지 드디어 1년이 되는 날.
그림을 그리는 사람이랍시고, 정작 당신 얼굴은 한 번도 손에 담아 본 적이 없구나.
사진 찍는 것을, 찍히는 것을,
그다지도 반기지 않던 당신이라 그랬을까?
그저 눈으로, 손으로, 입으로 담아내면 된다고 믿어왔던 나였는데
오늘은 오랜만에 펜을 들어
사진 속 당신의 초상을 찬찬히 뜯는다.
당신의 이마엔 어떤 굴곡이 졌고,
눈은 어떠한 깊이이며,
손 끝은 어느 곳을 향하는지,
내 머릿속의 당신과 사진속의 당신을
펜 촉 끝에 힘을 주어 눌러 새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