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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제제 Oct 21. 2024

도망가고 싶은 날이 있다.

이 날 태운 건 나의 옛 이름이며

나의 지난 모든 날들이며

앞으로 정해진 듯한 나의 어두운 앞날이며

내가 가야 할 험한 길로 안내하는 지도 같았다.


도망친 곳에 낙원이 없다 했는데도

도망가고 싶었다.

그렇게 도망쳐온 이곳은 과연 낙원은 아니려나.


그리고 참 우습게도

내 가장 창피한 나의 모습은 늘 당신과 함께 했더라고.


그것들이 활활- 잘 타서 재가 되어 날아가도록

옆에서 바람도 불어주고, 불씨도 넣어주었던 당신이

저렇게 쪼그려 앉아 매운 연기 마셔가며 곁을 지켜주었던 모습을 보노라면

내가 어찌 그런 당신을 두고 멀리 떠날까

어느 방향으로 도망갈 수 있을까

목적지도 없이 달아나서 당신을  수나 있을까

당신은 나를 잊고 산대도 내가 당신을 감히.


당신이 라이터로 불을 붙여준 그날이 생각나서

눈에 아른거려서

한 걸음이나 쉬이 떼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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