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보다 못한 존재

by 이립

여느 때와 다르지 않게 오전 일일업무보고로 하루가 시작되었다. 이날은 구내식당에서 주니어보드 인원들이 설문참여 이벤트가 있었기에 지원을 간다는 사항을 말씀드렸고. 팀장님은 알겠다고 하셨다.


주니어보드 인원들은 11:30분까지 구내식당으로 올라와달라고 하였고 나는 그들이 하는 활동들은 사진으로 촬영하여 남기기로 하였다. 그리고 약속된 시간이 되어 구내식당으로 올라왔을 때 그들은 약속된 장소에 없었다.




주니어보드 인원 중 한 명에게 대체 어떤 상황인 건지 묻기 위해 전화를 걸었다. 통화가 연결된 후 전화기 너머 밥 먹는 소리들이 들렸는데 아니나 다를까 식사 중이라는 답변과 함께 오늘 이벤트는 취소되었다고 전달해주는 것을 까먹어서 미안하다는 답을 받았다.


전화를 끊고 나서 느껴지는 황당함을 느낄 새도 없이 팀장님께 보고해야 된다는 생각이 바로 들었다. 의 중이시라 메시지를 통해서 보고를 드렸고 팀장님께서 메시지를 확인하신 것을 보고 나는 사무실로 돌아와 그제야 어처구니없는 이 상황을 실감하게 되었다.




회의가 끝나고 팀장님께서 돌아오셨고 팀원들과 다 같이 식사를 가게 되었다. 엘리베이터 앞에서 팀장님의 얼굴을 보았을 때 표정이 매우 좋지 않음을 느낄 수 있었다. 나는 그것이 주니어보드 인원들의 책임감 없는 행동으로 인하여 느끼시는 나와 같은 감정이라 생각이 들었다.


이 날은 더 서글프게도 왜 내가 식판에 반찬을 많이 담았는지 모르겠다. 밥과 반찬을 이것저것 담아 팀원들이 먼저 착석해 있는 식탁에 앉아서 식사를 시작했는데 팀장님은 굳은 표정으로 아무런 말없이 식사만 하셨다.


2-3분 정도 지났을까? 팀장님은 나에게 오늘 무슨 일이 있었냐고 물으셨다. 나는 메시지로 보고 드린 내용을 다시 말씀드렸는데 나에게 화를 내시면서 '누가 그 따위로 일을 하라고 가르쳤느냐', '주니어보드 인원 중에는 사진을 찍을 수 있는 사람이 없느냐', '너는 시다바리처럼 일을 하는 거냐'라는 말씀과 함께 폭언을 시작하셨다.




수저를 놓 순간 다른 팀원들도 식사를 멈출 것 같기도 했고 어 정도 질책을 하시다 끝날 것이라 생각해서 나는 이야기를 들으면서 계속 식사를 했다. 그러나, 팀장님은 분노가 가라앉질 않으시는지 계속 폭언을 이어가셨고 나는 숟가락을 놓고 야단을 맞았다.


밥 먹는 와중에 모욕적인 말들을 듣는 건 처음 경험해 본 것 같았다. 어릴 적에 밥이 먹기 싫어서 떼를 써서 혼이 난 것과 달랐다. 체할 것 같고 눈물이 날 것만 같은 그런 기분이 몰려오는데 어찌할 줄 모르고 나는 고개만 숙였다. 질책을 끝내시고 팀장님과 팀원들은 식사를 다시 진행하셨지만 나는 더 이상 먹을 수가 없었다.


식사가 끝나서 나가고 팀장님은 다른 팀원들과 언제 화를 냈냐는 듯 웃으면서 커피를 사드시러 가자 하셨다. 나는 같이 가기 싫다는 말도 혼자 있고 싶다는 말도 못한 채 한 발짝 떨어져 그들의 뒤를 따랐다. 그런 말들을 하는 순간 오히려 더 싸늘해질 팀장을 알았기 때문이었다.


밥 먹을 때는 개도 안 건드린다는 속담이 있다. 아무리 하찮은 존재라도 음식을 먹을 때는 때리거나 꾸짖으면 안 된다는 의미인데 팀장님에게 나는 개보다 못한 존재였다.


일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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