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습부원 정연우
위기의 지방과 이탈하는 청년들
서울 강남구에 대구광역시 전체보다 더 많은 스타벅스 매장이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가? 2024년 말 기준, 대한민국 내 스타벅스 매장 수는 총 2,009곳으로, 이는 미국과 중국에 이어 세계에서 세 번째로 많은 수치이다. 이 가운데 약 3분의 1이 서울에, 약 60%가 수도권에 집중되어 있다. 서울 내에서도 자치구별로 매장 수에 차이가 존재하나, 2025년 5월 기준으로 매장 수가 96곳에 달하는 강남구는 부산광역시를 제외한 모든 광역시보다 더 많은 매장들을 보유하고 있었다. 이와 같은 매장 분포는 단순히 기업의 영업 전략에 따른 결과라기보다, 수도권 집중이라는 구조적 문제를 반영하는 현실이라 할 수 있다.
대한민국은 2021년을 기점으로 총인구가 감소세로 전환되었다. 그러나 인구 감소는 모든 지역에서 동일한 속도로 진행되는 것이 아니다. 수도권이나 지방 대도시와 거리가 먼 지역일수록 인구 감소 현상이 더욱 두드러지게 나타난다. 이에 따라 지역 간 인구 격차가 심화하며, 이른바 ‘지방 소멸’이라는 새로운 인구 문제가 대두되고 있다. 지방 소멸은 일본의 마스다 히로야(増田寬也)가 2014년에 발간한 『지방소멸』에서 처음 제시한 개념으로, 그는 65세 이상 인구와 20~39세 여성 인구의 비율이 0.5 이하인 지역을 지방 소멸 지역으로 정의하였다. 이 기준을 국내에 적용할 경우, 지방 소멸 지역으로 분류되는 기초자치단체의 수는 2005년 33곳(14.7%)에서 2021년 106곳(46.49%)으로 증가하였다. 나아가 2047년에는 모든 시군구가 인구 소멸 위험 지역이 될 것이라는 예측도 존재한다. 이는 2021년 당시의 합계출산율(0.98명)이 유지된다는 가정하에 도출된 전망으로, 상황이 더욱 악화할 가능성도 있다. 지방 소멸은 더 이상 먼 미래의 이야기가 아니라, 이미 현실로 다가온 심각한 위기이다.
한 지역의 인구 규모는 출생과 사망 등 자연적 요인뿐 아니라, 전입과 전출과 같은 사회적 요인에 의해서도 결정된다. 특히 청년 인구의 유출은 지방 중소도시의 존립 자체를 위협하는 중요한 변수로 작용하고 있다. 청년층(19~34세)의 수도권(서울, 경기, 인천)으로의 순이동인구는 2015년 3만 3,971명에서 2020년 9만 4,297명으로 증가하였으며, 2024년에는 6만 1,490명 수준을 유지하였다. 이 같은 추세는 지방의 인구 기반을 더욱 약화하고 있다.
악순환에 빠진 지방 일자리 문제
청년들은 왜 비수도권 지역을 떠나는 것일까? 가장 근본적인 원인은 지방에 양질의 일자리, 그중에서도 ‘괜찮은’ 일자리의 부족에 있다. 특히 중소 지방 도시에서는 다음과 같은 구조적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
우선, 수도권과 비수도권 간의 임금 격차가 존재한다. 동일한 학력을 가진 임금근로자 간에도 시간당 임금에 차이가 나며, 이러한 격차는 학력이 높을수록 더욱 커진다. 이는 곧 비수도권 지역 일자리의 평균적인 질이 수도권에 비해 상대적으로 낮다는 사실을 의미한다.
이에 따라 청년층은 보다 나은 일자리를 찾아 비수도권에서 수도권으로 이동하게 된다. 특히 지방 중소도시의 고학력 인구는 더 높은 소득과 경력 발전을 기대할 수 있는 대도시로의 이주를 선택하는 경향이 강하다. 실제로 지방을 떠나는 청년들의 주요 직종을 살펴보면, 상위 10개 직종은 대체로 과학, 공학, 경영, 금융 등 고도로 전문화된 분야의 전문가와 기술자인 것으로 나타났다.
그 결과, 지방 중소도시에서는 산업 기반과 인력 수급에 심각한 문제가 발생한다. 지방자치단체와 지역 기업이 유망한 신산업을 유치하려 해도, 이미 빠져나간 청년층 인구로 인해 약화한 산업 생태계와 인력 부족 문제에 가로막히는 경우가 많다.
이와 같은 악순환은 수도권 집중 현상을 더욱 심화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2022년 기준으로, 수도권에는 매출액 기준 상위 1,000대 기업의 74.3%, 자산 총액 5조 원 이상인 71개 공시 대상 기업의 83.7%가 본사를 두고 있다. 수도권과 비수도권 간의 경계는 갈수록 뚜렷해지고 있으며, 청년들은 일자리를 찾아 이 경계 안으로 들어가고, 기업은 필요한 인재를 확보하기 위해 경계 밖으로 나서기를 주저한다.
그러나 수도권 집중과 지방 소멸을 가속하는 요인은 이뿐만이 아니다.
문제를 키우는 요인들
첫째로, 노동시장 구조가 경직되고 분절되어 있다.
한국의 노동시장은 대체로 대기업·정규직으로 구성된 1차 노동시장과, 중소기업·비정규직으로 구성된 2차 노동시장으로 이원화되어 있다. 즉, 노동시장이 이중 구조를 띠고 있다.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의 노동시장 분할은 어느 나라에서나 존재하지만, 한국의 경우 그 분절 정도가 심하고 구조적으로 고착되어 있어 소득 불평등, 인력 수급의 불일치 등 여러 가지 비효율성을 초래하고 있다. 실제로 중소기업 정규직 근로자가 대기업 정규직으로 이직하는 비율이 4%에 불과하다는 연구 결과는 이러한 구조의 경직성을 보여준다. 즉, 중소기업에서 대기업으로, 비정규직에서 정규직으로의 ‘일자리 상향 이동’이 매우 제한적이라는 뜻이다.
이러한 구조는 취업을 준비하는 청년층에게 큰 영향을 미친다. 상대적으로 근로조건과 안정성이 낮은 2차 노동시장을 기피하는 경향이 강해지고, 일단 2차 노동시장에 진입하면 1차 노동시장으로의 이동이 어렵다는 인식이 그 현상을 더욱 강화한다. 결국, 2차 노동시장의 일자리 비중이 높은 비수도권 지역에서 청년 인구 유출을 가속하는 원인이 된다.
둘째로, 자동화 기술의 발전에 따른 일자리 구조 변화가 일어났다.
컴퓨터 및 정보기술(IT)을 중심으로 한 자동화 기술이 발전하면서, 규칙적인 업무 중심의 중간 수준 숙련 직무가 크게 줄어들었다. 이를 설명하기 위한 이론 중 하나가 ‘업무 편향적 기술 변화(Task-Biased Technological Change)’ 가설이다. 이 가설에 따르면, 반복적이고 규칙적인 업무는 자동화 기술로 대체되기 쉽지만, 육체적 노동이나 감정 노동을 포함한 하위 직무, 혹은 창의성과 고도의 전문성이 요구되는 상위 직무는 대체되기 어렵다. 이에 따라 중간 일자리가 줄어들고, 하위 및 상위 일자리는 유지되는 ‘U자형 일자리 구조’가 형성되고 있다. 이러한 중간 일자리 고용 비중의 감소는 국가적인 수준에서 발생하는 현상일 뿐만 아니라 지역노동시장 수준에서도 발생한다.
예컨대, 사무 자동화의 확산과 온라인 판매 및 영업의 증가로 인해 기업들은 지방에 별도로 지점이나 지사를 둘 필요성을 점차 느끼지 않게 되었다. 반면, 고급 인력을 필요로 하는 연구개발(R&D) 센터는 수도권에 집중되는 경향이 강해지고 있다. 이는 필요한 전문 인력을 확보하기 위한 전략적 선택으로 볼 수 있다.
셋째로, 기업들의 해외직접투자가 증가했고 탈제조업화가 발생했다.
국내 인건비 상승으로 인해 많은 기업은 생산 시설과 공장을 인건비가 상대적으로 저렴한 국가들, 예컨대 중국이나 베트남 등으로 이전하였다. 최근에는 글로벌 보호무역주의의 확산에 따라 관세나 무역 장벽을 회피하려는 방안으로, 미국, 멕시코 등지로의 해외직접투자도 활발해지고 있다. 실제로 삼성전자의 경우 멕시코 티후아나 공장, 케레타 공장에서 각각 TV와 냉장고·세탁기 등을 생산한다. LG전자는 멕시코 레이노사에서 TV를, 몬테레이에서 냉장고·오븐을 생산하고 있다. 물론 한 산업의 전 공정이 모두 해외로 이전되는 사례는 많지 않으나, 기업으로서 이미 해외에 기반이 마련되어 있거나 해외 진출의 기회비용이 낮은 경우, 국내 고용보다는 해외 확장을 선택하는 경향이 뚜렷하다.
이러한 변화로 인해 일부 부품 생산 등의 일자리는 국내에 남아 있더라도, 전반적인 탈산업화와 국내 일자리 감소는 불가피하다. 특히 제조업 일자리 비중이 높은 비수도권 지역일수록 그 충격이 더욱 크다. 이는 지방의 고용 기반을 약화하고, 청년층의 수도권 이주를 부추기는 또 다른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임금 격차의 원인은
그렇다면 애초에 지역 간 임금 격차는 왜 발생하는 것일까? 이 질문에 접근하는 하나의 방법은, 한 국가 내의 두 지역 간 경제 교류를 국제무역 이론의 틀로 분석해 보는 것이다. 예컨대 A 지역과 B 지역 간의 경제적 상호작용을 마치 A 국과 B 국 간의 무역처럼 간주해 보자.
국제무역 이론 중 특정 생산요소 모형(Specific Factors Model)에 따르면, 노동은 두 국가 간 자유롭게 이동할 수 있다. 이때 두 국가는 각자의 비교우위에 따라 산업에 특화하고, 무역을 통해 재화를 교환하면, 결과적으로 노동의 한계생산성이 수렴하게 된다. 이는 결국 두 국가 간 임금이 동일해짐을 의미하며, 자연스럽게 노동의 이동도 멈추게 된다. 즉, 무역만으로도 지역 간의 균형이 달성될 수 있다는 것이 이론의 핵심이다. 이 이론이 그대로 적용된다면, 수도권과 비수도권 사이에서도 무역 및 경제 교류가 활발히 일어날수록 임금 격차는 점차 줄어들고, 결국에는 사라져야 한다. 게다가 국경이라는 제약이 없는 한 국가 내에서는 노동의 이동이 국가 간 노동의 이동보다 훨씬 더 자유로울 것이므로, 이론적 수렴은 더 빠르게 일어나야 할 것이다. 그러나 현실은 다르다. 수도권과 비수도권 간의 임금 격차는 여전히 크고, 청년층을 중심으로 한 노동력의 비수도권 → 수도권 유출은 계속되고 있다.
이는 해당 이론이 설명하지 못하는 구조적 요인이 존재함을 시사한다. 그중 가장 유력한 요인 중 하나는 바로 집적경제(Agglomeration Economy) 효과이다. 수도권에는 기업, 인재, 교육기관, 금융 자본, 문화시설 등이 고도로 밀집되어 있으며, 이들이 서로 간에 긍정적인 외부효과를 일으킨다. 이러한 집적은 수도권 지역의 생산성과 임금 수준을 구조적으로 끌어올리는 핵심 요인이 된다.
집적경제 효과는 일반적으로 공유(Sharing), 매칭(Matching), 학습(Learning)의 세 가지 메커니즘으로 설명된다. 공유 메커니즘은 기업들이 지역 내의 자원, 전문 인력, 기반시설 등을 공동으로 활용함으로써 생산비용을 줄이고 효율성을 높이는 과정을 의미한다. 이는 단기적인 생산성 향상에 이바지한다. 반면, 매칭 메커니즘과 학습 메커니즘은 장기적으로 근로자 개인의 역량 강화와 노동시장 내 효율적 인재 배치를 통해 생산성을 높인다.
비수도권에 거주하던 근로자가 수도권으로 이주 및 이직한 경우, 즉각적인 임금 상승이 관측된다. 이는 공유 메커니즘이 효과적으로 작동했음을 보여주는 사례라 할 수 있다. 그러나 이후 근로자의 임금이 장기적으로 꾸준히 상승하지는 않았으며, 이는 매칭과 학습 메커니즘이 충분히 작동하지 않았음을 시사한다. 결론적으로 기업이 분리 불가능한 생산요소, 중간투입재 공급자, 노동력 풀 등을 공유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집적경제가 수도권 지역에서 더욱 큰 규모로 발생하기 때문에 수도권 근로자의 임금이 비수도권 근로자보다 상대적으로 높은 것으로 볼 수 있다.
기존의 지방균형발전정책과 시사점
기존의 지방균형정책 중에 가장 대표적인 것은 혁신도시 정책이다. 수도권 일극 체제를 완화하고 지방의 자생력을 키우기 위한 방안으로 노무현 정부는 세종시 행정수도 이전 정책과 혁신도시 정책을 추진하였다. 세종시로 대통령 집무실과 국회가 모두 이전하여 사실상 수도를 변경하는 것은 국민투표를 거치지 않았기 때문에 헌법재판소에서 위헌 판결을 받아 가로막혔으나, 그럼에도 중앙행정기능의 상당부분을 세종시에 재배치하였다. 그리고 산업 연관성과 지역균형을 고려하여 공공기관을 전국 각지의 지역에 분산 배치하고 혁신도시를 건설했는데, 이는 세종시와 함께 지방균형발전의 핵심 축이 되었다.
인구 정착성 측면에서 혁신도시 정책을 살펴보면, 혁신도시 조성 이후 일정 수준의 인구 유입은 확인된다. 그러나 이는 대체로 지역 내에서 발생한 인구 이동으로, 외부 인구의 유입은 미미했다. 이로 인해 구도심 공동화 현상이 발생하였으며, 지역 내의 불균형을 심화시키는 결과를 낳았다. 또한 혁신도시로 지정된 지역이 혁신도시로 지정받지 못한 이웃 지역의 인구를 일부 흡수하면서 수도권 인구 분산 효과는 오히려 제한적이었다. 혁신도시로 이전한 공공기관의 직원들이 실제로 해당 지역에 정착하였다고 말하기도 어렵다. 주소 이전은 이루어졌지만 가족은 수도권에 남겨두고 본인만 내려오는 '가짜 정착' 현상이 지속되고 있다. 평일에는 혁신도시의 공공기관에 근무하다가 주말이 되면 수도권으로 향하는 경우가 많다. 혁신도시의 교육 인프라가 수도권보다는 미흡하기 때문에 자녀의 교육 문제를 고려해 기러기 아빠 또는 기러기 엄마가 되는 것을 감수하는 경우이다. 지역인재 채용 제도 역시 시행되고 있으나, 이전된 공기업들이 창출해내는 고용 규모로는 지역 전체의 구직자들을 고용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지역 개발 측면에서 혁신도시의 성과 역시 아쉽다. 생활 인프라 측면에서 일부 개선은 있었으나, 정주여건 전반의 질적 향상은 제한적이다. 교육, 문화, 의료 등 필수 인프라가 여전히 수도권에 비해 열악하며, 이는 인구 정착의 가장 큰 장벽으로 작용한다. 상업시설 활성화도 기대에 못 미쳐, 혁신도시 내 상가 공실률과 점포 폐업률이 높게 나타나고 있다. 이는 지역 경제의 자생력 부재와 혁신도시의 일자리 편중 구조(공공기관 중심) 때문으로 분석된다. 특히 지방 일자리의 임금 수준이 수도권에 비해 현저히 낮고, 고용 안정성도 떨어진다는 본질적인 문제점을 개선하지 못한 점이 혁신도시 정책을 시행했음에도 불구하고 청년층의 비수도권 이탈을 막지 못하는 이유이다.
경부고속선에서 호남고속선이 분기하는 오송역은 그 선정 당시에도, 그리고 현재까지도 지속적으로 논쟁의 대상이 되어 왔다. 호남고속선 건설이 추진되던 시기, 분기역 후보지는 천안아산역, 오송역, 대전역의 세 곳이었다. 천안아산역을 선택하면, 서울과 호남 지역을 오가는 데 가장 적은 소요시간으로 연결하는 노선을 구축할 수 있었다. 대전역은 교통의 중심지라는 상징성을 지니고 있으며, 철도 수요가 높은 지역인 만큼 더 많은 이용객을 유치할 수 있는 장점이 있었다. 그러나 최종적으로 분기역으로 결정된 곳은 오송역이었다. 오송역은 소요시간 단축이라는 이점을 천안아산역만큼 제공하지 못했을 뿐 아니라, 세종시와 청주시 사이의 어중간한 위치로 인해 충분한 승객 수요도 확보하지 못했다. 이로 인해 오송역 근방의 철도 구간은 ‘오송 드리프트’라는 오명을 얻게 된다.
이처럼 갑작스럽게 고속철도 이야기를 꺼낸 이유는, 지역균형발전정책 아래에서 애매한 위치와 정책적 우선순위로 인해 오히려 상황이 악화된 도시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그 대표적인 사례가 바로 대한민국 제2의 도시, 부산이다. 부산은 1970년대, 서울과 더불어 ‘유이(唯二)’한 대도시로 간주되어 법인 설립 시 취득세가 타 지역의 5배로 책정되는 등 강도 높은 규제를 받았다. 이는 인구와 경제력이 특정 대도시에 집중되는 것을 막고, 국토의 균형 발전을 도모하겠다는 명분에 따른 조치였다. 당시 부산은 광복 직후 28만 명에 불과했던 인구가 200만 명을 돌파할 정도로 급속한 성장을 이루고 있었으나, 수도 서울과 함께 각종 규제의 적용 대상이 되었다. 이로 인해 많은 대기업들이 부산을 떠났고, 부산은 강제로 제조업을 사실상 포기하게 된다. ‘제2의 도시’라는 명칭은 오히려 족쇄가 되어 규제는 그대로 적용받으면서도 균형발전정책의 실질적 혜택은 누리지 못하게 되었다.
이촌향도 현상으로 수도권 집중화가 이루어진 후, 국토의 균형 발전이라는 목표에 몰두한 나머지 수도권과 비교해도 경쟁력을 가질 수 있었던 남부 경제권의 중심 축인 부산이 잠재력을 발휘하지 못한 것은 정책의 잘못이 크다. 수도권의 집적경제 효과가 높은 임금을 유지해 청년들을 끌어모으는 것처럼 지역균형발전정책에서 광역시 급이 모인 경제권을 만들어 지역 경쟁력을 키웠더라면 부산이 인구 측면에서 제2의 도시라는 이름을 빼앗기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결론
비수도권 청년 인구의 지속적인 수도권 유출은 단순한 개인의 선택을 넘어, 구조적이고 복합적인 사회문제로 자리 잡고 있다. 지방 소멸의 위기는 저출산·고령화라는 인구학적 요인뿐 아니라, 일자리, 임금, 교육, 문화 인프라 등 생활 전반의 불균형에서 비롯된 것이다. 특히 지방의 일자리 질 저하와 노동시장의 이중 구조는 청년층의 이탈을 가속화하고, 이는 다시 지역 산업 기반의 약화로 이어지는 악순환을 만든다. 수도권에서의 집적경제 효과는 수도권과 비수도권 사이의 격차를 더욱 고착화시키고 있으며, 기존의 균형발전정책은 이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지 못하고 있다.
혁신도시 정책처럼 국소적인 공공기관 이전에 그치지 않고, 청년들이 실제로 정착할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하는 것이 핵심이다. 이를 위해서는 지방 내 양질의 일자리 창출, 교육·문화 인프라 확충, 정주 여건 개선 등 다각적인 접근이 필요하다. 나아가 부산에서 있었던 정책의 실패를 교훈 삼아 지방의 거점 광역시들이 경제권을 이뤄 수도권과의 경쟁을 가능케 하는 선택과 집중 식의 지역역균형발전 전략도 모색되어야 한다.
또한 임금 격차 해소와 관련해서는 단순히 최저임금제를 지역별로 차등화하기보다는, 지역 간 산업 생태계의 구조적 격차를 줄이는 데 정책적 초점을 맞춰야 한다. 청년층이 지방에 머물며 삶의 질을 유지하고 경력을 쌓을 수 있도록 하는 지속가능한 제도 설계가 절실하다. 결국 청년이 살고 싶어하는 지역을 만드는 것이 지역을 지키는 일이며, 그것이 미래를 지키는 길이다.
참고문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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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준우, “한국의 스타벅스 매장 수, 일본 제치고 세계 3위”, 문화일보, 2025-01-31
이상윤, “[논설위원의 뉴스 요리] 부산은 망했다, 이날부터”, 부산일보, 2025-04-12
웹페이지
통계청, 국가통계포털
그림 및 도표
[그림1] 한국어 위키백과, “호남고속철도”, 검색일: 2025-05-20
[도표1] 박성국, “스벅 매장 1900개 돌파… 서울에만 ‘3분의1’ 몰려”, 서울신문, 2024-03-04
[도표2] 통계청, 국가통계포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