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부원 류정민
영주권자, 시민권자… 너 다 나가!
해외 여행을 갔다가 우리나라에 다시 입국하지 못할 수 있다는 생각을 해본 적이 있는가. 터무니없게 들리는 이 말은 미국에서 실제로 현실이 되었다. 최근 어머니 장례식 참석을 위해 라오스에 다녀오던 23살 영주권자 학생이 로스앤젤레스 공항에서 체포 및 추방됐다는 사건이 소셜미디어에서 화제가 되며 공포가 확산했다. 이에 더불어 대학 측에서도 학생들에게 불필요한 해외 여행을 자제하기를 권고하고 있다.
미 국토안보부에 따르면 트럼프가 집권한 1월 20일부터 5월 5일까지 벌써 약 15만 2천여명이 추방됐다. 이는 전년도 바이든 전 대통령의 같은 시기 추방 인구(19만 5천명)에 비해서는 적지만, 트럼프 1기 당시 첫 1년간 추방된 이민자의 수가 25만여명에 불과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단 4개월 만에 달성해낸 엄청난 수치다. 학생들도 예외는 아니다. 같은 기간 미국 180개 이상의 대학에서 최소 1220명이 넘는 유학생의 비자가 구체적인 이유를 밝히지 않고 취소되었다. 주목할 점은 기존에 체류 자격을 확답받은 영주권자와 시민권자도 추방되었다는 사실이다. 해외여행 뒤 뉴잉글랜드로 돌아오던 독일 국적자 1명, 컬럼비아대에서 한국인 학생 등 2명을 포함한 영주권자들이 체포되었다. 시민권자 자녀가 서류 미비자인 부모와 함께 추방되는 사례도 잇따랐다. 사실상 미국 국적자를 추방한 것이다.
그렇다면 트럼프가 이렇게까지 강경하게 나가는 이유가 무엇일까. 그는 2023년 “이민자가 미국의 피를 오염시키고 있다”고 말한 바 있다. 이민자가 실제로 미국 사회와 경제를 망치고 있을까? 본 글에서는 미국에서 이민자가 해온 역할을 알아보고, 과거 해외 추방 사례를 통해 이민자가 추방되었을 때 미칠 사회경제적 영향에 대해 알아보고자 한다.
미국은 이민자의 나라
흔히 미국은 이민자의 나라라고 불린다. 그 옛날 콜럼버스를 따라 이방인들이 세운 나라라서 그렇기도 하지만, 세계 각국에서 모여드는 이민자들의 행렬이 아직까지 이어지고 있다는 점에서도 그렇다. 미국은 1970년대부터 이민자 비율이 증가해왔다. 2023년 기준 미국 인구의 약 14%, 즉 4780만 명은 외국 출신 이민자다. 허가 없이 미국에 체류하고 있는 이민자의 수도 23%를 차지한다. 이들이 차지하는 노동 인구 및 노동력도 무시할 수 없다. 미 노동통계국에 따르면 2023년 기준 미국 노동력의 18.6%를 이민자가 차지하고 있다. 서비스업(21.8%), 건설(13.8%), 운송(15.2%) 등 특정 산업에서는 절대적인 노동력으로 기능한다. 또한 미국정책재단에 따르면 지난 5년간 미국 노동력에 추가된 미국 출생 근로자는 약 48만 명에 불과한 반면, 외국 출생 근로자는 360만 명에 달했다. 이는 2019년 이후 미국 노동력 증가의 88%를 이민 노동자들이 담당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이민자와 자녀들이 없었다면 미국 노동력은 100만 명 이상 감소했을 것이다. 이는 인플레이션, 경제 성장, 그리고 사회 보장 제도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쳤을 수 있다. 그러나 실제로 미국 노동력은 이민자 덕분에 400만 명 이상 증가했다. 댈러스 연방준비은행은 이민 수준을 낮게 유지한다면 미국이 경제 성장을 유지하는 것이 불가능해질 것이라고 밝혔다.
트럼프가 이민자를 추방하는 진짜 이유
미국인들이 이민자를 향해 갖는 반감이 이해가지 않는 것은 아니다. 그들의 입장에서는 기존 일자리를 이민자들이 가로챘다고 느낄 수 있다. 특히 중국의 제조업 강풍의 영향으로 이전의 제조업 중심지였던 러스트벨트가 불황을 겪으며 제조업에 종사하던 저임금 노동자들의 불만도 커졌다. 이를 파고든 것이 바로 트럼프의 전략이다. 그는 1970년대 이후 미국 대선 후보 가운데 처음으로 “문 닫은 미국 공장을 다시 열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 오바마 전 대통령 시절부터 강조되어 왔던 DEI(Diversity, Equity, Inclusion-다양성, 형평성, 포용성) 정책 폐지를 내세우며 강력한 이민자 추방 정책과 관세 정책을 주장해왔다. 이에 바이든 전 대통령이 당선되었던 2020년 대선에서조차 러스트벨트의 거의 모든 지역구에서 트럼프가 승리했다. 노동자계층이 표를 몰아준 덕분이었다.
이후 대통령에 당선된 트럼프는 자신이 주장한 공약을 착실히 이행해 나갔다. 우선 임시보호지위(Temporary Protected Status, 이하 TPS)를 철폐했다. TPS는 이주민들이 분쟁이나 자연재해에 직면한 국가로 송환되는 것을 방지하고 그들에게 미국에서 일할 권리를 부여한다. 그러나 트럼프 행정부는 이 프로그램이 미국에 무기한 체류할 수 있도록 하는 데 부적절하게 사용되고 있다고 주장한다. 이미 올해 베네수엘라 국민의 TPS 이용을 차단했으며, 이어 아프가니스탄과 카메룬 출신 1만 명의 TPS도 종료하겠다고 밝혔다.
불법 이민을 막기 위한 노력도 아끼지 않았다. 트럼프 행정부는 남부 국가 비상사태를 선포하고 무단 이주를 "침략"이라고 규정하는 10886호 선언문을 공표했다. 미군에게는 국경 단속을 하도록 공식적으로 임무를 부여했다. 그 결과 2025년 3월까지 약 1만 명의 군인을 배치하고 3억 7600만 달러의 군사비를 지출했다. 텍사스에 약 11km의 새로운 장벽을 건설하는 계약을 체결했고, 연간 100만 명의 이민자를 추방한다는 목표를 설정했다. 또 행정부는 수 백명의 이민자를 엘살바도르의 대형 교도소와 쿠바의 관타나모 해군 기지로 보냈다. 그러나 해당 교도소들은 인권 탄압으로 악명이 높아 이민자들의 인권 문제가 불거졌으며, 그 과정에서 혐의가 없는 이민자들이 실수로 추방되었다는 논란이 일기도 했다. 더군다나 엘살바도르로 추방된 구금자들의 경우, 행정부는 해당 추방을 정당화하고자 수백 년 전 제정된 전시법을 꺼내 들었다. 미연방법원 판사가 집행 정지를 명령했으나 이미 출발한 비행기는 회항하지 않았다. 이는 행정부와 사법부의 직접적인 충돌을 시사한다. 미국시민자유연맹(ACLU)는 법원 명령 위반 가능성을 제기하며 행정부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이외에도 쿠바, 과테말라, 아이티, 콜롬비아, 엘살바도르 이민 비자 신청자에 대한 중미 미성년자 프로그램(CAM)을 종료하고 각종 가석방 프로그램을 폐지했다. 미국 난민 수용 프로그램(USRAP)을 즉시 중단하여 보류 중인 난민 입국과 미래의 난민 입국을 중단하기도 했다. 행정부는 난민 입국이 "미국의 이익과 일치하는 경우에만" 재개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이러한 이민자 추방 정책은 과연 미국에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는 정책일까. 사실 이 같은 결정은 경제적이라기보다 정치적인 결정으로 보인다. 자신을 지지해준 노동자 및 지지층을 가장 잘 결집시킬 수 있는 것이 바로 이민정책이기 때문이다. 워싱턴포스트가 여론조사기관 입소스와 함께 4월 18일부터 22일 미국 성인 2464명을 대상으로 한 온라인 여론조사 결과, 트럼프 대통령의 직무수행에 대해 '긍정적'이라고 평가한 응답자는 39%에 불과했다. 이는 과거 어느 대통령보다 낮은 수치다. 관세 정책, 경제 정책, 외국과의 관계에서 모두 부정적 평가가 60%를 넘었다. 그나마 이민 정책에서는 부정적이라는 응답이 53%, 긍정적이라는 응답이 46%로 상대적으로 높았다. 그래서 트럼프의 입장에서는 지지율이 높은 정책을 강경하게 밀고 나가는 것이 지지도를 끌어올릴 수 있는 전략이라 판단한 것이다.
물론 단기적으로는 트럼프의 지지율을 끌어올릴 수도 있다. 또 국가 우선주의, 자국민 일자리 우선주의를 표방하며 국민들의 환심을 살 수 있다. 그러나 장기적으로는 미국의 경제 성장 속도를 낮추고 소비자물가를 올려 인플레이션을 부추기는 방식으로 나타날 수 있다. 또한 이민자가 차지하는 일자리가 내국인들과 비교하여 상호보완적이라는 점을 고려한다면, 노동공백이 생기는 것 역시 피하지 못할 것이다.
이민자를 추방한 나라들은 어떻게 됐을까
그렇다면 미국이 이민자를 쫓아낼 경우 실질적으로 어떤 현상이 일어날까. 해답을 찾기 위해 다양한 나라와 역사 속에서 이민자를 대규모 추방한 선례를 살펴보자.
1. 미국의 멕시코인 송환 정책(1930년대)
사실 미국 역사 속에서의 이민자 추방을 위한 시도는 꾸준히 있어 왔다. 그중 눈에 띄는 것은 단연 1930년대 대공황 시기의 멕시코인 대규모 추방이다. 대공황 당시, 경제적 압박이 심화되고 자원이 고갈되면서 외국인 혐오가 확산되었다. 특히 멕시코계 이민자들이 미국 시민들의 일자리를 빼앗고 있다는 비난이 쏟아졌다.
이에 캘리포니아와 같은 접경 지역의 주요 도시 뿐 아니라 미시간과 일리노이 주에서도 비공식적인 단속이 이뤄졌다. 이민귀화국(INS)은 추방 활동을 강화했으며 멕시코인을 관할 구역에서 추방하려는 지방 정부와 여러 차례 협력했다. 다만 이 때에는 공식적으로 강제 추방이 대대적으로 이뤄진 건 아니었다. 이민귀화국의 강제 추방 위협이 이민자들의 미국 출국 결정에 영향을 미쳤지만, 이민귀화국이 실제로 추방 절차를 개시한 것은 소수였다. 그러나 공식적인 추방과 자발적 귀국을 포함하면 1930년대 중반까지 약 백만명이 넘는 멕시코인들이 멕시코로 송환된 것으로 추산된다.
이러한 추방은 미국 경제에 영향을 미쳤다. 우선 캘리포니아, 텍사스 등 농업 지역에서 생산성이 급락했다. 추방된 많은 멕시코인들이 농장 노동자였기 때문이다. 남은 소규모 농장주들은 은행 압류로 땅을 잃었고, 대지주들은 정규직 노동력을 줄였다. 더군다나 멕시코인 송환이 작게 이뤄진 지역과 대대적으로 이뤄진 지역을 비교해본 결과, 송환은 지역 경제와 노동시장에 부정적 영향을 미쳤으며 현지인 고용을 늘리지 않고 오히려 실업률을 증가시켰다. 즉 정치인들이 약속한 미국 시민들의 일자리 증대는 이뤄지지 않은 것이다.
아래의 표를 보면 이 같은 사실이 확연하게 드러난다. x축의 repatriation intensity(송환 강도)는 1930년과 1940년대 사이의 해당 지역의 멕시코 인구수의 차이다. 음수의 절댓값이 클수록 송환 강도가 높음을 의미한다. 각 도시의 원형 크기는 인구수에 비례한다. 도표2의 A에서는 이러한 도시별 송환강도를 y축의 미국 시민 고용률과 비교한다. 송환 강도가 큰 도시, 즉 x축에서 왼쪽에 위치한 도시들의 경우에도 고용률이 평균과 크게 다르지 않다. 그림2의 B에서도 마찬가지다. 이 경우 y축이 미국 시민의 실업률을 나타내는데, 이 경우 오히려 송환 강도가 클수록 실업률이 약간 높아지는 경향을 보인다.
이 같은 연구결과는 이민자의 추방이 과연 국내 고용시장에 긍정적 영향을 미치는가에 대한 의문을 제기한다. 오히려 저임금 노동자를 대규모로 추방할 경우 관리직, 전문직 등의 고용률이 함께 떨어질 수도 있다는 것을 시사한다.
2. 미얀마의 인도계 외국인 추방 및 기업 국유화(1962년 이후)
또다른 사례로는 1962년의 미얀마의 인도계 외국인 추방을 살펴볼 수 있다. 인도인들은 19세기와 20세기 미얀마가 영국령 인도의 한 지방이었던 때 미얀마로 대규모로 이주해왔다. 그들은 공무원, 상인, 농부, 노동자 등으로 활동하며 이내 미얀마 경제의 한 축을 담당했다.
그러나 미얀마가 독립하고, 1962년 3월 네 윈(Ne Win) 장군이 쿠데타를 일으켜 군사 정권을 수립하며 흐름이 달라졌다. 그는 "외국인들이 미얀마 경제를 지배하는 것을 막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후 인도 공동체에서 정치적으로 활동하던 청년들이 가택 연금을 선고받았다. 또 단계적인 인도인 추방 작전이 실시되었다. 이에 1960년에서 1970년 사이에 인도계 주민들 약 30만 명이 강제 추방되거나 이주했다. 인도계 상인과 기업인들의 재산과 사업은 몰수당해 국유화되었고, 많은 이들이 하루아침에 무일푼이 되어 내몰렸다. 또한 "미얀마(버마)식 사회주의" 정책의 일환으로 은행, 무역, 제조업 등 수천 개의 민간 기업들이 국유화되었다.
이러한 사회주의 정책의 결과 미얀마는 경제적 위기에 부닥쳤다. 우선 인도계 숙련된 상인과 기업인들이 빠져나가면서 유통, 금융, 무역, 제조업 등 주요 시장 경제의 기능이 마비되었다. 1960년대 중반까지 미얀마의 대외 무역은 감소했으며, GDP 대비 대외 무역 비율은 1960년 40%에서 1970년 26%로 감소했다. 1962~1987년 미얀마의 1인당 GDP 연평균 성장률은 1.3%로 동아시아 최저 수준이었다. 1980년대에도 GDP는 40~50달러 대를 맴돌며 정체되었다. 1987년에는 UN으로부터 최빈개도국(LDC)으로 지정되기까지 했다. 이러한 여파는 21세기까지 이어졌다. 장기 경제 침체는 아직도 지속되고 있으며, 빈곤은 전국적으로 급증했다. 2013년 기준 인구의 37%거 실업 상태이며 26%가 빈곤 속에 살고 있다.
물론 군사독재와 사회주의 정책의 추진과도 맞물려서 이와 같은 경제 침체를 낳았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1962년 당시 미얀마 총 인구수가 2000만명 남짓이었다는 점, 그 중 무려 30만 명이나 추방되었으며 그로 인한 산업별 타격이 무시할 수 없는 수준이었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민자 추방이 분명 미얀마 경제에 악영향을 미쳤다는 것을 알 수 있다.
3. 사우디아라비아의 불법 이민자 대규모 추방(2013~2014년)
이번에는 사우디아라비아의 사례를 살펴보자. 사우디아라비아는 1985년 풍부한 석유 자원으로 탄탄한 경제를 구축하며 세계적인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매년 열리는 성지순례도 국가 소득에 크게 기여했다. 이 지역에서는 세계 각지의 사업가들을 유치하기 시작했고, 사우디 정부는 사우디 국민들이 이러한 사업과 관련 기회에 접근하도록 보장하고자 했다.
이에 2011년 사우디 정부는 '니타카트(Nitaqat)' 프로그램을 도입하며 본격적인 노동시장 개혁에 돌입했다. 민간 기업에 사우디인 고용 할당제를 적용해 외국인 노동자 의존도를 낮추고 당시 12%에 육박했던 사우디 국민 실업률을 해소하려는 목적이었다. 2013년 11월에 내무부는 불법 체류자 단속을 강화하며 대규모 추방 캠페인을 시작했다. 이는 니타카트의 연장선상에서 저임금 외국인 노동력을 축출해 자국민 일자리를 창출하려는 전략이었다. 2014년 4월 내무부는 단 6개월만에 약 43만 명의 불법 체류자들을 추방했다고 공식 발표했다. 이러한 이민자 추방은 계속 이뤄져 2015년 1분기에는 지난 5개월 간 30만 명을 추방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단속 방식은 경찰의 급습과 신분증 검문이 주를 이뤘으며, 리야드 남부 만푸하(Manfouha) 지역에서는 에티오피아인 노동자 3명이 경찰과 시민 집단의 폭력 사태 중 사망하는 충격적 사건도 발생했다.
추방 정책은 주요 산업에 즉각적인 타격을 입혔다. 20만 개가 넘는 민간 기업이 니타카트 규정을 충족하지 못해 문을 닫았다. 사우디인들이 일하고 싶어하지 않는 건설업에서는 문제가 더욱 심각했다. 많은 불법 노동자들이 떠나면서 2013년 여름에는 노동력 부족으로 인해 건설 프로젝트의 3분의 1이 중단되기도 했다.
실업률도 크게 나아지지 않았다. 12%에 육박했던 사우디 국민 실업률은 2013년 하반기에 조금 하락했지만, 이후 다시 상승하는 모습을 보이며 유의미한 결과를 내지 못했다. 이에 더해 사우디인과 외국인의 임금 격차와 이로 인한 고용 선호도 차이 등의 문제로 인해 결국 2015년 노동부는 니타카트 3단계 시행을 연기하며 중소기업에 대한 할당량 완화 조치를 취해야 했다. 이 같은 사례는 강제 추방이 노동시장 왜곡을 근본적으로 해결하지 못하며, 인적 자본 투자와 산업 구조 조정이 선행되어야 함을 보여주는 교훈으로 남았다.
이민자가 추방된 미국은…
앞선 해외사례에서 살펴볼 수 있듯이, 이민자 추방은 오히려 고용률과 내수경제에 악영향을 끼칠 수도 있다. 물론 과거의 역사적 사례와 지금의 미국은 다른 측면이 많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역사적 선례로부터 현재 미국의 우려되는 부분들을 예측해볼 수 있다.
1. 전반적인 노동력과 GDP 감소
이민자 추방은 실질적인 경제 타격을 감수해야 한다. 가장 보수적인 예측으로 약 130만 명의 이민자가 추방된다는 것을 가정하면, 이는 2028년까지 전체 노동력이 0.8% 감소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로 인해 130억에서 350억 사이의 추방 비용이 발생하고, 미국 GDP가 1.2% 감소할 것이다. 고용률은 1.1% 감소할 것이며, 동시에 물가는 1.5% 상승할 것이다. 최악의 경우 700만~830만 명의 이민자가 추방될 것으로 예상하기도 하는데, 이 경우 추방에 드는 직접 비용은 840억에서 2,230억 사이로 추산된다. 또한 이 경우 고용률은 6.5%, GDP는 7.4% 감소할 것이며, 물가는 9.1% 상승할 것이다. 이는 즉 트럼프 임기 동안 전혀 성장이 없는 상황을 의미한다. 연방 정부는 10년 동안 8,600억 달러 이상의 수입을 잃을 것이다.
2. 의료 인력 부족
이민자가 없는 병원은 인력 부족으로 골머리를 앓을 것이다. 미 이민협의회에 따르면 이미 미국 간호사의 15.6%, 보건 보조인력의 27.7%가 이민자이다. 특히 뉴욕과 뉴저지에서는 보조인력의 절반 이상이 외국 출신이다. 캘리포니아, 뉴저지, 메릴랜드, 뉴욕, 플로리다 등 5개 주에서는 간호사 4명 중 1명 이상이 이민자이다. 미 노동통계국은 2036년까지 미국이 134,940명의 의료인력 부족에 직면할 것으로 전망한다.
3. 농업
당장 식탁에 올라가는 농산물 역시 타격을 입는다. 2023년 기준 농업 및 식품 산업이 미국 GDP에 약 1조 5천억 달러를 기여했지만, 농장들은 노동력 부족에 시달리고 있다. 이러한 노동력 부족을 메꾸기 위해 이민자들이 모여들고 있다. 미국 농무부에 따르면 지난 18년간 신청 및 승인된 H-2A 직업 수가 7배 이상 증가했다. H-2A란 임시 농업 비자 프로그램으로, 외국 출신 근로자를 최대 10개월 동안 농장 노동을 수행하기 위해 미국으로 데려올 수 있는 수단을 제공한다. 특히 농장 노동자의 약 절반(42%)이 합법적인 이민 신분이 없다. 따라서 불법 체류자를 추방한다면 가장 먼저 타격을 입는 산업은 단연 농업 분야가 될 것이다.
4. 창업과 혁신
이민자들은 기존 일자리의 공석을 채우는 데 그치지 않고, 각종 혁신적인 사업에서 직접 일자리를 만들어낸다. 이민자들은 미국시민들보다 더 높은 비율로 사업을 시작하고 운영한다. 이는 지역 사회 구성원을 고용해 고용시장에 선순환을 만든다. 미국 전체 인구에서 이민자가 차지하는 비율은 13.8%이지만, 2022년 기준 미국 기업가 중에서는 이민자가 22.6%를 차지했다. 또한 1,100억 달러 이상의 사업 소득을 창출했다. 캘리포니아, 플로리다, 뉴저지, 뉴욕에서는 이민자가 사업가 3명 중 1명 이상을 차지했다. 이들은 미국 STEM(Science, Technology, Engineering, Mathematics: 과학, 기술, 공학, 수학) 인력의 핵심 구성원이기도 하다. 2022년 기준 이민자는 STEM 인력의 23.1%를 차지한다. 소프트웨어 개발자 또한 이민자가 많은데, 워싱턴 주에서는 해당 직종 절반 이상이 외국 출신이다.
5. 교육
추방되고 있는 국제학생들 역시 미국 경제에 기여해왔다. 이들의 경제적 기여는 매년 약 438억 달러에 달하며, 미국 대학에 재학 중인 국제 학생 수는 무려 100만 명이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은 또한 학비와 일상생활비를 통해 약 38만 개의 일자리를 지원한다. 따라서 유학생 추방 기조가 계속되어 미국 유학이 위축될 경우 미국 경제에 미칠 영향은 무시할 수 없을 것이다.
이외에도 건설, 운송, 예술 등의 산업에서 이민자가 활약하고 있는 만큼, 이민자 추방은 미국 경제와 산업의 전반에 영향을 미칠 것이다.
탈세계화 시대, 이민자와 외국인을 바라보는 우리의 태도
이제 세계화 시대를 넘어 탈세계화 시대라고들 한다. 당장 미국의 행보만 봐도 전세계가 각자도생하는 미래가 그려지는 듯 하다. 영국은 유럽연합을 탈퇴했고, 트럼프는 이제 미국만을 위해 움직이는 미국을 만들려 한다. 성장 동력을 잃은 선진국들이 책임을 외부에 돌리는 것도 어제오늘의 일만은 아니다.
우리가 기억해야 할 것은 정치적인 동기에서 비롯해 경제적 사실까지 왜곡해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잘못된 이유로 애꿎은 사람들을 비난해서는 안 된다. 오늘날 사람들이 생각하는 프레임과 달리, 이민자와 외국인들은 실제로 우리 경제에 많은 도움을 주고 있다. 심지어 우리의 일자리를 뺏지도 않으며, 이민자가 추방된 나라는 손님 없는 놀이공원 마냥 텅 빈 신세를 감수해야 한다.
우리나라에게도 남의 일이 아니다. 벌써 농촌과 몇몇 지역에서는 외국인들이 인구의 많은 비율을 차지한다. 안산시 다문화 마을의 경우 2024년 기준 거주민의 무려 89.2%가 외국인이며, 이민자 없이는 경제가 굴러가지 않는다는 말도 나온다. 농촌, 공단의 경우 90% 이상이 외국인 근로자로 구성된다고 한다. 2023년 기준 대림동도 전체 인구의 55%가 외국인이었다.
이제는 급증하는 외국인 인구와 탈세계화 추세가 혼재된 세상 속에서 우리가 취해야 할 태도에 대해 고민해볼 때다. 외국인들에게 날선 눈빛보다는 포용의 한 마디를 건네보는 것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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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및 도표
[도표1] Pew Research Center, "U.S. immigrant population in 2023 saw largest increase in more than 20 years", 2024-09-27.
[도표2] Lee, J., Peri, G., Yasenov, V., 「The Employment Effects of Mexican Repatriations: Evidence from the 1930’s」, NBER Working Paper, No. w23885, 2017, p.29.
[도표3] Tahani Bagazi, 「The impact of the Nitaqat programme on the Saudi labour market」, Journal of Economic Studies, Vol. 15 (1), 2021, p.2.
[도표4] McKibbin W., Hogan M. & Noland M., 「The international economic implications of a second Trump presidency」, Peterson Institute for International Economics, 2024, p.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