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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런치북 95호 물결 05화

[사회·정책] 트럼프의 빅딜, 누구를 위한 거래인가?

수습부원 신혜빈

by 상경논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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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대통령의 ‘AMERICA FIRST’라는 슬로건은 단순한 선거 구호를 넘어, 트럼프 행정부의 경제정책 방향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이 슬로건은 미국이 글로벌 경제 질서 속에서의 역할을 재조정하고, 자국 산업과 일자리를 보호하는 데 초점을 맞추겠다는 의지를 담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2016년 선거 과정에서 자국의 이익과 주권을 최우선에 두는 경제정책을 강하게 추진했다. 그는 미국의 경제적 쇠퇴가 다른 국가와의 불균형한 무역에서 비롯되었다고 주장하며, 경제적 민족주의를 강화하고자 했다. 특히 일본의 대미 무역흑자가 커지고, 경제위기로 미국 제조업이 쇠퇴하면서 이러한 기조는 더욱 뚜렷해졌다. 대규모 일자리 손실의 원인을 잘못된 무역정책과 자유무역협정에서 찾은 그의 보호무역 공약은 ‘러스트 벨트’로 불리는 미국 동북부 및 중서부의 중공업·제조업 지역 노동자들로부터 큰 지지를 얻었다.


집권 초기부터 트럼프 행정부는 일자리 회복과 제조업 경쟁력 강화 등 미국의 경제력을 재건하는 것을 핵심 목표로 삼았다. 특히 중국을 겨냥한 공격적인 무역정책이 집중적으로 추진되었는데, 이는 중국이 미국과의 무역에서 가장 큰 흑자국이자 미국의 대규모 무역적자의 주범으로 지목되었기 때문이다. 이러한 미국과 중국의 무역불균형은 구조적 요인에서 비롯된다. 중국은 저임금과 대량생산을 기반으로 한 제조업 강국인 반면, 미국은 첨단기술과 서비스업 중심의 경제 구조를 가지고 있다. 이로 인해 미국은 내구소비재, 전자제품 등 다양한 가공제품을 중국에서 대량 수입하는 구조가 고착화되어 있다. [그림3]에서 볼 수 있듯, 미국의 대중 무역적자는 약 2,954억 달러에 달해, 멕시코와 베트남에서 발생하는 무역적자를 합한 것과 거의 맞먹는 규모다. 이는 중국과의 구조적 무역 불균형이 미국의 대외 경제정책 결정에서 얼마나 중요한 요소인지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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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D_4nXcwp5_hBkUFMPlaqJ5wO7bKXEw48Aft1f5iqV6NydqVx_49WM51vkibT7W-D99nJJ2OFUi5X6Z0bFi9d47UfYEYx3uuRvxAEtP_Ve_BpoA4H0S1sH5ZR5l01vbRpEzXwXBaj5d0zQ?key=NMGz_OR29tmu0GHDdx9bH2cW [그림3] 2024년 미국의 국가별 무역적자



더 넓고 강해진 미국식 무역장벽


트럼프의 2기 행정부가 출범하면서 보호무역주의는 한층 더 강화되고 있다. 1기 행정부의 무역정책은 주로 미국 제조업 보호와 무역적자 축소를 목표로 했으며, 특정 국가와 품목에 고율 관세를 부과하는 표적적 접근 방식을 취했다. 대표적으로 미중 무역전쟁에서는 단계적으로 중국산 수입품에 관세를 인상하고, 협상을 통해 일부 국가에는 예외를 허용하거나 관세를 조정하는 등 조치의 유연성이 있었다. 반면, 2기 행정부는 정책 목표와 수단 모두가 더욱 공격적이고 전방위적으로 변화했다. 산업기반과 국가안보 강화, 생산기반 경제로의 전환, 중국 등 비시장국 대응 강화가 핵심 기조로 자리잡았다. 2025년 출범 직후 모든 수입품에 10%의 보편관세를 도입하고, 중국산 제품에는 추가적으로 관세를 적용하는 등 관세 조치의 범위와 강도가 크게 확대됐다. 여기에 더해 수출통제, 외국인 투자 제한, 무역협정 전면 재검토 등 제도적이고 포괄적인 보호무역 정책이 시행되면서 예외나 협상 없이 신속하고 일괄적으로 무역장벽이 높아졌다. 즉, 1기는 표적 관세와 협상 중심의 제한적 보호무역에 머물렀다면, 2기는 보편관세와 제도적이고 전방위적인 보호무역으로 정책 목표와 접근 방식 모두에서 한층 강화되고 체계화된 모습을 보이고 있다.


2기 행정부의 주요 관세 정책은 국가별 차별화, 특정 산업 타겟팅, 그리고 지역 협정 및 예외 적용이라는 세가지 축을 중심으로 더욱 정교하게 전개되고 있다.


첫째, 미국은 상호 관세를 강화하며 국가별로 관세율을 차등 적용하고 있다. 이는 상대국이 미국 제품에 부과하는 관세 수준에 맞춰 동일하거나 유사한 관세를 해당 국가의 수입품에 적용하는 방식으로, 2025년 4월 발표된 ‘Liberation Day’ 관세에서 그 전형을 볼 수 있다. 예를 들어, EU에는 20%의 일괄 관세가, 베트남(46%), 캄보디아(49%), 스위스(32%) 등에는 국가별로 최대 50%에 달하는 고율의 관세가 부과되었다.


둘째, 최근 관세 정책은 보편성과 타겟팅이 결합된 ‘이중 구조’로 진화했다. 기본 틀은 모든 국가에 보편적으로 관세 부과이지만, 그 위에 국가별·산업별 맞춤형 추가 관세를 얹는 방식이다. 1기보다 전체적으로는 더 광범위하고 일괄적인 체계가 되었지만, 무역적자가 크거나 미국이 문제 삼는 국가나 산업에는 타겟팅된 고율 관세가 동시에 적용되는 구조이다.


셋째, 미국-멕시코-캐나다협정(USMCA) 등 지역 협정을 통한 선별적 자유무역도 병행되고 있다. USMCA는 기존 NAFTA를 대체하며, 자동차 원산지 규정 강화, 미국산 농산물 시장 접근 확대, 디지털 무역 규범 도입 등 다양한 현대화 조항을 포함하고 있다. USMCA 체결국 간에는 이러한 기준을 충족할 경우 일부 관세 면제나 완화 조치가 적용되어, 북미 지역 내 공급망 안정과 무역 활성화가 촉진되고 있다.


이처럼 트럼프 2기 행정부의 보호무역 정책이 본격화되면서, 글로벌 경제는 점점 더 큰 불확실성과 하방 압력에 직면하고 있다. 실제로 2025년 1월 IMF는 세계경제전망 보고서에서 미중 무역갈등 심화와 미국의 보편관세 도입과 같은 보호무역주의 확산을 주요 리스크로 지목하며, 2027년까지 세계 GDP 성장률 전망치를 2.8%로 하향 조정했다. 이는 2025년 성장률 전망치 3.3%에서 0.5%p가량 낮아진 수치로, 미국과 주요 교역국 간의 대규모 관세 인상 및 보복조치가 글로벌 성장의 주요 제약 요인이라는 것을 보인다. 특히 4월 미국의 대규모 관세 인상 조치 이후 글로벌 금융시장이 불안정해지고, 정책 불확실성도 커졌다는 평가가 이어졌다. 미국의 2025년 성장률 전망은 1.8%로, 전년 대비 1%p 가까이 하락했고, 유로존은 0.8%, 중국은 4.0%, 인도는 6.5%로 집계됐다. 일본 역시 성장률 전망이 0.6%로 하향 조정되는 등 선진국과 신흥국 모두에서 성장 모멘텀이 약화되고 있다.


세계은행(World Bank) 또한 세계 경제 성장률을 2.7%로 전망하며, 선진국과 신흥국 간 성장 격차가 지속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인플레이션은 점진적으로 둔화되겠지만, 개발도상국의 성장세는 팬데믹 이전보다 약화될 것으로 내다봤으며 저성장, 정책 불확실성, 지정학적 긴장, 기후 리스크 등이 향후 성장의 주요 위험요인임을 강조했다.


성장률 하락의 배경에는 미국 신행정부의 자국우선주의 및 보호무역주의 강화로 인한 글로벌 무역 환경의 경직화, 교역량 위축, 그리고 통화정책 전환기에 따른 금융시장 변동성 확대와 실질 부채 부담 증가 등이 있다. 고금리 기조가 지속되면서 기업과 가계의 투자 및 소비 여력이 약화되고 있으며, 선진국과 신흥국 간 성장 격차 심화와 유럽·일본 등 주요국의 부진한 성장세도 세계 경제 회복의 제약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세계 교역 변화


보호무역주의의 확산은 글로벌 실물 경제에 다양한 경로로 영향을 미치고 있다. 가장 두드러진 변화 중 하나는 관세 강화에 따른 세계 교역량의 감소이다.


1) 산업별


먼저, 글로벌 교역량의 변화를 산업별로 알아보자. 제조업은 복잡한 부품 구조와 다국적 생산 네트워크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글로벌 공급망 의존도가 매우 높은 산업이다. 관세가 부과되면 각 부품과 원자재에 추가 비용이 발생하고, 파생 부품까지 관세 적용 범위가 확장되어 생산 전체에 연쇄적 비용 상승이 나타난다. 수많은 부품을 여러 국가에서 조달하기 때문에 관세 민감도가 클 수밖에 없는 것이다. 농업, 식품 및 원자재 산업 역시 비료, 농기계, 사료와 같은 핵심 투입재의 수입 의존도가 높으므로 관세로 인해 투입재에 대한 비용이 상승하면 농가의 이익 감소로 이어진다. 농업은 계절성과 지역성이 강해, 단기간에 공급망을 바꾸기 어려워 관세 충격이 직접적이고 지속적으로 나타난다. 인프라 및 에너지 산업은 전력망, 풍력, 태양광 등 대규모 프로젝트에서 철강, 알루미늄 등 해외 조달 비용이 높으며 장기적 투자와 조달 계획이 중요한 산업이다. 핵심 자재를 조달하는 비용이 급등하면 송전탑, 변압기, 풍력·태양광 구조물 등 대형 인프라의 건설 및 운영 비용이 크게 상승하여 프로젝트 지연과 투자 위축을 초래한다.


이를 종합적으로 분석해보면 관세는 수입품 가격을 올려 국내 산업을 보호하려는 목적이지만, 글로벌 공급망에 깊이 연결된 산업일수록 단기적인 보호 효과보다 장기적인 비용 부담과 혁신 둔화가 더 크게 나타날 수 있다. 결과적으로 상품 가격 상승과 소비자 부담 증가, 투자 위축, 경기침체 등 실물경제 전반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고 있다.


2) 국가별


유럽, 특히 독일은 자동차와 부품 사업에 직격탄을 맞았다. 자동차 특별 관세와 EU 대상 징벌관세로 폭스바겐·BMW·메르세데스-벤츠 등 주요 기업의 주가가 급락했으며, 보쉬·콘티넨탈 등 부품사도 연쇄 타격을 받았다. EU 전체적으로는 미국 관세로 인한 직접적인 수출 감소뿐 아니라, 중국의 대미 수출 감소로 유럽 시장에 저가 제품이 유입되는 ‘제2의 중국 충격’까지 겹치고 있다. 이에 대응해 유럽중앙은행은 6차례 연속 금리인하(0.25%p)를 단행하여 유로화 약세를 유도해 수출 경쟁력 회복을 모색했다.


중국은 미국발 관세 확대와 반도체·전기차 등 첨단 산업 수출 감소로 인해 GDP 성장률이 최대 2.5%P 하락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대응해 위안화 평가절하(달러당 7.29위안, 8개월 만의 최저치)와 동남아·아프리카와의 자유무역협정 확대 등으로 수출 경쟁력 유지에 힘쓰고 있다. 그러나 EU의 중국산 전기차 관세 부과로 또 다른 무역 장벽에 직면하며 이중고를 겪고 있다.


신흥국 중에서는 멕시코, 말레이시아, 인도 등이 글로벌 공급망 재편의 대표적 수혜국으로 부상하고 있다. 멕시코는 미국과의 지리적 근접성을 바탕으로 글로벌 기업들의 생산기지 이전(니어쇼어링) 효과를 톡톡히 누리며, 자동차·전자·부품 등 미국 수출 중심 산업이 크게 성장하고 있다. 말레이시아 역시 미중 간 반도체 경쟁이 심화되는 가운데 인텔, 인피니온, ASML 등 글로벌 반도체 기업들이 현지 생산거점을 확대하면서 세계 5위 반도체 수출국으로서의 입지를 더욱 강화하고 있다. 인도 또한 ‘메이크 인 인디아’ 정책 등 정부 주도의 산업 육성책을 바탕으로 글로벌 기업들의 생산기지와 제조업 투자를 성공적으로 유치하고 있다. 다만, 향후 미국의 추가 관세 부과 가능성 등 정책 불확실성은 여전히 리스크로 남아있다.


반면, 부정적 영향을 받는 신흥국도 적지 않다. 베트남은 트럼프 행정부가 고율 관세를 공식 발표하면서 대미 수출과 GDP에 큰 타격을 받고 있다. 컴퓨터, 전자, 의류, 가구 등 베트남 주력 산업의 성장 둔화가 불가피해졌으며, 베트남 정부는 대미 협상과 수출시장 다변화로 대응하고 있지만 단기간 내 뚜렷한 해법을 찾기는 쉽지 않은 상황이다. 아프리카의 남아공, 나이지리아, 레소토 등은 미국의 관세 정책과 미중 무역전쟁 심화로 중국의 경기 둔화가 이어지면서 철광석, 구리 등 원자재 수출이 급감하고 있다. 특히 레소토 등 일부 국가는 미국의 AGOA(아프리카 성장기회법) 무관세 혜택이 사실상 무력화되면서 섬유, 농업, 자동차 등 주력 산업이 큰 타격을 받고 있다. 인도네시아 역시 중국과 인도의 석탄 수요가 동시에 줄어들면서 석탄 수출이 3년 만에 최저 수준으로 급감하는 등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 밖에도 터키, 아르헨티나 등은 미국 우선주의와 강달러, 글로벌 투자자본의 미국 쏠림 현상 등으로 인해 통화가치 하락, 자본 유출, 금융불안 등 부정적 영향을 받고 있다.


3) 공급망 재구성


트럼프 2기 관세 강화 정책은 글로벌 공급망 재편을 가속화하고 있다. 미국 정부는 전자제품, 의약품 등 전략물자의 중국 수입 의존도를 단계적으로 축소하기 위해 연방 계약 규제 강화, 세제 지원, 인프라 투자 등 다각적 정책을 추진 중이다. 이에 따라 다국적 기업들은 관세 부담 완화와 공급망 안정화를 위해 리쇼어링·니어쇼어링·지역화 전략을 적극 도입하고 있다.


리쇼어링의 대표 사례는 Whirlpool이다. 2025년 4월 미국 오하이오주 클라이드 공장으로 상업용 세탁기 생산라인을 완전 이전하며, 200억 원 규모의 설비 투자와 100여 개 신규 일자리를 창출했다. 이로써 멕시코에서 발생하던 25% 관세 부담을 제로화하고, 품질 관리 효율을 30% 개선했다. 니어쇼어링은 Boeing과 Zara에서 두드러졌다. Boeing은 항공기 부품 생산의 일부를 멕시코 몬테레이로 이전해 물류비용을 절감했으며, Zara는 터키와 모로코 등 근거리 생산 확대를 통해 유럽 시장 리드타임을 업계 평균 대비 크게 단축했다. 지역화 전략은 Apple과 Toyota에서 확인할 수 있다. Apple은 2025년 3월 텍사스주 휴스턴에서 AI 서버 전용 공장을 건설하며 500억 달러를 투자했고, Toyata는 켄터키 공장에 전기차 배터리 라인을 추가해 2027년까지 북미 생산 비중을 85%로 확대할 계획이다. 이처럼 기업들은 관세 리스크를 회피하기 위해 생산거점 다각화, 공급망 단축, 자국 내 생산 인프라 강화 등 전략을 복합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그러나 숙련 인력 부족, 이전 비용 상승, 지역별 규제 차이 등 현장에서 겪는 난제도 여전히 존재한다.


노동·소비 시장


세계 교역의 산업별·국가별 변화와 공급망 다변화가 본격화되면서, 이러한 흐름은 미국 경제의 노동시장과 소비 부문에도 뚜렷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 관세 정책의 여파는 제조업과 서비스업 경기지표, 고용시장, 소비자 물가 등 실물경제 전반에 걸쳐 나타나고 있으며, 주요 지표와 통계자료를 중심으로 그 구체적인 변화를 살펴볼 수 있다.


2025년 4월 기준, 미국 제조업은 원자재 비용 상승과 수출입 감소, 생산 위축이 심화되고 있다. 미국 공급관리협회(ISM)의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는 48.7%로, 전달보다 0.3%p 하락하며 50 이하의 수축 국면이 지속되고 있다. 이는 2020년 5월 이후 최저치로, 제조업 생산이 팬데믹 초기 수준까지 떨어졌음을 보여준다. 산업생산지수 역시 2025년 4월 103.88로 전월 대비 소폭 하락했고, 전년 동월 대비 1.49% 증가에 그치며 성장세가 둔화되는 모습을 보였다. 이는 최근 수년간 평균 성장률(3.1%)에 크게 못 미치는 수치로, 관세로 인한 제조업 전반의 침체를 반영한다. 서비스업도 관세 정책의 불확실성에 영향을 받고 있다. 2025년 4월 S&P 글로벌 미국 서비스업 PMI는 50.8로, 3월(54.4) 대비 급락하며 17개월 만에 가장 느린 확장세를 기록했다. 신규 주문과 사업 활동 증가세가 크게 둔화됐고, 기업들은 관세로 인한 비용 부담을 가격에 전가하며 판매가격 인상속도가 2023년 1월 이후 가장 빨라졌다. 고용 증가세도 미미해졌으며, 해외 수요는 2022년 11월 이후 가장 큰 폭으로 감소해 서비스업의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


경기 둔화는 노동시장과 소비 부문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미국 소비자물가지수는 2025년 상반기 낮은 수준을 보이고 있지만, 전문가들은 관세 효과가 본격적으로 반영되지 않았다는 점에서 큰 의미를 부여하지 않는 분위기다. 관세 효과가 5월 물가지표부터 본격적으로 나타날 것으로 보고 있으며, 미·중 양국이 90일간 관세율을 대폭 낮추기로 합의하면서 당초 우려했던 것만큼 물가 상승 효과가 크지는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제기되고 있다.


관세로 인한 물가 상승의 문제점은 소득 불평등을 심화시킬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저소득층은 소득의 더 큰 비율을 식품, 의류, 에너지 등 필수재에 소비하며, 이러한 품목들은 주로 관세가 부과된 국가인 중국, 베트남 등에서 수입한다. 관세로 인한 가격 상승이 실질 가처분 소득의 감소로 직결되는 것이다. Yale Budget Lab은 저소득 가구가 관세로 인해 가처분 소득이 최대 5.5%까지 감소할 수 있다고 분석했는데 이는 고소득 가구의 2.1% 감소에 비해 훨씬 큰 타격이다. 이처럼 관세의 역진적 효과가 두드러지면서, 경제적·사회적 취약계층의 어려움이 더욱 가중될 것으로 보인다.


실물경제의 선행지표, 금융시장


한편, 실물경제에 비해 금융시장은 정책 발표나 뉴스에 실시간으로 반응하며, 주요 지표가 단기간에 큰 폭으로 움직인다. 실물경제의 ‘선행지표’ 역할을 하는 셈이다. 트럼프 관세 발표 직후 달러지수가 3% 급락했으며 집권 100일 차에는 사상 최대 폭(-9.5%)의 약세를 기록했다. 이는 관세가 달러 강세로 이어질 것이라는 초기 예상을 뒤집은 결과로, 투자자들이 미국 경제의 성장 둔화와 무역전쟁 장기화 가능성을 우려하며 달러 자산에서 이탈하였기 때문이다. 금융시장 전반의 변동성도 크게 확대되고 있다. 관세 정책 발표 직후 미국 S&P 500지수와 유럽, 아시아 주요 증시가 일제히 급락했으며, 시장의 불안 심리를 반영하는 VIX 역시 평년 대비 2배 이상 급등했다. 채권시장 역시 혼란을 겪고 있는데, 미국 10년물 국채 금리는 빠르게 상승하며 재정 부담을 가중시키고 있다. 이로 인해 기업들은 외환 및 금리 변동 위험에 대응하기 위해 장기 헤징 전략을 강화하는 등 리스크 관리에 집중하고 있다.


다각적 전략과 글로벌 협력을 통한 경제 회복의 길


보호무역주의의 심화는 세계 경제를 구조적 저성장과 불확실성의 장기화로 내몰고 있다. 무역 위축, 공급망 블록화, 투자 위축 등 복합적 충격은 신흥국과 원자재 수출국을 중심으로 경제적 취약성을 확대시키며, 첨단 기술 분야의 패권 경쟁은 글로벌 협력 체계를 더욱 분열시키고 있다. 이러한 환경에서 한국 경제는 기존의 수출 주도 성장 모델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산업·시장·공급망의 다각화와 내수 기반 강화를 동시에 추진해야 한다.


한국 경제는 핵심 산업에 대한 과도한 의존도를 완화하고 공급망 리스크를 분산할 필요가 있다. 반도체, 배터리 등 전략 산업의 안정적인 발전을 위해 자원 협력국을 다변화하고, 동남아시아와 북미 등 다양한 지역에 생산 거점을 확대하는 것이 중요하다. 최근 글로벌 공급망의 불확실성이 커지는 상황에서, 특정 국가나 지역에 대한 과도한 의존은 예기치 못한 외부 충격에 경제 전체가 취약해질 수 있음을 시사한다. 따라서, 공급망의 다층화와 유연성 확보가 장기적 경쟁력의 핵심임을 명심할 필요가 있다.


또한, 내수 활성화와 미래 산업에 대한 투자를 통해 경제 구조를 고도화해야 한다. 인구 감소와 소비 위축이 장기화되는 가운데, 디지털 전환, 인공지능, 로봇 등 신산업 분야에 선제적으로 투자하고, 중소기업의 혁신 역량을 높여 내수 시장의 성장 기반을 다지는 것이 중요하다. 특히, 내수 시장의 다양성과 혁신 생태계의 활성화는 외부 환경 변화에 대한 완충 역할을 할 수 있다. 이는 단순히 새로운 산업을 육성하는 차원을 넘어, 기존 산업과의 융합을 통해 새로운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함을 시사한다.


이상의 논의를 종합하면, 한국 경제의 지속 가능한 성장을 위해서는 공급망 변화에 대한 유연한 대응과 산업 구조 고도화, 그리고 다양한 국제 협력이 조화를 이루는 전략이 필수적이다. 무엇보다 불확실성의 시대에는 변화에 대한 신속한 적응력과 선제적 대응이 경제 회복력의 중요한 요인이 될 수 있음을 시사한다. 정부와 기업, 그리고 사회 전체가 협력하여 구조적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응한다면, 글로벌 경제 환경 변화 속에서도 안정성과 성장 동력을 유지할 수 있을 것이다.






참고문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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