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부원 조민재, 편집부원 이용규, 수습부원 이상민, 수습부원 이서연
2025년 하반기, 오랫동안 뜨거운 감자였던 ‘상법 개정안’이 드디어 도마 위에 올라 본격적인 개정이 진행되었다. 주주들의 권리 개선과 경영진의 경영권 제한이라는 쟁점을 둘러싼 첨예한 토론이 이어졌고, 7월 22일 공포된 개정 상법에 이어 8월 25일 2차 상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해 9월 9일 공포되었다. 이번 상경논총 법률 특집글에서는 각각 1차와 2차 상법개정안의 주요 쟁점이 되는 조항들을 소개하고 그 효과를 분석하며 진행하고자 한다. 2025년 10월 말 기준, 코스피가 4,000선을 돌파하며 많은 독자분들께서 기업의 지배구조 및 상법에 관해서도 많은 관심이 생기셨을 것이라 예상되는데, 이와 관련해 상법개정안에 흥미를 가지거나 탐구하고 싶은 독자분들께 좋은 참고자료가 되길 바란다.
1차 상법 개정안(의안번호 2211251)에는 이사의 주주 충실의무 확대, 전자주주총회 도입, 사외이사 명칭 변경 및 의무선임 비율 증가, 감사위원회 위원 선임 시 3%룰 강화 등이 주요 개정 내용으로 포함되었다.
먼저, 주주 충실의무부터 살펴 보도록 하자. 개정 내용은 다음과 같다.
이는 개정 전의 상법이 이사는 법령과 정관의 규정에 따라 회사를 위하여 그 직무를 충실하게 수행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으나 주주에 대한 충실의무는 규정하고 있지 않으므로, 이를 명문화하여 이사가 회사뿐만 아니라 총주주의 이익을 보호하고 전체 주주의 이익을 공평하게 대우하도록 하려는 것이다.
재계에서는 개정 내용을 토대로 여러 우려스려운 부작용들을 역설해 왔다. 대표적으로 경영권 침해에 대한 주장이 그러하다. [그림 1]의 왼쪽 사례만 한국에서 판례가 존재하였다. 이해 상충의 경우에는 오른쪽 표와 같은 판례가 대법원에서 적용되지 않아왔기에 지속적으로 상법개정에 충실의무 조항을 넣고자 하는 목소리가 꾸준히 존재해 왔다고 할 수 있다. 기존 상법에서도 주주간 이해충돌의 경우 제401조에 의해 주주의 개인법적, 재산권적 자익권 침해에 대해서 당연히 소송이 가능하다고 해석해야 한다고 보는 것이 타당했다. 다만, 충실의무 입법은 이미 존재하는 이사의 주주 자익권 침해 금지 의무(주주이익 보호 의무)를 확인하는 의미인 것이다. 또한, 재계에서 제기되는 경영권 침해에 대해서는 고의, 중과실의 경우는 선관의무 위반에서도 경영판단의 원칙이 적용되지 않는다. 상법 제 401조는 고의, 중과실을 요건으로 하므로, 경영판단의 원칙이 적용되지 않는 영역에서만 적용되므로, 충실의무가 도입된다고 하여 경영판단의 원칙이 더 위축된다고 보기는 어려울 것이다.
다음으로 전자주주총회에 대한 항목이다.개정 상법은 상장회사의 경우 (정관으로 달리 정하지 아니하는 한) 전자주주총회를 병행하여 개최할 수 있도록 하되, 일정 규모 이상의 상장회사는 전자주주총회의 병행 개최를 의무화하도록 정하였다. 한국의 기존 주주 총회는 외국주주가 전자주주총회를 통한 전자 투표가 상법상 사실상 불가능 하였지만 이번 개정을 통해서 소액주주나 해외투자자들의 주주 접근성이 확대되게 법을 개정했다고 볼 수 있다. 또한, 전자주주총회 병행 개최 의무화 조항을 통해 물리적 총회 장소의 의존도가 감소하고, 주주 대상 커뮤니케이션이 전자 소집통지, 사전의안 설명자료 제공 및 실시간 비대면 질의응답이 가능해지므로 글로벌 시장에서 한국 주식 시장에 투자할 유인을 확대시키는 데 일조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리고, 이는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에도 많은 도움을 줄 것으로 판단된다.
세 번째로 이번 1차 개정 상법의 핵심 중 하나인 독립이사제도의 도입에 대해서도 살펴보겠다. 이는 상장회사의 경우 기존 이사 총수의 1/4이상이었던 사외이사 선임비율을 1/3이상으로 확대하고 ‘사외이사’의 명칭을 ‘독립이사’로 변경하는 것이다.이 제도는 단순한 용어 변경에 그치지 않는다. 기존의 사외이사가 단순히 외부 전문가로서 이사회에 참여하는 수준에 머물렀다면, ‘독립이사’는 경영진이나 대주주와 전혀 관련이 없어 그들의 영향을 받지 않고 주주 전체의 이익을 대변하며 경영 전반을 독립적으로 감시하는 역할 수행이 요구된다. 과거 사외이사들이 형식적으로 존재하거나 대주주의 영향력 아래 놓여 독립적인 견제 기능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하는 문제가 빈번했다. 이에 따라 개정상법은 이러한 한계를 보완하고 이사회의 독립성과 전문성을 강화하여 기업 경영의 투명성을 높이는 데에 주요 목표를 두고 있다.
마지막으로, 이번 개정 상법에는 3%룰이 포함되었다. 이는 자산 2조원 이상의 상장회사의 사외의사인 감사위원을 선출하거나 해임하는 경우, 최대 주주 및 특수 관계인의 합결 의결권을 3%로 제한하는 제도이다. 감사위원은 회사의 경영을 직접 집행하지 않으면서도, 경영진의 업무, 재무제표, 내부통제 등 경영 전반을 독립적으로 감시하는 역할을 하는 이사회의 구성원이다. 상법 개정 전에는 감사위원 선출 시, 주주는 자신이 가진 주식 전부에 대한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었다. 따라서 대주주나 특수관계인이 해당 기업에 대해 다수의 지분을 갖고 있으면 감사위원이 사실상 대주주 측 인물로 채워지는 경우가 빈번하였다. 이처럼 감사위원회가 대주주의 영향력 아래 놓이게 된다면, 경영 감시 기능이 형식화되고 경영 남용 가능성이 크게 존재했다. 이에 따라 개정 상법은 감사의 실효성을 높이고 대주주를 견제하기 위해 3%룰을 도입하였다. 이는 대주주의 과도한 영향력을 견제하고 기업 지배 구조의 투명성을 강화하기 위한 제도적 장치라는 점에서 의의가 크다. 하지만 우려의 목소리도 존재한다. 법안을 악용하여 경영권을 공격할 수 있으며 이에 대한 대주주의 방어력도 상당히 낮아진다. 경쟁사가 감사위원 진입을 시도할 경우, 기업의 민감한 정보가 노출될 수 있으며 이해관계를 같이하는 주주들까리 단합하여 경영권을 의도적으로 공격할 수 있다. 실제로 최근 KCC가 경제사인 노루페인트홀딩스의 지분을 인수한사례는 이러한 위험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예로 거론된다. 또한 기업 입장에서 기존과는 달리 의사결정 과정이 복잡해지고 속도가 느려지는 등 경영에 제약이 생긴다.
2차 상법 개정안(의안번호 2205704)은 1차 개정 상법 당시 논의되었으나 추후로 미뤄진 일부 상장회사에 대한 집중투표제 의무화와 감사위원 분리선출 수 증원이 반영되었다. 반면, 재계가 요구해온 경영판단원칙 명문화, 배임죄 관련 의안들은 이번 2차 상법 개정안에 포함되지 않았다. 따라서 집중투표제 의무화와 감사위원 분리선출 수 증원을 중심 쟁점으로 정리하였다.
우선, 집중투표제란 주주총회에서 2인 이상의 이사를 선임하는 경우 주주가 ‘선임할 이사의 수’와 동일한 수의 의결권을 가지고 그 의결권을 이사 후보자 1인 또는 수인에게 집중하여 투표하는 방법이다. 이를 테면, 이사를 2명 선출하는데 이사후보가 3명(A, B, C)인 경우 주권 100개를 가진 주주가 A에게 200표를 행사할 수도 있고, 혹은 A에게 150표, B에게 50표와 같이 전략적으로 투표를 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이다. 개정 전 상법에서 동법 382조의2 제1항에 따라 정관에 의해 집중투표제의 채택을 배제할 수 있었다. 따라서 대다수의 상장사는 지배권을 침해당하는 것을 꺼려 정관에 의해 집중투표제를 배제하였다. 그러나, 2차 상법개정으로 자산총액 2조원 이상의 상장회사(이하 ‘대규모 상장회사’)의 경우 이해관계자와 소액주주가 많다는 점을 고려하여 정관으로 집중투표제를 배제할 수 없도록 규정하였다. 구체적으로, 동 개정을 통해 소액주주의 견제 기능이 강화되고 이사회의 다양성이 확보될 것으로 보인다. 동시에, 대주주 입장에서 경영권의 안정성이 침해될 것으로 보인다.
또한 2차 상법개정안에서는 감사위원 분리선출 수 증원도 주요한 조항이다. 기존 상법에서도 일반적으로 감사위원회 설치는 임의규정이고, 감사위원회를 설치하는 대신 감사를 둘 수 있었다. 그러나 대규모상장회사의 감사위원회 설치는 강행규정이었다(동법 542조의11 제1항). 이 때, 감사위원회 위원(감사는 이사가 아니지만, 감사위원회 위원은 이사이다) 중 적어도 1명은 주총 결의로 다른 이사들과 분리하여 선임하게 하였다. 즉, 감사위원은 이사회에서 이사 중에 결정되나 적어도 한 명은 주총에서 선출하도록 제도화한 것이다. 그러나 감사위원회 위원이 3인 이상으로 구성되어 있으므로 최소 1명을 분리선출 하는 제도가 감사위원의 독립성과 감시기능 확보에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어 왔다.
따라서 개정상법에서는 감사위원 중에서 2명 이상을 분리선출 하도록 요구한다. 이를 통해 대규모상장회사에서 감사위원회의 독립성과 실질적 감시기능이 제고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감사 선출시에는 이사 선출과 달리 최대주주와 특관자의 보유주식 의결권을 3%로 제한하기 때문에 소액주주를 비롯한 이해관계자가 지지하는 후보의 감사위원회 진입 가능성이 높아질 것이다. 이를 통해 코리아 디스카운트 요인으로 제기되어온 감사기구의 독립성 훼손 문제가 해결될 것으로 보인다.
올해 8월 2차 상법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한 이후 3차 상법개정안 추진도 곧바로 추진되었다.
재계에서는 2차가 ‘더 센’ 상법이었다면, 3차 개정은 ‘더 독한’ 상법이라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본 글의 작성시점인 11월 초를 기준으로 여당(더불어민주당)은 9월 정기국회부터 3차 개정안의 처리를 벼르고 왔었다.
3차 개정의 핵심은 ‘자사주 소각 의무화다’. 자사주는 기업이 발행한 주식을 다시 사들여 보유한 주식으로, 2011년 상법 개정 이후 자사주의 취득 및 처분이 전면 자유화되며 많은 기업이 자사주를 취득해 보유하고 있다. 실제로 기업분석연구소 리더스인덱스에 따르면 24년말 기준 상장 기업 1666곳(전체의 73.6%)가 자사주를 가지고 있었다. 3차 개정안에서는 이처럼 기업이 취득한 자사주를 6개월이나 1년 이내에 소각하도록 규정하고자 한다. 정부와 여당은 이를 통해 국내 증권시장의 활황을 도모하는 것은 물론이고 최대주주가 경영권 보호와 세습을 목적으로 자사주를 이용하는 것을 방지하고자 하는데 목적이 있다. 자사주를 통해 배당 부담을 덜고 지배구조를 방어해온 대기업을 겨냥한 조항이다.
물론 자사주 매입 및 소각이 주주환원 효과가 있다는 점을 고려할 때 그간 국내 기업이 자사주 소각에 매우 소극적이었던 점도 사실이다. 24년도 기준 자사주를 가진 국내 기업 1666곳 중 자사주를 소각한 기업은 142곳, 즉 8.5%에 그친다. 기업이 불신을 자초했다는 정부와 여당의 주장도 일리가 있다. 다만 자본시장연구원 조사에 따르면 자사주를 보유했던 기업은 그간 재무구조 개선, 투자 및 운용자금 확보를 위해 자사주를 처분해왔다. 이에 자사주 소각 의무화가 기업의 재무조달의 유연성을 떨어뜨릴 수 있다는 지적이 있다. 또한 국내에는 차등의결권이나 황금주처럼 외부 세력으로부터 경영권을 지킬 수 있는 수단이 마땅치 않으므로 자사주를 보유할 수 없다면 적대적 M&A에 무방비로 노출될 수 있다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
이 글이 독자 여러분께 닿은 시점에는 이미 3차 개정안이 공포되었을수도 있다. 하지만 상황이 어떻게 흐르던 간에 주주의 권리를 확대하는 방향으로 상법개정이 진행되고 있고, 각 조항마다 주주와 재계의 이해관계가 맞물려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따라서 상법개정안의 개별 조항에 대한 견해는 저마다 다르겠지만, 이에 따른 기업의 경영 행태 및 증시 효과는 충분히 예단할 수 있으리라 감히 생각한다. 국내 기업의 지배구조에 관한 논의가 오랜 기간 동안 우리 사회의 중심적인 화두였음을 고려할 때, 기존 상법 개정안은 물론이고 향후 개정 방향성에 대해서도 지속적인 관심을 열어두기를 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