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도에서의 여운

거스 프링

by 상경논총

송도 기숙사에 살면서 내 눈에 가장 걸리던 건, 기숙사 복도에 수북히 쌓여있는 쓰레기들이었다. 일반쓰레기, 종이, 플라스틱, 음식물로 정리되어있는 쓰레기통들이 각 기숙사 복도에 비치되어 있지만, 학생들은 분리를 신경쓰지 않고 그냥 버리는 경우가 종종 있다. 그렇게 바닥에 널부러져있거나 수북히 쌓여있는 쓰레기통을 볼 때면 마음 한 켠이 불편해진다. 그렇다고 내가 직접 나서서 매번 그 쓰레기들을 정리하기에는, 솔직히 귀찮음과 불편함이 앞선다. 그렇게 이 많은 쓰레기들을 언제 치우나 생각하다가도, 다음 날 아침 눈을 떠보면 그 더러운 복도와 수북히 쌓인 쓰레기들은 언제 그랬냐는듯이 깨끗이 정리되어 있다.


학생들을 대신해서 그러한 수고를 해주시는 청소 직원분들에게 우리는 너무 무심한 것은 아닌지 돌이켜볼 필요가 있다. 서로 복도에서 마주쳐도 우리는 귀에 이어폰을 꽂은 채 미쳐 작은 인사 한 번 건네지 못 하고 지나가기 때문이다. 나 또한 그런 적이 몇번 있었다. 아니, 대부분의 경우에 그랬다. 물론 언제나 친절하게 인사를 건네는 학생도 여럿 봤지만, 마주쳐도 아무 말 없이 지나가는 모습도 많이 본다. 서로에게 가볍게 나누는 인사가 우리 일상에서 사라졌다. 그래서 언젠가는 꼭 청소 직원분들께 인사를 드려야겠다고 마음속에 생각하고 있었다.


아침 8시, 당시 나는 몸 상태가 좋지 않아 아침약을 복용하기 위해 천원의 아침밥을 먹으러 지하로 내려가고 있었다. 비몽사몽한 상태로 간단하게 후리스 하나 걸치고 슬리퍼를 끌며 방을 나섰는데, 마침 청소원분이 청소카트를 끌고 어제밤 쌓인 쓰레기들을 치우러 오고 계셨다. 처음에는 초라한 차림에 몸 상태도 좋지 않아 오늘은 인사를 건네기 어렵겠다 생각했다. 그러나 매일 아침 묵묵히 수고해주시는 분을 아무 말 없이 스쳐 지나가는 것에 오히려 내가 불편함을 느꼈고, 그래서 가볍게 감사인사를 전했다. 그때 나는 하루의 시작을 누군가의 따뜻한 인사와 함께 열 때에는 긍정의 힘이 있다는 것을 다시 한번 분명하게 느꼈다. 그리고 그 이후부터 나는 기회가 될 때마다 직원분들께 감사인사를 드렸다.


그런데 이제는 송도를 떠날 날이 얼마 남지 않았다. 송도 새내기라는 타이틀은 이제 곧 설레는 마음으로 입학을 준비하는 26학번들에게 넘겨줘야 한다. 처음 살아보는 이곳 송도는 넓직한 도로, 쌀쌀한 바닷바람과 함께, 전화 한 통이면 5분 내로 친구를 만날 수 있는 특별한 공간이었다. 트스에서 새로운 맛집을 찾아다니던 날들이나 횡단보도 하나 건너면 게임을 돌릴 수 있는 피시방에서 아무 걱정 없이 놀던 새벽들 모두 송도를 떠나면 느낄 여운들이다.


그러나 아침마다 주위 사람들에게 건네는 작은 인사가 나에게는 송도에서의 가장 큰 여운 중 하나로 남을 것 같다. 인사는 거창하지 않다. 행복은 거창한 곳에서 오지 않는다. 앞으로 이곳 송도를 새롭게 채울 26학번 학생들도 우리 일상의 부담을 덜어주는 고마운 사람들에게 작은 인사 한번 건네는 사람들이 되었으면 좋겠다. 아침 인사가 가지는 힘을 아는 사람들이었으면 좋겠다. 그래서 하루를 행복하게 시작하는 학생들이면 좋겠다. 곧 송도를 떠날 날을 앞둔 지금, 주변 사람들과 일상적으로 나눴던 인사가 이제는 나에게 이 곳의 여운으로 남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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